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동지훈 기자] 윤석열씨가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1년이 지났습니다. 명분도 없는 비상계엄령으로 바이오 정책을 총괄하는 범부처 기구는 출범 시기를 놓쳤고, 바이오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1000억원 규모의 펀드는 정국 혼란을 이겨내지 못하고 좌초 위기에 놓였다가 기사회생했습니다.
2024년 12월3일은 대한민국 역사에서 45년 만에 비상계엄령이 선포된 날입니다. 직전 비상계엄 선포는 최규하 전 대통령 재임 당시인 1979년 10월26일이었습니다. 박정희 전 대통령 사망으로 선포된 비상계엄령은 이듬해 5월17일 전두환씨를 중심으로 한 신군부에 의해 확대됐고 1981년 1월24일이 돼서야 해제됐습니다.
종북 세력 척결과 자유 헌정 질서 수호를 명분으로 삼은 45년 만의 비상계엄은 이튿날인 12월4일 해제됐습니다. 약 6시간 만에 해제된 12·3 비상계엄은 소비심리와 내수를 위축시키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바이오산업계도 비상계엄의 영향권에 들었습니다. 국가바이오위원회가 대표적입니다. 대통령이 당연직 위원장을 맡으며, 정부에선 기획재정부 장관과 보건복지부 장관, 식품의약품안전처장 등이 위원으로 활동합니다.
당초 작년 12월 출범 예정이었던 국가바이오위원회는 해를 넘겨 올 1월 첫 활동을 개시했습니다. 12·3 비상계엄과 이에 따른 국회의 탄핵소추로 국정이 마비된 영향입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국가바이오위원회 출범을 지연시킨 12·3 비상계엄은 K-바이오·백신 펀드 3호에도 영향을 줬습니다. K-바이오·백신 펀드는 백신을 포함한 국내 제약바이오산업의 성장과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정부와 민간이 공동 출자해 조성하는 정책 펀드입니다.
1000억원 규모의 K-바이오·백신 펀드 3호 운용사는 LSK인베스트먼트였습니다. 1차 최소 결성자금은 700억원이었는데, LSK인베스트먼트는 정부의 바이오산업 육성 정책이 표류하면서 자금을 모으지 못했고 결국 비상계엄 직전 운용사 자격을 반납했습니다.
운용사가 공석이 된 만큼 K-바이오·백신 펀드 3호 재결성이 시급했지만 비상계엄 선포와 이에 따른 정국 혼란이 발목을 잡았습니다. 실제로 복지부는 비상계엄 해제 약 보름 뒤인 작년 12월20일 운용사 선정 재공고를 냈고, 데일리파트너스와
NH투자증권(005940) 컨소시엄이 주관 운용사로 선정된 건 3월이었습니다. 운용사 선정 재공고부터 선정까지 세 달 가까이 걸린 겁니다.
12·3 비상계엄 선포가 윤석열정부의 바이오산업 육성 실패를 단적으로 보여줬다는 지적은 국회에서도 나왔습니다. 일례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서영석 민주당 의원은 올 1월 전체회의에서 "비상계엄 사태로 국가 경제가 엉망진창이 되고 있는데, 지금 바이오헬스 산업 역시 위기 상황에 빠져들고 있다"면서 "최근 대통령이 위원장으로 돼 있던 국가바이오위원회도 무산될 위기에 있고, K-바이오·백신 펀드 조성도 안 되고 결국 운용사가 자격을 반납하는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동지훈 기자 jeehoo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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