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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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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같은 삶을 꿈꿨다가 진짜 영화 같은 삶을 살게 된 이란성 쌍둥이 아빠입니다....
‘한산-노량’ vs ‘해적2’, 시작부터 ‘삐그덕’

2019-04-12 16:05

조회수 : 7,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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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시기에 개봉해 엄청난 흥행을 거둔 두 편의 영화가 프랜차이즈로 진화했습니다. 하지만 시작부터 난항입니다. 프랜차이즈 영화는 기본적으로 전편의 출연진이 그대로 등장해야 하는 필수 조건이 붙습니다. 하지만 이들 두 편 모두 그 지점이 문제가 됐습니다. 국내 개봉 영화 사상 최고 흥행 기록을 세운 명량과 한국형 어드벤처 장르를 개척한 해적: 바다로 간 산적입니다.
 
먼저 명량입니다. 이순신 장군의 임진왜란 해전을 주요 소재로 했습니다. ‘명량 해전의 드라마틱한 승리를 담아낸 명량은 무려 1761만이란 불가능한 수치를 이뤄냈습니다. 이 영화가 기획되고 배우 최민식이 이순신 장군에 캐스팅 됐을 당시 우려가 많았습니다. 먼저 드라마에서 배우 김명민이 불멸의 이순신으로 엄청난 시청률 기록을 세웠던 바 있습니다. 반면 최민식은 올드보이’ ‘악마를 보았다등 자극적이고 반인륜적인 캐릭터로 소름끼치는 연기를 선보여 왔습니다. 연기적인 면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지만 국민 정서상 최민식=이순신은 납득하기 힘든 시점이 많았습니다. 물론 이런 우려를 최민식은 단번에 불식시켰습니다. ‘우려는 단순한 기우였습니다.
 
 
 
명량의 흥행 이후 제작진은 이순신 장군 일대기 3부작을 기획했습니다. ‘명량보다 5년 앞선 한산대첩을 소재로 한산그리고 명량이듬해 벌어진 노량해전을 그린 노량입니다. 당연히 최민식의 출연은 무조건적인 조건이 됐습니다. 결과적으로 최민식은 명량이후 이순신 장군 역을 거절했습니다. 들리는 말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최민식은 당시 명량개봉 이후 인터뷰에서 이순신 장군연기에 엄청난 부담감을 드러낸 바 있습니다. 실제로 광화문사거리를 지나가지 못할 정도로 이순신 장군 동상을 뵐 면목이 없다는 속내를 전하기도 했습니다. 농담이 아닌 실제 최민식의 감정입니다. 결과적으로 이런 부담이 다시 이순신 장군 컴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단 얘기입니다. 두 번째는 감독과의 작품 이견입니다. ‘명량을 연출한 김한민 감독은 한산노량을 보다 더 스펙터클한 전쟁 영화로 기획을 하고 싶은 모양입니다. 반면 최민식은 이순신 장군의 고뇌와 인간적 부분에 더 집중하고 싶은 듯 합니다. 두 분의 작품 해석이 완벽하게 다릅니다. 최민식의 고민은 명량을 통해 어느 정도 확인이 된 셈입니다. ‘명량제작 당시에도 한산노량의 기획 부분에도 어느 정도 의견 교환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결국 두 작품에 대한 의견 일치가 불가능해 하차로 가닥이 잡혔습니다. 새로운 이순신은 박해일이 맡게 됐고, ‘한산노량은 동시 제작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명량이 최민식이었고, ‘명량보다 겨우 5년 앞선 한산그리고 명량보다 1년 뒤인 노량의 주인공인 이순신이 박해일이라면 아무리 영화가 창작이라고 해도 주연 배우의 불일치가 관객들에겐 설득력을 얻기 상당히 거북스러울 듯 합니다. 무엇보다 한반도 역사 최고의 영웅으로 꼽히는 이순신 장군을 전면에 내세운 두 작품이라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상업적인 코드를 벗어낼 수 없지만 역사적 소재와 실존 인물을 너무도 상업적으로 휘두른단 대중의 비난도 제작진은 감수해야 할 지점입니다. ‘명량을 기획할 당시 최민식이 캐스팅됐음에도 우려가 쏟아졌던 이유와 같습니다. 현재 구체적인 내용은 나오지 않았지만 박해일의 새로운 이순신이 나오게 될지는 사실 끝까지 지켜봐야 할 듯합니다.
 
해적: 바다로 간 산적은 더욱 첩첩산중입니다. 속편의 가제는 해적: 도깨비 깃발입니다. 주인공 손예진과 김남길의 케미가 환상적이었습니다. 여기에 유해진의 코믹 연기가 압권이었습니다. 해양 어드벤처 특유의 비주얼과 스펙터클은 양념이었습니다. ‘명량과 함께 극장가 쌍끌이 흥행을 이끌어 내며 누적 관객 수 800만을 돌파했습니다. 2014년 개봉 이후 5년만에 속편이 등장하게 됐습니다. 당초 이 영화는 속편 기획 계획이 없었습니다. 이 영화를 제작한 제작사도 속편에는 관여를 하지 않습니다. 투자와 배급을 맡았던 롯데엔터테인먼트가 주도합니다. 문제는 배우들입니다. 지난해부터 루머만 무성하게 돌던 속편 기획이었습니다. 본격적으로 논의가 진행됐습니다. 배우들의 스케줄이 문제가 됐습니다. 우선 김남길이 연이어 드라마 영화 출연으로 이 작품 출연을 결정할 단계가 아니었습니다. 고심 끝에 출연을 포기했습니다. 유해진도 고심했습니다. 하지만 출연 포기를 결정했습니다. 두 사람 모두 출연 결정이 쉽지는 않았습니다. 당초 프랜차이즈 기획도 아닌 작품이 무리하게 전편의 흥행을 등에 엎고 제작이 결정된 마당에 출연을 결정한단 것은 섶을 지고 불 속으로 뛰어드는 것과 같습니다. 자신의 커리어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밖에 없습니다. 만약 실패를 할 경우에는 말입니다. 시나리오의 완성도 역시 이미 크게 높지 않단 소문이 돌고 있습니다. 롯데엔터테인먼트의 경우 작품 기획이나 제작 관리를 할 만한 탁월한 인력이 부족하단 지적을 이전부터 많이 받아오고 있습니다. ‘신과 함께의 쌍천만을 일궈낸 한 고위 인사의 퇴사까지 겹치면서 롯데엔터는 사실 영화계 관계자들에게 다시 크게 신임을 잃은 것도 있습니다. ‘신과 함께이전 창사 이례 최고 흥행작이 해적: 바다로 간 산적이었습니다. 2014년 이후 신과 함께 1, 2’ 개봉 전까지 이렇다 할 흥행작이 없었던 것도 롯데엔터의 최대 약점이었습니다. 결과적으로 배우들도 부정적으로 보는 해적2’의 제작이 롯데엔터가 손을 댄다면 결과는 뻔하기에 제작이 여의치 않을 것이란 점이 부각되는 것입니다.
 
같은 시기에 개봉해 기록적인 흥행을 거둔 두 작품의 속편 제작에 이렇듯 좋지 않은 소식만 들려 오고 있습니다. 일부 관계자는 두 편이 기획단계에서부터 삐걱대는 이유로 최근 충무로에 불고 있는 배급 시장의 제로섬 게임심화가 투자 위축으로 이어져 이런 논란까지 불러 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합니다. 지난 해 추석 시즌 이후 100억 이상 한국형 블록버스터의 연이은 참패가 시장 자체의 투자 위축을 불러오면서 올 하반기 이후까지의 제작 상황이 여의치 않을 것이란 전망입니다.
 
이들 두 편의 속편 제작 소식이 최근 들려오는 한국 영화 위기론의 단편적인 모습일 수도 있겠단 생각을 해봅니다.
  • 김재범

영화 같은 삶을 꿈꿨다가 진짜 영화 같은 삶을 살게 된 이란성 쌍둥이 아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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