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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침입자’ 송지효, 이미 계획했던 10년의 시간
“영화 하고 싶던 시기에 만난 ‘침입자’, 배역까지 마음에 들어”
‘런닝맨’ 통해 밝은 이미지 보여 줄 기회 얻어…“장점 더 많다”
2020-06-04 00:00:05 2020-06-04 00:00:05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아마도 다 계획이 있었나싶었다. 무려 10년 동안 SBS 예능프로그램 런닝맨에 출연 중이다. 배우란 타이틀보다 예능인또는 방송인이미지가 더 강해져 버렸다. 사실 따지고 보면 그의 고향은 영화였는데도 말이다. 국내 시리즈 영화의 전설적인 히트 메이커 여고괴담시리즈의 3번째 이야기 여고괴담3-여우계단’(2003)을 통해 데뷔했다. ‘색즉시공2’의 코미디, ‘쌍화점의 파격 노출도 있었지만 데뷔작 여고괴담3’의 이미지 때문이었나 보다. 드라마와 영화에서 연이어 무겁고 어둡고 강한 배역만 그의 차지가 돼 왔었다. 그래서 런닝맨출연도 계획을 하고 시작한 것이었다. 뭔가 좀 건강하고 밝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단다. 그렇게 계획하고 시작한 게 10년이다. 작년을 제외하곤 매년 한 두 편의 영화 드라마를 소화했다. 그럼에도 런닝맨이미지가 너무 강했다. 그래서 침입자가 왔을 때 송지효는 두 눈이 반짝였단다. 우선 배우라면 무조건 탐을 낼 만한 캐릭터가 그를 당겼다.
 
배우 송지효.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스릴러 장르로선 데뷔작 이후 무려 17년 만이다. 배우의 시작, 그리고 현재까지의 가장 마지막을 같은 느낌으로 시작해서 현재 진행형을 이어가고 있는 셈이다. 천상 배우일 수 밖에 없는 송지효였다. ‘침입자는 배우라면 무조건 탐을 낼 만한 캐릭터 열전이다. 주인공 서진유진은 그런 배역이다. 영화를 너무 하고 싶은 시기가 왔었고, 그때 침입자시나리오가 왔단다. 고민할 이유는 없었다.
 
스토리도 너무 마음에 들었고, 특히나 배역이 다른 누구에게 가는 게 너무 싫을 정도로 하고 싶더라고요. 예능으로만 제 이미지가 굳어가나 싶어서 영화를 꼭 하고 싶다는 생각이었는데, 이런 좋은 작품이 제가 왔어요. 변신이란 단어를 쓰긴 너무 그래요. 제 데뷔작이 스릴러였기에(웃음). 뭔가 다른 걸 해볼 수 있겠단 생각에 다른 고려 사항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죠.”
 
그가 연기한 유진이란 인물은 미스터리하고 의문스런 사람이다. 25년 만에 서진(김무열)의 가족 앞에 나타난 잃어버린 동생이라고 주장한다. 여러 정황과 증거가 서진의 가족이 25년 전에 잃어버린 동생이란 점을 가리키고 있었다. 하지만 서진의 의심, 그리고 서진의 의심이 맞는 것 같게 관객들도 느끼게 만들어야 하는 송지효의 연기가 이 영화의 킬링 포인트다.
 
배우 송지효.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진짜 그게 가장 힘들기도 하고, 가장 신경을 써야 하는 지점이었죠. 어떤 타이밍에 어떤 강도로 어떤 색깔로 유진의 모습을 어느 정도까지 보여줘야 하나. 그게 가장 고민이 되는 점이었어요. 물론 시나리오에 나와 있고 감독님이 계시지만 이 장면에서 이렇게 튀어나와도 되나. 저 장면에선 이래도 되나 싶었죠. 물론 제 내면의 어두운 면을 끌어 올리는 건 사실 어렵진 않았어요.”
 
그런 수위 조절은 침입자에서 송지효가 쥐고 있는 일종의 에이스 카드였다. 그는 서진을 혼란스럽게 해야 한다. 서진의 가족들도 혼란스럽게 해야 한다. ‘침입자를 보고 있는 관객들도 혼란스럽게 해야 한다. 나아가선 자신조차도 혼란스럽게 만들어야 한다. 물론 그 지점은 서진을 연기한 김무열도 마찬가지였다. 모두를 속여야 하면서도 자신까지 속여야 하는 입장이었다.
 
“(웃음) 연기 자체가 사실 속이는 작업이잖아요. 가짜를 진짜처럼 보이게 만드는. 우선 누가 진짜 침입자일까. 그걸 서진도 유진도 모르잖아요. 관객들도 모르고. 그럼 대체 진짜 침입자는 누구지. 물론 표면적으론 유진이 25년 만에 나타났으니(웃음). 사실 영화 상영 버전에는 나오지 않은 여러 장면이 꽤 있어요. 그 장면을 보면, 서진도 유진도 아닌 서진의 가족 전체가 침입자처럼 느껴지는 장면이거든요. 감독님이 정말 세밀하게 장면을 연출하고 계산을 하신 영화에요. 더 이상 말씀 드리면 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요. 하하하.”
 
배우 송지효.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이런 느낌은 영화 전체로 퍼지기도 한다. ‘침입자는 사실 이상하다. 모든 게 이상하다. 가족의 모든 것이 낯익은 느낌이 아니다. 서진도 마찬가지고, 유진 역시 마찬가지다. 심지어 서진의 가족이 사는 집까지 낯선 분위기가 강조돼 있다. 고풍스런 외관과 사람이 살 것 같지 않은 느낌의 내부 구조와 그 안에 흐르는 공기마저도 기괴한 느낌이 강조돼 있는 듯싶다. 그 안에 서 있는 유진은 그 이상함을 완성하는 정점이다.
 
사실 전 예전에도 그랬고, 현장에서 꽤 수동적인 느낌이 강하게 작업을 해요. 제가 별다른 의견을 제시하지도 않고. 감독님이 치밀하게 구성한 세계에 제가 이러쿵저러쿵 의견을 내는 게 이상하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이번에는 제가 좀 능동적으로 대처를 했어요. 느낌은 수동적이지만 유진이란 캐릭터 자체가 상당히 능동적이잖아요. 일종의 공격형이란 느낌이 너무 좋았죠. 뭘 더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또 고민했어요.”
 
함께 연기한 김무열에 대한 얘기를 빼놓을 수 없었다. 김무열은 송지효의 무게감에 두 손 두 발을 들었다고 할 정도로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영화에서 김무열과 송지효가 만나는 첫 장면이 실제 침입자의 첫 촬영이었단다. 그 장면에서 송지효의 아우라를 잊을 수 없었다는 김무열이다. 반대로 송지효는 김무열의 무게감을 이렇게 전했다.
 
배우 송지효.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어디 한 장면을 꼽기가 힘들어요. 첫 등장부터 김무열씨가 나오는 데 뭔가 중심이 딱 잡히는 느낌이 나더라고요. 무열씨가 영화의 긴장감과 무게감 디테일을 살려가며 연기를 하는 데 그 모습이 너무 인상 깊은 거에요. 전 제 연기를 보면서 아쉬움만 보이는데 무열씨는 어떻게 그런 모습이 나오는지 너무 부러웠죠. 현장에서도 거리두기때문에 멀찍이 떨어져 있었는데 진짜 엄지 척을 몇 번이라도 해주고 싶어요.”
 
침입자도 그렇지만 그는 유독 어둡고 사연 많은 배역들만 도 맡아 왔다. 그래서 자신의 밝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 런닝맨출연을 선택했고, 그 선택은 10년이 지난 지금도 이어져 가고 있다. 물론 예능에서 소비되는 이미지를 걱정하는 팬들도 많다. 영화계 관계자들도 많다. 하지만 송지효는 전혀 그렇지 않단다.
 
배우 송지효.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어디서 어떤 모습으로 등장하고 보여드리던 그게 다 저에요. 물론 제게 가장 편하고 익숙한 건 런닝맨이죠. 그래서 이젠 송지효하면 런닝맨을 떠올리시잖아요. 배우로서 아쉬울 수 있다? 전 오히려 좋은 게 많아요. 배우로서 결과가 좋지 못한 모습을 금방 잊어 주시잖아요. ‘런닝맨의 밝은 송지효를 떠올려주시니 저도 탄력을 받고 힘을 얻고 용기를 내서 또 새로운 송지효를 보여드릴 준비를 할 수 있고. 뭘 하든 송지효잖아요(웃음)”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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