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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 칼럼)미적지근한 분양가 상한제
2019-08-15 06:00:00 2019-08-15 06:00:00
최용민 산업2부 기자
정부가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적용기준 개선안’을 발표하면서 부동산 시장이 일대 혼란에 빠졌다. 관리처분계획 인가까지 마친 강남권 재건축 단지는 말 그대로 진퇴양난이다. 10월 정책 시행 전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가를 받아들여 선분양을 해야 할지, 아니면 추가 비용 부담을 감당하면서까지 사업을 중단해야 할지 갈피를 못 잡고 있다. 사업 초기 단계 지역은 일찌감치 사업 중단으로 가닥을 잡았다. 당분간 건설업계에 미치는 영향도 상당한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이런 시장 혼란이 적어도 10월까지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이다. 정부는 개선안 발표 내용에서 투기과열지구 및 입주자모집공고 단계라는 기본적인 기준만 밝혔을 뿐 실제 정확하게 언제부터 어느 지역에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는지 밝히지는 않았다. 기본적인(정량적 평가) 조건에 충족하더라도, 주거정책심의위원회 심의(정성적 평가)를 거쳐야 한다. 심의위원회에서 어떤 기준으로 분양가 상한제 적용 대상을 선정할지 불투명하다. 주관적 평가가 많이 반영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여기에 심의위원회 구성도 논란거리다. 심의위원회는 위원장(국토부 장관)을 포함해 총 24명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당연직은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 차관급 9명, 국무조정실 국무2차장,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사장 등 13명이다. 위촉직 11명은 국토부 장관이 위촉하는 민간위원이다. 문제는 이 위촉직에 누가 참여하는지 알 수 없다는 점이고, 회의 내용 역시 비공개다. 이 때문에 정부가 입맛대로 분양가를 통제할 수 있는 준비를 마쳤다는 비판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이번 정부 발표가 사실상 강남권 재건축 단지의 후분양제를 막기 위한 ‘경고성’ 정책이라는 평가를 내놓는다. 강남권 재건축 단지가 HUG의 분양가 통제를 피해 후분양을 실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경고성 정책을 꺼냈다는 시각이다. 구체적인 지역과 시기를 정하기 않고, 또 여당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에서 서둘러 정책이 발표됐다는 데서 의심을 산다. 업계에서는 10월 시행령 발효 이후 심의위원회가 실제 구체적인 지역과 시기를 발표할 것인지에 대한 의구심이 높다.
 
이유가 무엇이든 정부가 구체적인 지역과 시기를 못 박지 않고 기준안부터 서둘러 내놓은 것은 여러 가지 해석을 낳기에 충분하다. 정부 스스로 혼란을 자초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정부는 10월까지 부동산 시장 상황을 지켜보고 난 후에 심의위원회를 통해 구체적인 통제 방향을 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사실상 정부도 부작용 우려가 높다는 점을 시인한 것일 수도 있다. 여당 내부에서는 벌써부터 10월 분양가 상한제 본격 시행을 놓고 서로 다른 의견이 팽배한 상황이다. 시간이 갈수록 논란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차라리 지역과 시기를 구체적으로 못 박는 것이 낫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래야 향후 사업을 어떻게 진행할지 빠르게 결정할 수 있어서다. 지금 상태라면 10월 구체적인 지역과 시기가 발표될 때까지 어떤 결정도 내리지 못하고 허송세월을 보낼 수밖에 없다. 설마 정부도 그걸 바라는 것은 아닐 것이다. 특히 향후 구체적인 지역이 선정됐을 때 심의위원회에서 어떤 기준으로 분양가 상한제 적용 지역을 선정했는지 정확하게 밝혀야 한다. 그래야 정부 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를 확보할 수 있다.
 
최용민 산업2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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