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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우올림픽)'최고 인기 종목' 농구…우리 현주소는?
2016-08-15 11:07:05 2016-08-15 11:07:05
[뉴스토마토 정해욱기자] 리우올림픽 조직위원회는 대회 개막을 사흘 앞둔 지난 3일(한국시간) '하이 디맨드 이벤트'(High Demand Event)를 발표했다. 올림픽 조직위원회는 일부 인기 종목 취재를 위해 지나치게 많은 취재진이 몰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하이 디맨드 이벤트를 선정해 취재진의 인원을 제한한다. 대회 개회식과 폐회식, 수영 결승전, 기계체조 여자 개인전 결승전 등 올림픽 주요 행사와 인기 종목의 결승전이 리우올림픽의 하이 디맨드 이벤트에 포함됐다.
 
◇허재 남자 농구 대표팀 감독. 사진/뉴스1
 
미국과 중국의 남자농구 A조 예선 1차전 역시 하이 디맨드 이벤트에 포함됐다는 점이 눈에 띈다. 이번 대회에서 예선전 경기로서는 유일하게 하이 디맨드 이벤트로 선정된 경기다. 농구 종목, 그리고 NBA 스타 플레이어들이 주축이 된 미국 남자 농구 대표팀에 대한 전세계 스포츠팬들의 관심이 그만큼 뜨겁다는 것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이후 3회 연속 올림픽 금메달에 도전하는 '세계 최강' 미국은 이번 대회에도 NBA 스타들을 대거 출전시켰다. 2015-2016 시즌 MVP 스테판 커리(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 팀을 챔피언 결정전 우승으로 이끈 르브론 제임스(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 크리스 폴(LA 클리퍼스), 앤서니 데이비스(뉴올리언스) 등 리그 최고의 선수들이 대회 개막을 앞두고 올림픽 불참을 선언했지만, 미국 대표팀의 면면은 여전히 화려하다. 케빈 듀란트(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 카멜로 앤서니(뉴욕 닉스) 등을 앞세운 미국 대표팀은 리우올림픽에서 연승 행진을 벌이고 있다. 호주에게 10점차, 세르비아에게 3점차로 진땀승을 거두며 고전하기도 했지만, 미국은 여전히 강력한 우승 후보다. NBA 스타들이 선보이는 화려한 '농구쇼'에 전세계 스포츠팬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하지만 우리 남자 농구 대표팀은 전세계인들의 '농구 축제'에 20년째 초대 받지 못하고 있다. 허재, 이상민, 문경은, 현주엽 등 당대 최고의 선수들이 주축이 돼 대표팀을 이끌었던 1996년 애틀란타 올림픽 이후 번번이 예선에서 고배를 마셨다.
 
선수들의 전반적인 기량 저하가 그 이유로 꼽힌다. 개인의 기량 발전보다는 당장의 성적을 내는 데 중점을 둔 '입시 농구'가 우리나라 농구 발전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다. 농구 선진국에서는 농구 선수라면 누구나 크로스오버 드리블(crossover dribble)에 이은 스텝백 점퍼(step back jumper), 플로터(floater) 등 고급 기술들을 자유자재로 구사한다. 하지만 프로 선수들조차 이와 같은 기술들을 구사하지 못하는 것이 우리 농구의 현주소다.
 
국내 프로농구에서는 외국인 선수를 이용한 1대1 공격과 2대2 공격이 주를 이룬다. 국내 선수들은 힘 세고, 기술 좋은 외국인 선수들을 돕는 조력자에 불과하다. 국내 선수들의 득점은 약속된 패턴(pattern) 플레이에 이은 캐치 앤 슛(catch and shoot)에 의해 이뤄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창의적인 플레이는 좀처럼 볼 수 없다. 이 때문에 농구팬들은 국내 농구선수들을 두고 '패턴 기계'라고 비아냥거리기도 한다. 1대1 대결에서 상대를 제칠 만한 기술을 가진 선수가 없다 보니 국제 경쟁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설상가상 국내 프로농구의 인기는 하락세를 그리고 있다.
 
농구는 선수 개개인의 타고난 체격 조건과 운동 신경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종목이다. 하지만 끊임 없는 노력과 기술 연마를 통해 이를 극복할 여지도 충분하다. NBA 최고의 스타로 떠오른 스테픈 커리가 이를 증명했다. 크지 않은 체격의 커리는 꾸준한 연습을 통해 연마한 정확한 3점슛과 드리블로 NBA 무대를 평정했다. 이번 올림픽에서 호주와 세르비아가 미국 대표팀을 상대로 정교한 존 디펜스(zone defense)와 외곽슛을 선보이며 선전했다는 점 역시 주목할 만하다. 중국은 미국에 62-119로 대패를 당했지만, 과감한 돌파와 슛을 시도하면서 가능성을 보여줬다. 
 
세계의 벽은 높다. 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를 하고, 이를 통해 농구계 전반의 체질 개선에 나선다면 적어도 우리 대표팀이 아시아를 대표해 올림픽에 출전할 만한 수준에 오를 가능성은 충분하다.
 
현재 남자 농구 대표팀은 다음달 이란 테헤란에서 열리는 제1회 FIBA 아시아 챌린지 대회를 앞두고 담금질에 한창이다. 허재 대표팀 감독의 두 아들인 허웅과 허훈을 비롯해 김선형, 이정현, 조성민, 이승현, 김종규 등이 대표팀에 포함됐다. 지난 7일 대표팀은 진천선수촌에 입촌해 훈련에 돌입했고, 오는 29일과 31일 튀니지와 평가전을 치른다.
 
키워드는 국제 경쟁력 강화다. 대한농구협회는 지난 남자농구 대표팀의 전임 감독 모집을 공고했고, 최종적으로 허재 감독이 선임됐다. 전임 감독 선임을 통해 대표팀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겠다는 것이 대한농구협회의 의도다. 허재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지난달 대만 뉴타이페이에서 열린 제38회 윌리엄 존스컵 국제농구대회에 출전했다. 세대 교체에 대한 가능성을 확인한 것이 최대 수확이었다. 허웅, 허훈, 최준용, 강상재 등 젊은 선수들이 제 몫을 해냈다. 이제 시선은 2020 도쿄 올림픽으로 쏠린다. 앞으로 4년간 어떻게 준비를 하느냐에 따라 우리 대표팀이 24년 만에 올림픽 무대에 설 수 있을지가 판가름난다.
 
정해욱 기자 amorr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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