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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적쇄신 지연에 '정홍원 유임' 트라우마
정홍원→안대희→문창극→다시 정홍원…헌정사 '최초'
"최악 땐 한덕수 유임…결국 윤 대통령 의지대로 될 것"
2024-04-17 18:16:08 2024-04-17 18:23:29
[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인적쇄신에 난항을 겪으면서 여권 전체가 '정홍원 트라우마'에 휩싸였습니다. 정홍원 전 국무총리는 2014년 세월호 참사에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지만, 후임자의 연쇄 낙마로 두 달여 만에 유임됐습니다. 사의를 밝힌 총리가 유임된 것은 헌정 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습니다. 4·10 총선에서 참패한 윤 대통령도 사의를 표명한 한덕수 국무총리와 이관섭 대통령 비서실장의 후임을 찾지 못하면서 10년 만에 '정홍원 트라우마'가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최악의 경우 한 총리가 기약없이 직을 수행하며 윤석열정부의 '식물정부' 이미지만 키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17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출입기자단과의 간담회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홍원, 세월호 참사 후 사의…후임자 연쇄 낙마로 '1년 더'
 
'정홍원 트라우마' 데자뷔 한 가운데를 관통하는 것은 윤석열정부의 인물난입니다. 17일 정치권을 발칵 뒤집은 '박영선 국무총리설', '양정철 대통령 비서실장설', '김종민 정무특임장관설' 등도 이와 무관치 않습니다.
 
문제는 새 총리 임명으로 분위기 전환을 하지 못하면 윤 대통령은 '식물 대통령'으로 전락하는 시기가 더 빨라질 것이란 점인데요.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야당 3인방' 카드에 대해 "결국은 본인이 생각하는 사람으로 관철시켜 나가기 위한 전형적인 '애드벌룬 기법"이라고 평가했는데요. 그러면서 "(후임 인선이 늦어지면) 한덕수 국무총리가 어쩔 수 없이 국정을 끌고 가는 상황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며 "이 경우 공무원들도 말을 안 들어 시행령 통치조차 어렵다"고 지적했습니다. 
 
국민의힘으로서는 10년 전 박근혜정부 당시의 악몽을 떠올릴 수밖에 없습니다. 세월호 참사 발생 열흘 후인 2014년 4월27일 당시 국무총리였던 정홍원 전 총리는 "모든 책임을 지고 직을 내려놓는다"며 사의를 표명했습니다. 
 
이후 박근혜 전 대통령은 안대희 전 대법관을 총리 후보자로 지명했지만, 변호사 시절 5개월간 16억원을 수임료로 받은 사실이 알려지며 전관예우 논란이 커졌고 6일 만에 사퇴했습니다. 안 전 대법관에 이어서는 문창극 전 중앙일보 주필이 지명됐습니다. 하지만 그 역시 위안부 관련 과거 발언이 역사관 논란을 빚었고, 결국 14일 만에 스스로 물러났습니다. 
 
박 전 대통령은 6월26일 정 전 총리의 유임을 결정했고, 이듬해 2월 이완구 전 총리가 임명되기까지 296일간 직을 수행했습니다. 그가 총리로 재직한 약 2년의 기간 중 절반가량을 후임을 구하지 못해 어쩔 수 없이 임기를 연장하게 된 것입니다. 이 때문에 당시에는 그를 두고 '불멸의 총리', '현대판 황희 정승'이란 우스갯소리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정 전 총리의 후임이었던 이완구 전 총리가 70일 만에 자진 사퇴했을 때에도 그가 다시 돌아오는 것이 아니냐는 농담 섞인 관측이 나올 정도였습니다. 
 
고개 드는 '한덕수 유임설'…"윤석열, 식물 대통령 전락"
 
윤석열정부도 박근혜정부의 전철을 밟게 된다면 국정 혼란은 불가피합니다. 윤희석 국민의힘 선임대변인은 지난 15일 SBS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여차하면 한덕수 총리로 계속 갈 수도 있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여차가 아니라 안 되는데 어떡하냐"며 사실상 가능성이 가장 높은 방안임을 자인했는데요. 이어 그는 "정홍원 총리도 박근혜정부 때 계속 뒤에 후임 총리들이 임명 무산되는 바람에 거의 1년 가까이 그냥 계속 시동 끄고 갔지 않느냐. 그러니까 이게 이 정부의 불행이라는 것이다"라고 지적했습니다. 
 
더 나아가 윤석열정부가 더 이상 국정의 동력을 찾지 못하고 자중지란에 빠질 것이란 관측도 나옵니다. 추미애 민주당 경기 하남갑 당선인은 SBS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이날의 하마평을 두고 "박근혜정부가 탄핵 직전 분위기를 진정시키기 위해 노무현정부에서 정책실장을 지냈던 김병준 씨를 총리로 지명을 한 것과 유사한 느낌이 든다"고 진단했는데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터져 나오던 2016년 11월 거국중립내각안이 부상하면서 박 전 대통령은 '노무현의 사람'으로 분류되던 김병준 전 교육부총리를 총리 후보자로 지명했던 것을 지칭한 것입니다. 당시 야당과 일부 비박(비박근혜) 의원들은 총리 내정 사실을 국회에 먼저 통보하는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인사청문회를 거부했고, 김 전 부총리의 인선안은 사실상 청와대가 지명을 철회하는 것으로 마무리된 바 있습니다. 이후 박 전 대통령의 탄핵안이 가결됐고 국정은 차기 대통령선거가 치러지기 전 까지 수 개월간 마비됐습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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