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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산업은행이 본 혁신의 위기
2019-12-10 11:22:29 2019-12-10 11:22:29
"우리나라는 정치적·사회적으로 불신의 골이 깊어 서로 싸우기만 한다. 지금 경제를 고민해야 하는데, 이러다 대한민국 망한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최근 기자들과 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정치·경제·사회 등 모든 영역에서 의혹과 비난의 눈으로만 바라보는 풍조가 있다고 일갈했다. 혁신성장 등 경제의 패러다임 전환이 시급한 지금, 이러한 불신들이 오히려 방해가 된다는 것이다.
 
특히 이 회장은 회사와 노조간의 불신을 꼽았다. 그는 "일부 노조는 구조조정을 하면 노동자를 죽이려고 한다"며 "2-3개월이 되면 끝날 일이 장기화돼 국가적으로 낭비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빨리 정리하고 나아가 새로운 기업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호봉제 정년연장도 비판했다. 그는 "생산직 노조들이 나이가 들면 생산력은 떨어지는데, 월급은 계속 높아진다"며 "젊은 사람들과 연봉차이가 엄청나게 벌어진다"고 말했다. 이어 "이렇게 높은 임금에서 또 정년을 연장해주면 우리나라 제조업이 얼마나 버틸지 모르겠다"며 "지금이 우리 경제를 고민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
 
이 회장 발언의 배경에는 현재 글로벌 경제상황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글로벌 경제의 화두는 '혁신'이다. 50~60년된 대기업들보다, 페이스북·구글 등 15~20년된 기업들이 세계경제를 이끌어가는 상황이다. 우리나라도 하루빨리 구태를 버리고 혁신기업을 발굴해야 하는 이유다. 이 과정에서 구조조정도 필요하다. 물론 구조조정 과정에 앞서 사회적 안전망도 마련돼야 한다. 앞서 이동걸 회장도 "(구조조정해도) 나가서 굶어죽지 않도록 안전망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혁신을 막는 경우는 사회적 문제만 있는 것이 아니다. 정치적인 이유도 존재한다. 현재 금융혁신 관련 법안들은 여전히 국회에서 계류 중이다. 일각에서는 특별한 쟁점이 없는데도, 정쟁 때문에 통과가 계속 미뤄지고 있다. 최악의 국회라고 비판받는 이유도 이와 다르지 않다.
 
혁신을 장려하기 위해서는 실수를 용인해야 하는 분위기가 필요하다. 이동걸 회장도 "실패를 욕하지 말고 진취적인 분위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는 혁신기업을 발굴하는 산업은행이 고민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제는 모든 사회 구성원이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최홍 기자 g243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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