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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외 커뮤니케이션 전문가에 SCM까지 떼준 KT
SCM까지 더해진 '경영지원부문' 수장 임현규 주목
통상 내부 사정 정통한 인물 앉히지만…'낙하산 의심' 외부 인물
SKT·LGU+ SCM 구매는 재무실서…KT 구조 '이례적'
2024-04-29 06:00:12 2024-04-29 07:41:38
[뉴스토마토 배덕훈·이지은 기자] 김영섭 대표 체제 하 KT가 낙하산 인사 등으로 세력 구도가 나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핵심 인물로 임현규 경영지원부문장(CSHO·부사장)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MB계로 분류되는 임 부사장은 최근 4·10 총선 이후 영향력이 더욱 급부상하는 모양새입니다.
 
26KT에 따르면 임 부사장은 지난해 11월 말 영입돼 사업 경쟁력과 경영관리 고도화를 위해 신설된 '경영지원부문장'을 맡고 있습니다. KT는 당시 조직 개편을 통해 경영기획부문과 경영지원부문을 통합했는데요. 현재 KT의 경영지원부문은 대외협력(CR)·홍보실·SCM(공급망관리)전략실·ESG경영추진단을 관장합니다.
 
지난달 29일 열린 KT 파트너스 상생 서밋 2024에 참석한 임현규(첫번째줄 왼쪽에서 네번째) KT 경영지원부문장 부사장. (사진=KT)
 
임 부사장이 수장으로 앉은 경영지원부문은 사내 안팎을 챙기는 역할을 맡습니다. 통상 내부 사정에 정통한 인물을 자리에 앉히는데요. 역대 대표가 중점을 둔 부분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지만 그간 KT그룹 차원의 경영전략을 세우고 재무를 총괄하는 역할은 경영기획부문이, 인사·기업문화 등 사내 안팎을 챙기는 업무는 경영지원부문이 담당했습니다.
 
앞선 사례를 살펴보면 황창규 전 회장 시절에는 김인회 전 KT 사장이 경영기획부문을, 구현모 전 KT 사장은 경영지원부문을 맡았고, 구현모 전 사장 시절에는 박종욱 전 KT 사장이 경영기획부문을, 신현옥 전 KT 부사장은 경영지원부문을 담당했습니다. 하지만 임 부사장은 미디어 이력을 바탕으로 지난 2013년 비즈니스서비스추진실장(부사장)으로 수개월간 잠깐 KT에 몸담았을 뿐 사실상 외부 인물입니다.
 
현재의 KT 경영지원부문은 앞서 언급했듯 기존의 경영지원부문과 경영기획부문이 통합된 형태입니다. 전략실, 인재실, 재무실이 대표 직속으로 떨어져 나갔지만, 기존 사장과 부사장급이 관리하던 조직을 임 부사장이 총괄하게 되면서 과도하게 힘을 실어준 것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당시 KT는 "전략실·인재실·재무실이 대표 직속으로 편제되면서 대표를 지원하는 경영지원 기능이 명확하고 전문화됐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조직 체계상 경영지원 기능이 중복되는 형태로 볼 수 있는데요. 이는 결국 기업의 경영 안정성과도 연계돼 기업의 위상을 낮추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자료=KT)
 
더 큰 문제로 지적되는 것은 SCM전략실입니다. 경영지원부문 내 SCM전략실에는 SCM 전략 담당, 오픈이노베이션담당, 기술평가담당, SCM지원센터 등이 포진해 있는데요. 주로 통신방송산업과 관계된 장비 선정 등 구매업무를 비롯해 관련된 협력업체를 선정하는 등의 역할을 수행합니다. 이는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로 알려진 임 부사장의 이력과는 다소 거리가 있습니다. 이에 KT 내부 일각에서는 400여개 협력업체를 다루고, 기술검증(PoC) 등에 대해 최종 권한을 갖는 역할을 임 부사장이 맡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KT 내부 관계자는 "전무급 SCM전략실장이 있긴 하지만 실질적 거버넌스는 임 부사장에게 있다고 볼 수 있다"라며 "구매업무를 담당하는 SCM전략실은 KT와 같은 규모에서는 조 단위로 예산이 편성되는 곳으로 보통의 경영지원 업무와 거리가 있다"라고 짚었습니다.
 
또한 KT의 현재의 체계는 타 경쟁사와 비교해 봐도 다소 의문이 남습니다. ESG경영이 기업의 보편적 가치로 자리 잡으면서 대외협력이 ESG까지 총괄하는 형태가 트렌드가 됐지만, SCM과 같은 구매업무까지 관장하지는 않기 때문인데요.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의 경우 구매업무는 재무담당자가 맡고 있습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통신기업의 구매업무는 장비 선정뿐 아니라 이를 수행할 공사 인력까지 관리를 해 범위가 상당하다"라며 "예산을 쓰는 자리이기에 구설수를 줄이기 위해 재무부서에서 관장하는 편"이라고 언급했습니다.
 
결국 KT 내부에서는 임 부사장에 과한 권력을 집중한 점,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로 구매업무와 관련이 없지만 수조원에 달하는 자금이 오가는 부서를 떼어내 준 점 등을 두고 '정권 코드에 맞춘 인사'라는 의혹만 짙어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더구나 최근 여당의 총선 참패로 인해 MB정부에서 정무수석을 역임한 바 있는 정진석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취임하면서, 같은 MB계로 분류되는 임 부사장의 영향력만 더욱 막강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옵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상황 때문에 KT가 지닌 상징성이 사라지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는데요. 전직 KT 관계자는 "KT는 국가 산업발전과 정보통신기술(ICT) 재투자를 책임지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위치인데 현재 공익적 면에서 기여하는 부분이 약해지고 있어 안타깝다"라고 전했습니다.
 
한편, KT 측은 SCM전략실이 경영지원부문에 들어간 이유와 임 부사장이 SCM 업무와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는 본지의 질의에 "경영지원 부분은 CR, PR, ESG, SCM, 브랜드커뮤니케이션 등이 소속된 조직으로 임현규 부사장은 관련 분야의 역량과 경험, 그리고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어 맡게 됐다"며 "SCM 업무는 그동안 관련 업무를 해왔던 전무급 임원인 전문가가 맡아서 수행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배덕훈·이지은 기자 paladin7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중기IT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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