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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김연철의 '협상의 전략' 빛 발할까
2019-04-10 06:00:00 2019-04-10 06:00:00
최한영 정치부 기자
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8일 취임했다. 교수 시절 '막말' 논란과 이념 편향성 등을 이유로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의 반대가 이어졌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뜻을 꺾지 않았다. 문 대통령이 장관 임명식에서 "평생동안 남북관계와 통일정책을 연구해왔고, 과거에도 남북협상에 참여한 경험도 있기에 적임자로 생각한다"고 말한 데서 김 장관에 대한 기대감을 보여준다.
 
문 대통령은 김 장관이 지난 2016년에 쓴 책 '협상의 전략'을 구입해 읽은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를 바꾼 협상의 힘'이 부제인 이 책은 1938년 뮌헨협상과 1962년 쿠바 미사일위기, 1986년 레이캬비크 정상회담 등 세계사를 결정지은 20개 협상의 성패와 그 과정을 자세히 그리고 있다.
 
김 장관은 책 서문에서 "시공간을 초월해서 언제나 통하는 협상의 비법은 세상에 없다"고 전제한다. 책에 따르면 '교류가 이뤄지면 상호 이해의 폭이 넓어지고 통일에 대한 공감대도 커진다'는 일반론은 키프로스 통일협상 과정에서는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빌리 브란트 서독 수상은 '내부의 반대를 뛰어넘는 용기'를 발휘해 동독과 관계개선을 이뤘지만 예멘 정치지도자들은 서둘러 통일을 진행하다 일을 그르쳤다. 1970년 5월21일 카셀에서 열린 2차 동서독 정상회담이 별다른 성과없이 서독 내부 이념갈등만 촉발한 채 끝난 대목은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회담의 성패를 결정한 것은 '균형감각'이었다. 김 장관은 책에서 "협상의 기술은 줄타기에서 균형을 잡는 것과 같다"며 "상대와 나의 목표 사이에서, 나아갈 때와 물러설 때의 차이에서, 상대에 대한 배려와 내 편의 지지 사이에서 균형을 잃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비즈니스 협상 실패는 경제적 손해로 끝나지만, 정부 간 협상 결렬은 자칫 잘못하면 극단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에 더욱 그렇다. 이를 위해 상대와 나의 상황·욕구를 객관적으로 파악하는 것도 기본이다.
 
그런 점에서 김 장관의 취임 직후 행보는 주목된다. 김 장관은 9일 첫 출근길에 '개성공단과 금강산이 북미대화의 중재안이 될 수 있느냐' '남북관계 우선순위는 무엇이냐'는 등의 질문에 "충분히 검토 후 말씀드리겠다"고 답했다. 북한 선전매체들이 지난 달 통일부가 발표한 남북관계발전 시행계획에 대해 "현실성이 없다"며 특유의 환영인사를 한데 대해서도 즉답을 피했다. 전날 취임식 직후 기자들을 만나서도 "조금만 기다려달라" "지금은 업무파악이 우선"이라며 말을 아꼈다.
 
오랜기간 남북관계에 천착해온 김 장관이지만 자리가 주는 무게는 분명 다를 것이다. 본격 데뷔를 위해 내부 업무파악 등 '지피지기'를 통한 균형감각 체득이 우선이라는 점에서 그의 침묵을 존중한다. 남북 고위당국자의 말 한 마디에 역사가 바뀐 전례들이 있었기에 더욱 그렇다. 침묵의 시간 속 김 장관이 어떤 협상의 전략을 세울지가 궁금할 뿐이다. 
 
최한영 정치부 기자(visionch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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