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금융위 "고용부 임금체불 판단시 기업은행 임금 개선 검토"
2025-05-30 06:00:00 2025-05-30 06:00:00
 
[뉴스토마토 이종용·이재희 기자] 금융위원회가 고용노동부의 판단을 지켜본 뒤 기업은행(024110) 임금체계 개선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기업은행 노동조합은 시간외근무에 대한 수당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며 임금 체불 관련 진정을 고용부에 넣은 상태입니다. 그간 금융위는 기획재정부 방침에 따라한다며 요지부동이었는데요. 정치권과 노조 공세가 거세면서 중재안을 제시하는 등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금융위, 기은 노조에 중재안 제시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는 최근 기업은행 노조와 비공개 면담을 가졌습니다. 이 자리에는 권대영 금융위 사무처장과 류장희 기업은행 노조위원장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금융위는 "고용부의 판단을 지켜본 후 기업은행 노조의 요구를 수용할 수 있는지 검토할 것"이라고 중재안을 제시했습니다.
 
기업은행 노조는 '총액인건비'에서 보상휴가를 제외해달라고 금융위에 요구하고 있습니다. '기타공공기관'으로 분류되는 기업은행은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총액인건비 제도를 적용 받습니다. 기업은행의 주관 부서는 금융위이지만 인건비 예산은 기획재정부가 매년 설정하는 인상률 상한 이내에서만 책정하도록 돼 있습니다. 
 
이 제도에 따르면 1년간 사용할 인건비를 정해두고 그 안에서 상여금 등을 포함한 급여를 제공해야 합니다. 기업은행은 시간외근무에 대한 보상을 모두 지급하려면 총액인건비 한도를 넘어서기 때문에 휴가로 보상해왔습니다. 그러나 지난해 말 기준 기업은행 직원 1만2000여명이 사용하지 못했고, 누적된 보상휴가 일수가 1인당 35일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수당으로 환산하면 600만원에 달합니다.
 
미사용 보상휴가에 대해서는 현금으로 보상을 해야 하지만, 총액인건비 제한에 걸려 제대로 지급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금융위는 매년 경영예산심의회와 경영평가위원회를 열고 금융공공기관의 성과 평과와 보상 체계를 정비하고 있습니다. 금융위는 고용부의 판단을 지켜본 뒤 경영예산심의회에서 기업은행의 임금 및 보상 체계 개선을 논의하겠다는 것입니다. 
 
금융위 관계자는 "기재부가 기타 공공기관에 대해선 각 소관 부처에서 심의를 하도록 하고 있다"며 "매년 연말 경영예산심의위원회를 열어 차년도 예산을 심의하는데, 기업은행 노조 요구 등의 해당 사항은 이때 논의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금융위원회는 최근 기업은행 노조와 면담을 갖고 임금 체계 개선 등을 검토하겠다는 중재안을 제시했다. 사진은 정부서울청사 내부의 금융위원회 모습. (사진=뉴시스)
 
정치권 가세에 태도 변화
 
기업은행 노조는 시간외근무 수당과 통상임금 미반영 관련으로 노동부에 진정서 2건을 제출한 상태입니다. 지난해 12월19일 대법원 판결로 시간외근무 등에 대한 법정수당은 새로운 통상임금(상여금 포함)을 기준으로 지급해야 합니다. 하지만 기업은행이 과거 통상임금 기준인 기본급만을 기준으로 수당을 지급하고 있다며 지난 4월 진정을 냈습니다. 
 
또한 시간외근무에 따른 현금보상이 약 800억원 미지급 상태인데, 기업은행이 지급 계획이나 재원 확보를 마련하고 있지 않다는 내용의 진정을 최근 제출했습니다. 지난해 기업은행 실태를 조사한 고용부 근로감독관은 시간외근무 수당 적체 문제에 대한 해결 방안을 마련하라고 권고한 바 있습니다. 
 
그간 금융위는 공공기관 관리 방침에 따라야 한다며 기재부로 공을 넘겨왔습니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과 노조를 중심으로 금융위를 겨냥한 공세 수위가 높아지자 중재에 나선 것으로 보입니다. 민주당 등을 중심으로 금융권 표심 확보를 위해 기업은행 노사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약속한 상태입니다. 이재명 대선 후보도 지난 1월 기업은행 문제에 대해 "잘 살펴볼 것"이라고 하기도 했습니다. 
 
소관부처인 금융위가 중재안을 마련할 경우 기업은행으로서도 한숨 돌릴 것으로 보입니다. 기업은행 노조는 지난해 12월 총파업에 나선 데 이어 올해 2, 3차 파업을 예고하는 등 강경 투쟁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기재부와 금융위 지침을 따라야 하는 기업은행 입장에서는 독자적으로 협상에 내밀 카드를 마련하기가 어렵습니다. 
 
총액인건비 제도가 포함된 기재부의 예산운용지침 등을 위반하면 공기관은 예산·경영평가 등에서 불이익을 받습니다. 기관장의 인사상 평가는 물론, 경영평가 결과로 공공기관 구성원들에게 돌아가는 성과급도 깎입니다. 기업은행 노조가 기업은행보다는 기재부와 금융위 등을 겨냥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류장희 기업은행 노조위원장은 "공공기관 모두가 동일한 업무를 하고 있지 않은데 일괄적인 방침을 따르라는 것은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에도 어긋난다"며 "임금 및 보상 체계 합리화를 통해 공정의 가치를 세우기를 바란다"고 했습니다. 
 
기업은행 노조는 금융위원회가 임금 체불 등의 문제 해결에 나서지 않을 경우 총파업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27일 서울 중구 기업은행 본사 앞에서 금융노조 기업은행지부 총파업 출정식이 열리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이종용 선임기자 yong@etomato.com
이재희 기자 nowhe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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