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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1월 17일 15:58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권영지 기자]
HD현대일렉트릭(267260)이 미국의 고율 관세 부과에도 흔들림 없는 실적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고압 변압기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매출과 이익이 동시에 늘었고, 선수금 확대에 힘입어 순현금 규모까지 크게 불어났다. 북미향 비중이 높은 구조적 부담에도 관세 상당 부분을 가격에 반영하면서 수익성 방어에 성공했으며, 대형 수주가 꾸준히 이어지면서 외형 확장에 속도가 붙으며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사진=HD현대일렉트릭)
3분기 미국향 매출 36.4%…3.5%포인트 증가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HD현대일렉트릭의 올 3분기 누적 기준 매출은 2조916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3% 증가했으며, 영업이익률은 23.1%로 3.0%포인트 상승했다. 미국향 고압기기 수요 증가가 이어졌고, 공급자 우위 시장에서 가격협상력이 강화되면서 수익성이 동반 확대됐다. 미국향 매출 비중은 36.4%로 전년 동기 대비 3.5%포인트 높아졌고 고마진 제품 비중도 확대되면서 전력기기부문 중심의 수익 개선세가 뚜렷해졌다.
영업실적 상승은 운전자본 개선과 현금흐름 확대로 이어졌다. 올해부터 대규모 해외 수주 물량이 본격 납품되면서 선수금 수취 규모가 증가했고, 재고자산·매출채권 부담을 상쇄하기에 충분한 수준의 영업현금이 창출됐다. 지난해 말 순현금은 2510억원이었지만 올 3분기에는 순현금 6726억원으로 확대됐다.
같은 기간 총차입금은 3518억원에서 2052억원으로 줄었고 차입금의존도는 9.3%에서 4.6%로 2.7%포인트 감소했다. 리스부채를 제외한 순차입금 기준으로 실질적 무차입 구조가 더욱 강화된 형태다. 변압기 증설 투자, 배전 신공장 건설, 배당 등 자금 지출이 지속됐음에도 현금창출력이 이를 흡수하는 구조가 유지된 것으로 분석된다.
관세 비용 부담 판가에 반영 '한 수'
회사는 일정 수준의 비용 부담이 예상됐던 미국 관세 역시 대부분 판가에 반영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앞서 미국은 지난 4월 모든 수입품에 기본 10% 관세를 부과한 뒤, 8월에는 한국산 전력기기에 최대 50% 관세를 적용했다. 이로 인해 회사는 미국 판매법인(아틀랜타)향 매출과 알라바마 생산법인의 일부 한국산 원재료 매입이 직접 영향을 받게 됐다.
하지만 HD현대일렉트릭은 고압 변압기 분야에서 미국 내 공급부족 상황을 활용해 고객사와 가격 재협상에 나섰고, 물가·인건비·물류비 상승에 이어 관세 비용까지 반영하면서 시장에서 협상력을 유지했다. 실제로 올 4월 이후 부과된 관세 중 일부는 3분기 중 고객사로부터 보전된 것으로 파악된다. 그 결과 분기 영업이익률은 20% 이상 수준을 유지했고 관세가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 범위에 그치고 있다.
HD현대일렉트릭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고객과의 협의를 통해 관세 일부를 보전 받고 있으며, 고객들도 관세 부담을 공동으로 분담하는 데 공감하는 분위기다. 실제로 올해 3분기 실적에는 해당 보전 금액이 일부 반영되기도 했으며, 신규 거래되는 계약 건에 대해선 관세 영향을 고려해 판가를 조정하고 있다"라며 "앞으로도 고객과의 지속적인 협의를 통해 관세로 인한 영향을 최소화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배전기기부문 역시 성장 기여도가 확대될 전망이다. 지난 10월 준공된 청주 배전 신공장은 생산능력 기준 3200억원에서 5200억원으로 CAPA가 증가했으며, 같은 해 10월 확보한 용인 연구개발 부지를 통해 북미 안전인증 대응력과 고효율·친환경 제품 개발 역량도 강화됐다. 배전기기부문 수익성은 전력기기부문보다 낮지만, 물량 증가와 고부가 제품 중심의 믹스 변화가 동시에 진행되며 전사 실적 변동성을 낮추는 역할을 하고 있다. 여기에 유럽 지역에서는 친환경 변압기·차단기 중심의 매출 비중이 증가하고 있어 지역·제품 포트폴리오 측면에서도 외형 확장성이 유지되는 중이다.
다만 투자 부담은 내년부터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회사는 내년 울산·알라바마 초고압 변압기 공장 증설에 약 4000억원 규모의 자금이 필요한 데다 배당정책(배당성향 30% 이상)에 따라 연간 2000억원 안팎의 배당 규모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기준 결산배당 1530억원과 2025년 분기배당 684억원이 이미 지급된 상태다. 이 같은 자금 소요에도 올 3분기 기준 보유 순현금이 6726억원이고, 영업현금흐름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어 대부분의 자금을 자체적으로 충당하는 구조가 유지될 것으로 평가된다.
게다가 이미 수주의 경우 질과 양 모두 확대되고 있어 향후 발생할 수익이 어느 정도 확보된 점도 안정적이라고 평가받고 있다. 올 초 수주잔고는 69억8000만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15억8000만달러 증가했다. 미국·유럽·중동 지역에서 전력망 현대화와 노후 변압기 교체 수요가 지속되며 초고압·고압 변압기 발주가 이어지는 가운데, 회사는 미국 765kV 변압기 등 대형 프로젝트 수주를 추가 확보한 상태다. 특히 글로벌 전력기기 리드타임이 길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회사는 이미 2027년 이후 물량까지 상당 부분 확보하고 있어 공급능력 대비 수요가 높은 환경이 계속되고 있다. 미국 판매·생산 거점을 함께 보유한 구조도 현지 시장 접근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내년 변압기 증설 투자와 배당 부담이 상당함에도 자체 현금흐름으로 충당 가능한 구조가 유지되고 있어 외부 조달 리스크는 낮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평가했다.
권영지 기자 0zz@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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