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정유철 "'귀차니즘·빨리빨리' 때문에 성공했죠"
삼성맨 출신의 도전…4년 차 신차 구매 플랫폼 '겟차' 대표 인터뷰
첫차 구매 경험서 사업 구상…제각각 자동차 '최저가'를 한눈에
"신차 구매 플랫폼 넘어 자동차 포털·데이터 기업으로 성장할 것"
입력 : 2019-11-08 07:00:00 수정 : 2019-11-08 07:00:00
[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자동차는 한 사람이 평생 사는 소비재 중에서도 고가로 분류된다. 중고가 아닌 신차를 산다면 적어도 1000만원 이상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이 빚까지 지며 사는 재화지만 실제 판매 가격은 아무도 모른다. 출시가는 있지만 딜러가 할인율을 조절할 수 있어 같은 모델이라도 가격이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신차 구매 플랫폼 '겟차'를 개발한 정유철 대표는 고가의 재화가 이렇게 허술하게 유통된다는 점에 의문을 품고 사업을 구상했다. 한국인은 '최저가'에 민감하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정 대표는 지난 1일 "자동차를 저렴하게 사기 위한 과정은 꽤 고생스럽다"며 "낮은 가격을 원하지만 비교는 귀찮고, '빨리빨리'를 외치는 한국인의 특성 덕분에 '겟차'에 대한 반응은 뜨거울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자신이 느꼈던 문제점에서 사업을 시작한 정 대표는 이제 신차 구매 플랫폼을 넘어 자동차 정보 포탈로 겟차를 꾸미고 있다. 그는 "신차 구매 수요가 줄어도 괜찮다. 겟차는 자동차 정보 교환의 장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한다.
 
지난 1일 서울 강남구 소재 '겟차' 사무실에서 인터뷰 중인 정유철 대표. 사진/겟차
 
첫차 살 때 경험을 사업 모델로…'삼성맨'의 도전
 
정 대표는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에서 일하던 이른바 '삼성맨'이었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대기업을 다니던 직장인이 사표를 던지고 스타트업을 꾸리게 된 배경은 첫차 구매 경험 때문이었다.
 
삼성 근무 시절 정 대표는 오랜 기간 몰던 대우자동차 '레간자' 대신 새 차를 사기 위해 딜러를 만났다. 당시 현대자동차 준중형 세단 '아반떼'를 사려고 했지만 주변 동료들은 무리해서라도 수입차를 사길 권했고 아우디 딜러를 만나게 됐다.
 
처음 만난 딜러는 정 대표에게 정가에서 16% 할인을 제안했다. 이어 두번째로 만난 딜러는 17%를 깎아주겠다고 했다. 16%를 제시했던 첫 딜러는 다른 딜러가 이보다 높은 할인율을 제시했다는 소식에 18%까지 높였다. 불과 이틀 사이에 할인율이 2%포인트 늘어난 것이다.
 
정 대표는 "자동차는 기본 가격 자체가 비싸다 보니 1~2% 차이도 큰 편"이라며 "엄청난 고가의 재화인데 이렇게 가격이 들쑥날쑥하게 유통된다는 것이 이상했다"고 말했다.
 
한 자동차 전시장에서는 딜러가 사람에 따라 다른 가격을 제시하는 경험도 했다. 그는 "노부부가 벤츠 S클래스를 사러 왔는데 남편이 부인에게 선물하는 상황이었다"며 "딜러는 노부부에게 S클래스는 원래 할인이 안되는 모델이라고 설명하더라"고 회상했다.
 
정 대표가 느낀 신차 구매 시장은 자동차 정보를 많이 알수록 더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지는 곳이었다. 그는 첫차를 사며 느꼈던 이런 문제점을 직접 풀기로 했고 이후 8개월 동안 많은 딜러를 직접 만났다.
 
정 대표는 "한국인은 가격에 민감하지만 발품을 팔아 꼼꼼하게 비교한 후 자동차를 사는 사람은 드물다"며 "대부분의 사람이 딜러의 친절함에 혹해 덜컥 계약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자동차 최저가를 알기 위한 과정이 고생스러웠던 그는 "많은 딜러에게 한번에 가격을 물어보고 역경매로 자동차를 살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사업을 구상하게 됐다"며 "연구 끝에 개발한 시제품에서 거래는 성사됐고 나 같은 사람이 많다는 확신을 가지게 되자 미련 없이 사표를 썼다"고 말했다.
 
신차 구매 플랫폼 '겟차' 애플리케이션. 사진/겟차
 
최저가부터 보험까지 한번에
 
자동차 구매는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 모델 선택부터 할인가, 재고 상황, 금융상품, 금리 등을 비교해야 하는 복잡한 과정이기 때문이다.
 
실제 정 대표가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소비자 한 명이 신차를 구매하기까지는 평균 6주가 걸렸다. 139번의 검색, 14번의 동영상 시청 등 온라인 정보 탐색도 약 900번 이상을 거친다.
 
겟차는 가입한 딜러들이 판매 가격을 업로드하면 이를 금융상품과 연계해 소비자에게 제시한다. 현재 겟차에 가입한 딜러는 820명에 이른다. 모든 딜러가 항상 참여하지는 않기 때문에 월 기준 실제 활동하는 인원은 약 300명 정도로 추산된다. 소비자들은 딜러들이 제시하는 27개 브랜드 463개 차종의 거래가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정 대표는 "과거에는 전시장에서 차를 구매하는 것이 당연했지만 이젠 구시대의 유물"이라며 "딜러들도 전시장을 구매의 공간보다는 차 실물을 확인하는 곳이라고 여긴다"고 말했다.
 
실제 겟차 애플리케이션에 접속해 구매상담을 신청하면 유사 사용자의 차량 구매 데이터에 기반해 개개인에 적합한 차종을 추천한다. 구입하고 싶은 모델과 트림, 할부 기간을 선택하면 금융사별로 금리와 한 달 납입 금액도 한눈에 비교할 수 있다. 원한다면 보험 가입까지 할 수 있다.
 
차 실물을 직접 보길 원한다면 전시장 방문이나 시승을 신청하는 정도의 수고는 필요하겠지만 이를 제외하고는 모든 과정을 내 방 안에서 해결할 수 있다.
 
특히 정 대표는 신차 금융상품을 쉽게 비교할 수 있는 것이 겟차의 장점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구입할 모델을 선택하기도 쉽지 않지만 50개가 넘는 금융상품을 비교하는 것도 큰 스트레스"라며 "어떤 고객은 믿을만한 딜러에게 두 번이나 차를 바꿨는데 겟차에 검색해보니 그 딜러가 불리한 금융상품을 제시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고마움을 표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정유철 '겟차' 대표. 사진/겟차
 
스타트업 홍수…자리 잡은 4년차 '겟차'
 
2015년 설립 후 4년 차가 된 겟차는 시장에서 성공한 스타트업으로 꼽힌다. 4년간 진행된 누적 견적요청은 388만건, 거래 차량 수는 6904대, 거래 금액은 2761억원에 달한다.
 
특히 올 초 애플리케이션 업데이트 후 실적이 증가했다. 정 대표는 "지난해에는 월 기준 10만건을 넘기지 못했는데 올 1월 10만건을 돌파했다"며 "거래 대수도 지난해에는 월 기준 300대를 넘지 못했는데 올해에는 400대 이상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어 "과거에는 업데이트해도 반응이 없었는데 최근에는 게시판에 관련 글이 종종 올라와 이용자가 늘었다는 것을 실감한다"고 덧붙였다.
 
겟차는 딜러와 소비자의 징검다리 역할을 하지만 직접 판매는 하지 않는다. 주요 수익원은 광고로 자동차 기업, 딜러사, 금융사, 보험사, 모빌리티 기업 등이 겟차를 통해 회사를 홍보하고 있다. 정 대표는 "이달 광고는 지난달에 이미 마감이 됐다"며 "비중은 금융사가 가장 높고 그 다음이 판매사며 연장을 위한 재계약 문의도 많다"면서 자신감을 내비쳤다.
 
작아지는 신차 시장…"데이터 제공 기업으로 도약"
 
하지만 공유 경제 성장으로 신차 구매가 점점 줄어들고 있기 때문에 일각에서는 겟차의 미래에 대한 어두운 전망도 나온다.
 
이에 정 대표는 "한국 시장 특성상 공유차 시장이 크게 성장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대신 자동차 구독서비스, 장기렌트 같은 시장은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개인 소비자의 신차 구매는 줄어들 수 있지만 자동차 이용에 대한 수요 자체는 감소하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트렌드에 발맞춰 겟차도 이에 맞는 플랫폼으로 진화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는 "신차를 사려는 고객은 물론 관련 서비스, 애프터 마켓 등에 관심 있는 고객이 소통할 수 있는 장으로 꾸미려고 한다"며 "실제 한 구독서비스 업체는 겟차의 이러한 기능을 긍정적으로 보고 광고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또 신차 구매 패턴 등의 정보를 축적해 자동차 기업이나 딜러사에 판매하는 데이터 기업으로의 도약도 꿈꾸고 있다. 이를 위한 부설 연구소도 설립했다. 정 대표는 "일부 수입사에 취합한 데이터를 이미 판매하고 있다"며 "차량 데이터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기업으로 도약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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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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