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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LG, 가전 '디자인 혁신' 칼뽑았다
삼성전자, 비스포크 주역 이재승 사장 승진…생활가전 첫 사례
LG전자 CEO 직속 CX랩 신설…황성걸 홍익대 교수 랩장으로
2020-12-07 06:05:00 2020-12-07 06:05:00
[뉴스토마토 권안나 기자] 삼성전자(005930)LG전자(066570) 등 국내 대표 가전 업체들이 '디자인 혁신'을 위한 조직 재정비에 나섰다. 코로나19로 인테리어에 투자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예쁜 디자인'이 곧 수익으로 직결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비스포크 키친 유튜브 광고 캡쳐 화면. 사진/삼성전자
 
6일 삼성전자와 LG전자에 따르면 양사는 모두 코로나19에 따른 불확실성이 높아진 환경에서도 실적이 향상된 점을 감안해 전년 대비 대폭 늘어난 2021년 임원인사를 실시했다. 
 
삼성전자는 이번 사장단 인사에서 생활가전사업부 이재승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키고 생활가전사업부장으로 임명했다. 이 사장은 비스포크 시리즈 등 밀레니얼 세대를 겨냥한 신개념 프리미엄 가전제품 개발을 주도하며 삼성전자 가전의 새로운 시대를 여는 데 주요한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삼성전자가 생활가전 출신 임원을 사장으로 임명한 것은 이 사장이 처음이다.
 
이 사장은 올해에도 비스포크를 필두로 한 삼성전자의 디자인 혁신 작업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첫 선을 보인 맞춤형 가전 '비스포크' 냉장고는 올해 10월까지 전체 냉장고 제품 판매에서 65%를 차지할 만큼 빠르게 성장했다. 삼성전자는 비스포크 냉장고의 인기에 힘입어  직화오븐, 전자레인지, 식기세척기 등 주방가전 전 품목으로 라인업을 확대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부친인 고 이건희 회장의 타계 이후 첫 경영 행보로 전사 디자인 전략회의를 주재할 정도로 디자인에 대한 중요성을 피력하고 있다. 이는 고 이건희 회장이 "0.6초만에 고객의 발길을 붙잡지 못하면 마케팅 전쟁에서 승리할 수 없다"며 주창한 '디자인 혁명'을 계승하는 행보로 보여 더욱 의미가 깊다. 이 부회장은 디자인 전략회의에서 "디자인에 혼을 담아내자. 다시 한 번 디자인 혁명을 이루자"고 강조했다. 
 
이재용 부회장이 디자인 전략회의에서 로봇 신제품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지난달 말 임원인사 및 조직개편을 실시한 LG전자도 선행디자인연구소를 재편해 CEO 직속으로 격상한 'CX랩'을 신설하며 디자인 혁신을 가속화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CX랩은 고객경험에 기반해 디자인 역량을 강화하는 역할을 맡는다. 특히 CX랩장에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 학과장인 황성걸 교수를 기용했다는 점이 주목된다. 황 교수는 미국 마이크로소프트, 모토로라 등에서 제품과 서비스를 디자인한 경험이 있다. 
 
LG전자는 올 들어 공간 가전 브랜드 'LG오브제 컬렉션'을 론칭하고 인테리어 가전을 찾는 소비자 수요 잡기에 본격적으로 나선 바 있다. 'LG오브제'는 앞서 LG전자가 선보인 가구와 가전이 결합된 형태의 신개념 브랜드다. 독창적이고 아름답지만 실용성이 떨어지고 가격대가 높아 특정 수요층의 관심을 끄는 데 그쳤다. LG오브제 컬렉션은 여기에 담긴 공간가전에 대한 인식을 계승하면서도 익숙한 가전 형태를 통해 접근성을 높였다고 할 수 있다. 
 
한편 구광모 LG그룹 회장도 디자인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해온 바 있다. 구 회장은 올초 LG전자 서초 R&D캠퍼스 내 ‘디자인경영센터’를 방문해 고객 가치 중심의 디자인 현장경영에 적극 나섰다. 당시 구 회장은 LG전자의 스마트 도어, 벽밀착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 등 혁신 가전 제품들을 직접 살피고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했다. 구 회장은 당시 "디자인은 고객 경험과 감동을 완성하는 모든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가전 유통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비스포크 출시 이후 젊은 세대의 고객들 중심으로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면서 "다소 보수적인 LG전자에서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을 보면 비스포크의 성공 사례를 스터디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 가전에서도 성능이나 기능을 넘어 디자인적인 측면이 필수 요소라는 점은 전 세계적인 트렌드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권안나 기자 kany87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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