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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럭시 10주년 맞은 삼성전자의 고민
(현장에서)기술과 생활의 연결로 소비자의 욕구 이끌어 내야
2019-02-22 00:00:00 2019-02-22 00:00:00
왕해나 산업 1부 기자
[샌프란시스코=뉴스토마토 왕해나 기자] '미래를 펼치다.' 이번 삼성전자 갤럭시 언팩의 주제다. 그 주제만큼이나 삼성전자는 미래 기술을 유감없이 펼쳤다. 공상과학 영화와 미래형 광고에서처럼 표면이 모두 디스플레이로 덮인 스마트폰이 등장했고 종이처럼 펼쳤다가 접어서 주머니에 넣을 수 있는 휴대폰도 나왔다. 모두의 머릿속에서만 상상했던 '그 어려운 것'을 삼성전자가 해냈다.
 
소비자의 입장에서 혁신 기술이 탑재된 제품의 탄생을 보는 것은 즐거운 일이었다. 갤럭시 폴드가 '완벽하게' 접히고 펴질 때마다 행사장에서는 탄성이 터져 나왔고 하나의 화면에서 동시에 3개의 애플리케이션이 구동됐을 때는 박수소리가 천정을 울렸다. 마치 과거 휴대폰, 음악 재생기기, 그리고 PC가 한 곳으로 합쳐져 스마트폰이 됐을 때와 비슷한 전율이었다. 체험존에는 설치되지 않아 직접 만져보지 못한 점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신제품, 그 중에서도 갤럭시 폴드를 두고 사람들은 외계인이 만들었다고 했다. 그 정도로 미래에서 온 기술이 확실하다는 방증일지 모른다. 삼성전자의 무선사업부 개발실장은 이 기술을 처음 선보였을 때부터 완제품이 나오기까지 장장 8년이 걸렸다고 했다. 삼성전자 IM부문장은 스마트폰 하나를 기획하고 개발하기까지 적어도 5년의 로드맵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미래를 내다보는 일은 수고로움을 담보로 한다.
 
안타깝게도 10주년을 맞은 지금 갤럭시S의 위상이 예전만 못하다. 갤럭시S 시리즈는 지난 10년간 삼성전자 전사의 실적을 이끌어왔다고 해도 과장이 아닐 정도였다. 한때는 전사 영업이익 중 68%를 스마트폰 사업이 포함돼 있는 IM사업부문이 차지하기도 했다. 하지만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 정체되고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이 무섭게 추격하면서 연간 출하량 3억대, 분기 영업이익 2조원대가 모두 깨졌다. 좀처럼 돌파구를 찾기가 어렵다는 점이 더욱 문제다. 중국 업체들은 예전처럼 삼성전자를 흉내 내는 데서 그치지 않고 때때로 그 이상의 기술을 내놓는다. 소비자들은 지금 가진 스마트폰도 아직 쓸 만하다고 생각한다.
 
고동진 삼성전자 IM부문장이 20일(현지시간) 갤럭시 언팩 2019에서 갤럭시 폴드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이번에 내놓은 미래 기술이 삼성전자의 실적에 어떻게 기여할 것인가가 관건이다. 삼성전자는 이제 소비자를 끌어들여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교체 수요 이상의, ‘이 폰이라서 바꾸고 싶다’는 소비자의 욕구를 이끌어내야 스마트폰 사업에 활로가 열릴 것으로 보인다. 그러자면 기술이 보여주기에만 그쳐서는 안 된다. 기술이 생활과 연결됐을 때 삶의 질을 끌어올리는 청사진을 보여주어야 한다. 폴더블폰 출시를 두어 달 앞둔 삼성전자의 고민이 깊어지는 이유다.
 
샌프란시스코=왕해나 기자 haena0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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