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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달영의 스포츠란)승부조작 연루 선수 3명이 '원오브뎀'일 가능성이 큰 이유
2016-07-27 20:51:24 2016-07-27 22:00:47
 
미국 프로야구의 대표적 승부조작(match fixing) 사건은 1919년 시카고 화이트삭스 대 신시네티 레즈의 월드시리즈다. 당시 신시네티 레즈 소속 8명의 선수가 도박사측의 제의에 승부조작을 한 사실이 밝혀져 퇴출당했다. 일본 프로야구도 승부조작의 어두운 과거가 있다. 일본 프로야구도 1969년 니시테츠 라이온즈(승부조작 여파로 세이부 라이온즈로 매각됨) 소속 10명이 넘는 선수들이 폭력조직에 연루돼 승부조작을 한 사실이 발각돼 큰 홍역을 치른 적이 있다.
 
지금 한국야구위원회(KBO)와 각 구단들도 승부조작 수사로 노심초사하고 있다. NC와 상무 소속 2명의 선수가 승부조작 혐의로 기소되고 기아 소속 1명의 선수가 수사를 받은 상황에서 추가로 수사대상이 될 선수가 나올 것인지 우려하고 있다. KBO와 구단들이 선수들에게 승부조작 연루 여부를 확인하고 자진 신고를 유도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스스로 승부조작 연루를 실토한 선수는 없다. NC 소속 선수와 기아 소속 선수가 자수하였다고 하지만 냉정히 말하면 수사의 칼날이 자신에게 다가오고 있음을 알고 있는 상황에서 승부조작을 자인한 것이다.
 
승부조작의 메커니즘은 일(브로커) 대 다수(선수), 추가 승부조작 선수 나올 가능성이 커
 
그렇다면 수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승부조작을 실토한 선수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고 보는 것이 맞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수사로 발각되는 범죄보다 실제로 발생하는 범죄가 더 많다는 점과 승부조작은 불법 스포츠도박을 운영하는 측과 연계해서 이뤄지는데 불법 스포츠도박 운영자들이 상당하다는 점에서 지금까지 밝혀진 3명의 선수가 '올(all)'일지 단언하기 어렵다. 오히려 '원오브뎀(one of them)'일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제 불법 스포츠도박과 연계하여 이뤄지는 승부조작의 메커니즘을 보면 그러한 우려가 현실이 될 가능성이 크다. 불법 스포츠도박 운영진과 함께, 또는 프리랜서(?)로 승부조작을 기획하고 실행하는 소위 ‘브로커’는 여러 명의 선수에게 접근 내지 접촉하여 친숙한 관계를 만들고 때가 되면 그들에게 승부조작을 제의한다. 한 명의 브로커가 한 명의 선수에게만 승부조작을 제의할 수 없다. 이유는 이렇다. 먼저 승부조작 실현의 가능성을 높이고 그로 인한 배당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또 승부조작 제의를 받은 선수가 자신만이 승부조작을 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선수도 승부조작을 한다는 인식을 갖게 함으로써 단독범의 불안감을 떨쳐 버리고 안도감을 갖게 하기 위해서다.
 
적극적 승부조작 연루 선수 확인을 통해 프로야구계의 두려움과 불안감을 빨리 떨쳐버려야
 
이러한 연유로 불법 스포츠도박 및 승부조작에 연루된 사람들은 관련된 사람들이 누구인지 알게 되고 실제 수사에서도 이러한 불법 스포츠도박과 승부조작의 특성을 알고 있는 수사기관은 소환한 브로커나 승부조작 선수에게 당근과 채찍을 사용하고 그들은 결국 다른 연루자를 실토하게 된다. 그래서 불법 스포츠도박과 승부조작 사건에서 관련자들이 ‘비엔나소시지’처럼 줄줄이 순차적으로 나오게 되는 것이다. 현재 프로야구 승부조작을 수사하고 있는 창원지검과 경기북부지방경찰철 사이버수사대의 승부조작 수사는 비엔나소시지의 마지막 소시지가 나올 때까지 진행될 것이다.
 
그렇다면 KBO와 각 구단들이 지금처럼 승부조작 수사를 방관하거나 결과만을 기다린다면 승부조작 수사의 여파는 올 한국시리즈까지 갈 수도 있다. 프로야구에 악재인 승부조작의 파동을 그나마 짧게 하려면 적극적인 승부조작 연루 선수 확인 및 분위기 쇄신 작업에 나서야 한다. 지금처럼 선수들과의 면담, 자신 신고 방법으론 부족하다. 지난 경기 재확인 작업의 성과가 어떨지도 미지수다. 우선 모든 선수들에게 서약서를 받아야 한다. 승부조작에 관여하지 않았고 만약 이후에 승부조작 연루가 드러난다면 영구퇴출 및 추가 책임 부담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요구하여 받음으로써 선수단의 내부적 확신 또는 승부조작 자수를 유도해야 한다.
 
장달영 변호사·스포츠산업학 석사 dy6921@daum.net
 
승부조작 사실을 자진신고한 프로 야구선수 유창식(24·KIA타이거즈).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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