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막는 게 능사는 아니다
입력 : 2019-11-20 06:00:00 수정 : 2019-11-20 16:15:11
최근에 금융투자업계 안에서 벌어진, 또 바깥에서 벌어졌지만 금융투자업계로까지 영향이 확대된, 몇 가지 일들로 인해 금융투자와 관련된 제도와 규정이 바뀔 조짐이다.  
 
가장 최근의 일은 은행의 DLF(파생결합펀드) 사태다. 독일 국채금리가 마이너스로 하락하지만 않는다면 은행 예금이자보다 많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상품. 은행에서는 DLF를 이렇게 안내하며 판매했고, 대다수 투자자들은 이 상품에 내포된 위험성을 간과한 채 가입했다가 가능성 희박해 보이던 그 일이 벌어져 큰 손실을 안게 됐다.
 
지난달에는 라임자산운용이 사모펀드 환매를 중단한 일이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금액이 조 단위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난리가 났다. 운용사 측은 손실을 줄이기 위해 환매를 연기한다고 밝혔지만 투자자들은 불완전판매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마침 조국 법무부 장관 가족의 사모펀드 투자로 떠들썩하던 시기여서 사모펀드가 불법과 탈법의 온상인양 비춰지기 딱 좋았다. 
 
결국 금융당국은 칼을 빼들었다. 은행에서 고위험 상품을 못 팔게 하겠다며 사모펀드 판매를 금지하고, 사모펀드 최소가입금액을 1억원에서 3억원으로 높이기로 했다. 위험한 상품인만큼 문턱을 높여 일반인들의 접근을 줄이겠다는 의도일 것이다. 
 
무슨 일만 벌어지면 문턱부터 높이거나 문을 닫아 거는 것이 금융당국의 일관된 대응전략인 것 같다. 
 
문제를 들여다보자. DLF 사태가 사모펀드 가입금액이 낮아서 생긴 문제인가? 원래 DLF라는 투자상품이 갖고 있는 고유의 특성을 고객에게 상세히 안내하지 못했고, 그로 인해 고객이 해당 상품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가입하는 바람에 벌어진 문제 아니었나? DLF를 예금으로 알고 가입한 게 DLF 문제인가, 판매한 직원 문제인가? 
 
투자에는 당연히 그에 준하는 위험이 따른다. DLF에 투자했다가 손실 볼 수 있다. 그건 전적으로 투자자의 책임이다. 문제는 그런 위험이 있는 줄 몰랐던 고객이 많았다는 사실이고, 그 책임은 은행에게 있다. 물론 ‘몰랐다’는 사실을 입증하긴 어려울 것이다. 은행은 필요한 서류에 필요한 사인을 받았을 테니까. 
 
1억원과 3억원의 문제도 아니다. 전 재산 1억원을 거기에 몰아넣었다는 투자자 사례를 들었는데 그건 그의 투기적 성향 문제이지, 1억원과 3억원 차이로 투자와 투기가 나뉘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키코(KIKO) 사태도 그랬고, 엔화대출도 그랬다. 나름대로 활용할 저마다의 가치가 있는데 그중 특정한 부분만 부각해 판매하는 바람에 문제가 됐고 금융당국은 금지로 대응했다. 특정지역에서 교통사고가 자주 발생하면 도로 상태나 교통신호 체계가 적절한지 살피는 것이 정상이다. 차량 통행을 막고 자동차 판매를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 
 
오랜 기간 뛰어난 투자성과를 보여준 사모펀드 운용사와 투자자문사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농담 반 진담 반으로 “가입금액 좀 낮춰서 일반인들도 투자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고 했는데, 금융당국은 다른 생각인가보다. 
 
뛰는 아파트 값을 잡겠다며 대출을 규제하고 분양가 상한제를 실시한 결과 현금 많은 부자들만 로또 청약에 당첨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됐다. 금융투자도 ‘그들만의 리그’로 만들 생각인지, 안타깝다. 
 
김창경 증권부장/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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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창경

<매트릭스>의 각성한 네오처럼, 세상 모든 것을 재테크 기호로 풀어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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