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테쉬 공세에 이커머스 '대혼돈'
쿠팡, 영업익 감소…SSG닷컴·11번가 등 적자 지속
투자 회수 기로에서 중국발 이커머스 공습
2024-05-23 17:14:42 2024-05-23 17:16:58
 
[뉴스토마토 김성은·이지유 기자] 알리익스프레스·테무·쉬인 등 중국 이커머스의 습격과 더불어 고물가 기조에 따른 소비 위축 여파까지 몰아치면서 국내 이커머스업계의 혼란은 가중되고 있습니다. 올해 1분기 실적을 보면 영업손실 규모가 줄어든 곳도 있지만, 대체로 적자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올 1분기 연결 기준 9조4505억원의 매출을 올렸습니다. 전년 대비 28% 증가한 수치이며, 분기 기준 역대 최고 매출입니다. 영업이익은 1362억원에서 531억원으로 61% 쪼그라들었습니다. 지난 2022년 3분기 첫 영업 흑자 달성 후 전년 대비 꾸준한 상승세를 보였으나 올해 1분기 주춤해진 것입니다.
 
김범석 쿠팡 의장은 실적 발표 당시 "중국 커머스의 진출을 보면 한국 유통시장의 진입 장벽이 낮으며, 그 어떤 산업보다 소비자들이 클릭 한 번으로 몇 초 만에 다른 쇼핑 옵션을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을 상기시킨다"며 중국 이커머스에 대한 경각심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이마트의 이커머스 계열사인 SSG닷컴과 G마켓의 1분기 매출은 각 4134억원, 2552억원으로 전년 대비 1.9%, 15.8% 감소했습니다. 두 곳 모두 외형이 줄었죠. 다만 영업손실의 경우 SSG닷컴이 156억원에서 139억원으로, G마켓이 109억원에서 85억원으로 각각 축소됐습니다.
 
11번가 또한 매출이 2163억원에서 1712억원으로 20.9% 줄면서 외형 축소가 이뤄졌으나, 적자 규모는 318억원에서 195억원으로 감소했습니다. 마케팅 효율을 높이고 비용 절감 등으로 손익 개선 중에 있습니다.
 
(표=뉴스토마토)
 
반면 롯데온을 운영하는 롯데쇼핑의 이커머스 사업부는 지난해 1분기 영업손실이 200억원에서 올 1분기 224억원으로 적자가 확대됐습니다. 영국 리테일테크 기업 오카도와 추진하는 사업 비용 11억원이 반영된 결과라는 설명입니다. 매출은 293억원에서 298억원으로 1.7% 증가에 그쳤습니다. 롯데온은 저성과 직원들을 대상으로 권고사직을 제안하는 등 쇄신 분위기가 감지됩니다.
 
네이버 커머스부문의 경우 1분기 매출이 6059억원에서 7034억원으로 16.1% 증가했습니다. 매출은 △중개·판매 3905억원 △커머스 광고 2649억원 △멤버십 480억원으로 구성됐습니다. 커머스부문 영업이익은 따로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신선식품에 강점을 가진 컬리는 전년 대비 5.8% 증가한 5392억원의 연결 기준 1분기 매출을 달성했으며, 영업손실은 305억원에서 1억9000만원으로 줄였습니다. 별도 기준 영업이익은 5억원으로, 회사 설립 이후 9년 만에 첫 흑자를 기록했습니다.
 
투자 확대 지속…물류센터 늘리고 서비스 강화
 
이처럼 국내 이커머스 업체들이 영업이익 감소세로 돌아서거나 적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데요. 시장 선점을 위해 투자에 주력했던 업체들이 내실을 챙기기 전 중국발 이커머스의 공습을 받으면서 흑자 전환 시기는 불투명해진 상황입니다. 고물가 기조 속 소비심리 위축도 이커머스업계를 조여오는 요소 중 하나라는 게 전문가 진단입니다.
 
레이 장 알리익스프레스 한국 대표. (사진=알리익스프레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신선식품은 아직 오프라인 채널에서 구입하는 경향이 짙고, 소비자들은 온라인에서 주로 공산품을 구입한다"며 "일부 생활용품을 제외하면 공산품은 필수재가 아닌 만큼 주머니 사정이 어려워지면 소비를 줄이게 된다"고 거시적인 시장 흐름을 설명했습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도 "국내 이커머스사 수익성 문제는 전체적인 소비 침체가 원인을 제공했다"면서 "알테쉬 국내 진출의 경우 위기감 확산에 각종 정책도 나오고 있는데, 문제를 제대로 분석하고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럼에도 이커머스업계는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투자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선두를 달리는 쿠팡만 해도 오는 3년간 3조원 이상의 물류 인프라 투자를 통해 무료배송 범위를 확대하고, 올해 5조5000억원 규모의 와우 멤버십 혜택 투자를 단행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SSG닷컴은 물류 체계 효율화를 비롯해 대형 PP센터(피킹&패킹 센터) 중심의 권역 재편과 운영 개선으로 주문율을 높이겠다는 전략입니다. 지난해 7월 론칭한 익일 배송 서비스 쓱원데이배송 구색도 확대합니다. G마켓은 개별 고객이 보유한 쿠폰을 적용해 보여주는 초개인화 서비스를 고도화하고, 풀필먼트 운영 개선과 AI 광고 서비스 강화에 나섭니다.
 
한 이커머스업계 관계자는 "이커머스 업체가 제공하는 서비스가 점점 상향 평준화되면서 차별화된 콘텐츠가 더욱 중요해졌다"며 "특히 빠른 배송은 중국 이커머스 업체와의 경쟁에서 국내 업체가 가진 이점인 만큼 향후 물류센터 투자는 늘어날 것"이라고 했습니다.
 
김성은 기자·이지유 kse5865@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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