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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인도서 드라이브…팀 쿡과 대결
갤럭시노트7-아이폰7, 같은날 인도 출격
2016-09-25 14:04:44 2016-09-25 14:04:44
(왼쪽)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팀 쿡 애플 CEO. 사진/뉴스1
 
 [뉴스토마토 이재영기자] 이재용식 경영 색깔이 선명해지는 삼성이 인도 현지화 전략에 방점을 찍었다. 애플 팀 쿡에 이어 모디 총리를 예방하면서 리더십 대결도 부각된다. 각각 갤럭시노트7 리콜 사태와 아이폰 판매 부진을 해결하기 위한 ‘기회의 땅’으로 인도에 초점을 맞췄다.
 
삼성전자는 오는 10월7일 갤럭시노트7을 인도에 재출시할 전망이다. 흥미로운 것은 같은 날 애플 아이폰7도 인도 판매를 시작한다. 배터리 폭발 리콜 사태로 타격을 입었지만 ‘넥스트 차이나’ 인도는 갤럭시가 이미 왕좌를 굳힌 시장이다. 애플 역시 글로벌 판매 감소에도 인도에서만은 성장세를 보인다. 갤럭시의 위기를 틈타 승기를 잡으려는 애플과 삼성의 방어전이다.
 
양사의 리더십 대결이 흥미를 더한다. 애플은 인도에서 애플 스토어를 출점할 수 있게 됐다. 해외 기업이 부품의 30% 이상을 현지 생산하지 않으면 직영 판매점을 출점할 수 없지만, 인도 정부는 3년 동안 애플의 오픈을 허용키로 결정한 바 있다. 이는 앞서 지난 5월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인도에서 나렌드라 모디 총리와 면담해 이뤄낸 성과로 알려졌다. 팀 쿡 CEO는 “인도는 회사의 가장 빠른 성장시장 중 하나”라며 각별한 진출 의지를 밝혔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최근 인도 뉴델리에서 모디 총리를 만나 라이벌이 끼어들 틈이 없도록 우호를 다졌다. 이 부회장은 “삼성은 단순한 외자기업이 아닌 인도 로컬기업으로서 인도의 미래를 같이 고민하는 동반자로 거듭나겠다”며 인도 정부와 지속적인 협력관계를 유지해 인도를 전략거점으로 성장시켜 나갈 뜻을 밝혔다. 이 부회장은 최근 갤럭시노트7을 들고 출근하는 모습으로 취재진 앞에 서기도 했다. 전과 달리 노출이 잦은 이 회장의 대외 행보가 갤럭시를 지원하는 ‘오너 마케팅’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인도는 이 부회장의 색깔인 ‘실용’과 ‘플랫폼’ 철학이 잘 나타나는 전략 시장이다. 삼성전자가 프리미엄 고집을 버리고 중저가폰 라인업을 확대한 전략이 적중하고 있다. IDC에 따르면 인도 스마트폰 시장에서 2분기 25.1%의 점유율로 2위 로컬기업 마이크로맥스(12.9%)를 큰 격차로 따돌렸다. 전분기 대비 10.9% 판매량이 증가했고 이는 또한 전년동기대비 15% 증가한 수치이다. 2분기 J2, J5 및 J7 시리즈의 업그레이드 버전을 출시하는 등 중저가형 J시리즈가 인도 판매량을 견인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10월 초 갤럭시노트7과 함께 새로운 중저가폰 삼성 갤럭시온8을 출격해 성장세를 이어갈 계획이다. 소프트웨어 자체 생태계 플랫폼 전략의 핵심인 타이젠도 인도를 거점으로 뻗어나가고 있다. 지난해 Z1, Z3에 이어 세 번째 타이젠폰인 Z2가 인도에서 좋은 반응을 얻으며 인도네시아, 네팔 등지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삼성의 인도 현지화 전략이 가속페달을 밟는다. 코트라에 따르면 인도는 세계 둘째로 많은 이동통신 가입자와 셋째로 많은 인터넷 사용자를 보유하고 있다. 자국 수요를 흡수하기 위해 로컬 기업들은 최근 인도산을 강조하는 애국심 마케팅에 적극적이다. 인도 정부도 ‘Make in India(인도에서 만들어서 수출하라)’를 강조하고 있다. 삼성은 이런 캠페인을 모범적으로 따르고 있다는 이미지 광고를 송출하는 한편, 스마트폰에 23가지가 넘는 인도 공용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통신 인프라 시장에서는 지난해 삼성이 14.1%의 점유율로 인더스 타워스(6.75%), 마이크로맥스(5.92%) 등 로컬기업을 제치고 시장을 주도했다. 삼성의 현지 노이다 공장은 인도 내 가장 규모가 크며 지난해 7700만달러를 투입해 생산량을 확대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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