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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초원

김치본드? 레몬마켓? 음식으로 보는 경제

2019-08-27 15:04

조회수 : 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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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시지수, 김치본드, 레몬마켓… 마냥 어려울 것만 같던 경제 용어에 종종 음식 이름이 등장한다는 사실, 알고 계신가요? 국가별 통화가치와 물가 수준을 비교하기 위해 만들어진 '빅맥지수'는 많이 들어보셨을 텐데요. 영국 경제지 이코노미스트가 각국에서 팔리는 맥도널드 대표 메뉴 '빅맥'의 가격을 나라별로 비교해놓은 지표입니다. 전세계 프랜차이즈 지점에서 같은 품질을 지향하는 햄버거를 기준 삼으면, 해당 나라의 통화가 저평가되거나 고평가됐는지 손쉽게 가려낼 수 있다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했습니다. 
 
이코노미스트는 매년 두 차례씩 빅맥지수를 발표하고 있는데요. 올해 1월 기준으로는 스위스가 6.76달러로 전세계 1위를 차지했고, 우리나라는 4.11달러로 24위를 기록했습니다. 다만 나라별로 빅맥의 재료 성분이 다르고 마케팅 전략도 조금씩 달라, 최근에는 이런 비교가 큰 의미를 갖기 힘들다는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비슷한 지표로는 '라떼지수'가 있습니다. 세계 주요 도시에 지점을 보유하고 있는 스타벅스 카페라떼(톨사이즈)를 기준으로  측정하는 것인데요.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지난해 전세계 29개 도시의 카페라떼 가격을 분석한 결과 스위스 취리히가 5.76달러로 가장 높은 가격을 기록해, 빅맥지수와 같은 결과를 냈습니다.
 
국제금융시장에 유통되는 각종 채권 가운데서도 음식 이름이 붙은 별칭으로 불리는 경우가 있는데요. 홍콩에서 발행되는 위안화 채권인 '딤섬본드'가 대표적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딤섬'은 짐작하시는 대로 중국식 만두를 통칭하는 바로 그 용어가 맞는데요. 홍콩에서 주로 먹는 음식이라 채권에도 음식을 활용한 재밌는 별칭이 붙었다고 하네요. 
 
우리나라에도 음식 이름이 붙은 채권이 있죠. 바로 국내에서 발행되는 외화표시 채권인 '김치본드'인데요. 외국 기업이 국내에서 달러화, 유로화 등 한국 원화 이외의 외화로 채권을 발행했을 경우 김치본드로 통칭합니다. '레몬마켓'은 단어만 놓고 봤을 때 전혀 상상이 되지 않는 뜻을 갖고 있는데요. 바로 불량품만 차고 넘치는 별볼일 없는 시장을 일컫습니다. 보통 중고차 시장에서 많이 쓰이는 경제 용어인데요. 레몬은 비슷한 과일인 오렌지에 비해 시고 단맛이 없어 쉽게 먹기 힘든 탓에 불량품으로 비유됐다고 하네요. 
 
이 이론을 창시한 미국 조지타운 대학의 조지 애컬로프 교수는 레몬마켓이 생기는 이유를 '정보의 비대칭성'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판매자는 상품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갖고 있는 데 비해, 구매자는 재화의 품질을 알 수 없어 불량품만 유통되는 상황이 생긴다는 설명입니다. 반대로 '피치마켓'이라는 용어도 있는데요. 달콤한 복숭아에 빗대, 고품질의 상품이 대량 거래되는 시장을 말합니다.  
 
마케팅 용어로 많이 쓰이는 '체리피커'도 있습니다. 접시에 놓인 신포도 사이에서 체리만을 쏙쏙 골라먹는 사람을 뜻하는 용어인데요. 기업이 주는 혜택만을 가져가고 정작 돈이 되는 상품은 구매하지 않는 소비자를 일컫습니다. 물론 소비자들은 영리하게 실속을 차렸던 것뿐이지만, 기업 입장에선 이런 유형의 소비자가 늘어났을 때의 대처 방안이 큰 숙제라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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