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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극장 밖 시선도 이 정도인데
2020-08-11 00:00:00 2020-08-11 00:00:00
한국 영화계를 살릴 별도의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코로나19’로 전 세계 경제활동이 위축되고 온 나라가 계속된 집중호우에 물난리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한가하게 무슨 영화 얘기냐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사람이기에 의미 있는 여가 시간을 보낼 콘텐츠의 하나로 가장 보편 대중화된 영화가 필요하다. 의식주만 해결된다고 인간다운 삶이 보장되는 게 아닌 것처럼 말이다.
 
반대로 생각해봐도 좋다. 영화계란 거대한 생태유기적 구조 속에 몸담은 사람들에겐 의식주를 해결할 업계 부활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이래저래 한국 영화계에 심폐소생을 불어넣을 제도적 장치가 아쉬운 요즘이다
 
상업영화 감독 데뷔 초읽기에 들어갔던 친한 형이 있다. 3년 간 사전준비를 마치고 지난해 말 드디어 출발선에 섰다. 투자배급사 투자 결정이 사실상 마무리 됐고, 제작사와의 작업 논의와 배우 캐스팅도 확정됐다. 그토록 고생하면서도 영화계를 떠나지 않고 버틴 그 시간을 잘 알기에 그의 시작을 누구보다 축하했다. 주연배우 스케줄에 따라 올해 초 크랭크인에 들어가면 흥행 여부와는 별도로 그는 인생 2막에 진입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2월부터 확산된코로나19’ 때문에 영화계 전체가 올 스톱 되면서 그의 영화도 백지화 됐다. 투자는 중단됐고 스태프는 해산했다. 그 형은 대리운전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계를 유지 중이다. 이마저도 영화계에서 잔뼈가 굵은 그이기에 버티고 있는 상황이다. 수많은 영화계 종사자들이 이 바닥을 떠났고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한창이던 때에 비하면 분명 한국영화계는 회복세다. 하지만 작년과 비교하면 아직도 50% 수준에 불과하며 그렇지 않아도 초대형 상업영화에 몰리는 영화편중 현상은 더 심화되고 있다. 이제 작은 영화, 다양성 영화, 독립 영화들은 투자 받을 기반도, 함께 할 인력도, 상영될 극장도, 보러 올 관객도 없어 그 존재 자체가 위협받고 있다.
 
대형극장도 숨을 헐떡이긴 마찬가지다. 방역 시스템을 구축하며살아남기에 여념 없지만 언제까지 버틸지 장담할 수 없다. 지금의 멀티 플렉스 극장 체인은원스톱 멀티 엔터테이닝을 표방한다. 영화만 보는 게 아니라 극장 안에 있는 여러 즐길 거리를 향유하도록 하나의 상권이 상영관을 중심으로 형성돼 있다. 그러나 코로나 시대 관객들은 보러 온 영화만 보고 썰물처럼 극장을 빠져나간다. 단지 이 때문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매일 천문학적인 손해를 극장 측은 감수 중이다. 출혈을 계속하면서도 그 손해를 감수하지 않으면 플랫폼 사업 기반이 무너져버릴 것을 알기 때문이다.
 
계속된 집중호우로 전국이 물에 잠겼다. 이런 일 막자고 4대강에 뿌린 22조원이 아쉽고 또 아쉽다. 허공에 날린 그 예산의 100분의 1만 영화계 전반에 고루 투자가 됐어도 지금 영화계는 더 단단해진 지지대를 기반으로 이 시기를 버텨낼 힘이 있었을지 모른다. 앞으로도 이런저런 이유로 현 정부의 추경예산은 집행될 것이다. 시급한 우선순위에 따라 예산이 투입되겠지만 그때 영화계가 한 방울 혈액이라도 기대해 봐도 될까.
 
한국영화계라는 이 시장. 세계 제일의 경쟁력을 띤 분야로 한껏 도약할 그 시작점에 있었던 이 시장. 이대로 헐떡이다 죽어가지 않도록 별도의 제도적 지원을 기대해봐도 될까. 바람을 넘어 절실하게 호소하고 싶은 요즘의 상황이다. 그 시장 밖의 시선조차 이런데, 그 안에 당사자는 오죽할까.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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