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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황원철 우리금융 디지털총괄 상무 "우리은행 디지털성과, 별도측정…고객 관점서 혁신해야"
25년 경력 디지털·IT 부문 전문가로 은행 순혈주의 탈피 주도
디지털금융그룹, BIB형태로 독립 운영…이종업종과 협업 확대
2019-09-17 08:00:00 2019-09-17 08:00:00
[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오래 회의하면 안 되는 방(오래안되는방)’, ‘계급장 떼고 붙어 보는 방(계떼방)’, ‘모두 다 얘기를 해야 하는 방(모다방)’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 맞은편에 위치한 우리금융남산타워 내 디지털금융그룹의 회의실 별칭 가운데 일부다. 길 하나만 건넜을 뿐인데 같은 은행이어도 마주친 풍경은 사뭇 달랐다. 칸막이나 개인 책상 대신 카페를 연상시키는 라운드 테이블에 반팔 티셔츠와 면바지를 입은 직원들이 삼삼오오 모여앉아 이야기를 하며 자유롭게 움직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마치 ‘IT기업이나 스타트업이 아닌가’ 하는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올해 하반기 조직개편을 통해 ‘은행 안에 은행(Bank in Bank)’으로 분리된 우리은행 디지털금융그룹은 은행 혁신을 위해 작은 것부터 ‘틀’을 깨는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그 선두에 선 황원철 우리금융지주 디지털총괄 겸 우리은행 디지털금융그룹장(이하 CDO·Chief Digital Officer)은 최근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당연하고 익숙한 것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전통적인 은행 논리가 아닌 고객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원철 상무는 혁신을 위해 관점의 변화를 제시했다. 사진/우리금융
 
은행 경영지표, 대면·비대면으로 분리…"디지털 경쟁력 확보"
 
휴렛팩커드(HP)아태지역 금융서비스 컨설턴트·퍼스트데이터코리아 및 KB투자증권·하나금융투자 최고정보책임자(CIO). 우리금융의 디지털 미래를 책임지고 있는 황원철 CDO의 이력이다.
 
지난 25년여간 금융결제시스템과 디지털 솔루션 개발 등 주요 디지털혁신 프로젝트를 총괄하며 디지털·IT 부문 전문가로 활동해온 황 CDO는 작년 6월 우리은행에 오기 전까지 은행권과는 별다른 인연이 없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은행 순혈주의를 깨고 혁신을 일궈낼 적임자로 낙점됐다.
 
전통 은행권의 시각에서 벗어나 4차 산업혁명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디지털금융을 제공할 수 있어서다.
 
최근 1년 간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 성과에 대해 황 CDO는 “한, 두 사람이 걸음을 내디딘다고 해서 조직이 한순간에 바뀌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디지털금융그룹 내부에서는 일하는 방식을 비롯해 업의 본질을 바꾸고 의미 있는 성과를 만들어 나가기 위한 단계를 밝고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 일환으로 우리은행은 황 CDO를 영입하며 기존 영업지원부문 소속의 디지털금융그룹을 마케팅을 총괄하는 국내부문에 전진 배치했으며, 올해 하반기에는 아예 별도조직인 ‘은행 안에 은행(BIB, Bank in Bank)’으로 디지털금융그룹을 독립시켰다. 디지털금융그룹에 사업추진의 독립성과 예산운영의 자율성을 부여함으로써 금융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고 역량을 강화한다는 목적이다.
 
디지털 부문에서의 성과를 창출하기 위해 수익 등 손익계산서 또한 분리된다.
 
황 CDO는 “몸무게가 늘었다고 가정한다면 이것이 지방 때문인지, 근육이 늘었기 때문인지를 보는 것처럼 디지털 그룹의 경영지표 역시 은행이라는 거대한 조직에서 분리해 대면(영업점)·비대면(디지털)별로 성과지표를 파악해보려고 한다”며 “그동안 은행 수익에는 대면, 비대면의 각종 지표가 섞여 있어 정확한 판단이 어려웠지만, 앞으로 디지털 그룹 성과만 정확하게 떼어서 측정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바탕으로 금융상품을 개발하고 그룹 내 인력을 재배치하는 등 디지털 부문에서의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우리은행 등 7개사가 지난 7월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블록체인 기반의 모바일 전자증명 사업'협약식을 갖고 있다. (왼쪽부터) KEB하나은행 미래금융그룹 한준성 부행장, 우리은행 디지털금융그룹장 황원철 상무, 코스콤 미래성장본부 김계영 본부장, SK텔레콤 블록체인/인증 Unit장 오세현 전무, LG유플러스 FC부문장 이상민 전무, 서영일 KT 블록체인비즈센터장, 김주완 삼성전자 서비스기획그룹장. 사진/뉴스토마토
 
'사용자 경험(CX)' 최우선…"모바일뱅킹, 가장 큰 영업점" 
 
그가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은 ‘고객’이다.
 
황 CDO는 “현재 시중에 나온 모바일뱅킹을 보면 은행 입장에서 설계된 것이 대부분”이라며 “‘주객이 전도된 상황’을 다시 바꿔야 한다”고 평가했다. 그는 “디지털그룹 내에서도 CX(사용자경험, Consumer Experience) 조직을 대폭 강화하려고 한다”면서 “상품 설계부터 판매에 이르기까지 고객 동선과 입장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해 공급자가 아닌 ‘사용자 중심’으로 풀어가려고 한다”고 소개했다.
 
그 첫 단계가 지난달 출시된 새 스마트뱅킹인 ‘우리WON뱅킹’이다. 언제 어디서나 고객에게 편리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온라인 은행을 뜻하는 ‘우리WON뱅킹’은 고객 중심의 비대면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화면과 메뉴의 간결한 구성 △적시성 있는 금융정보 제공 △개인별 맞춤형 서비스 제공 등 3가지 사항을 중심으로 개발됐다.
 
황 CDO는 “모바일뱅킹은 은행의 가장 큰 영업점”이라며 “사용자의 금융거래 패턴, 연령 등을 고려해 상품 분류별이 아닌 ‘모으는 중’, ‘투자하는 중’ 등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아쉬운 점도 많다”며 “고객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선 금융니즈를 정교화한 개인화 엔진이 필요하지만 아직 (국회 표류 중인 개인정보보호법 등) 현실적인 부분에서 한계가 있다”고 진단했다.
 
이와 함께 황 CDO는 향후 5년 내 시장의 변화가 가시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2010년 국내 증권사 최초로 아이폰용 홈트레이딩시스템(HTS) 개발을 진두지휘했던 황 CDO는 “당시에는 PC기반으로 트레이딩을 많이 했기 때문에 모바일이 PC를 대체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지만, 이제는 대부분이 모바일로 트레이딩을 하는 시대가 됐다”며 “금융 산업 역시 큰 변화를 겪을 것으로 보인다”고 예측했다.
 
"은행채널, 대변화 겪을 것"'오픈파이낸스' 정책 추진
 
그는 “은행 창구가 디지털로만 바뀔지, 아니면 빅테크·핀테크 등의 기업이 주도하는 간접 판매채널이 최종적인 승자가 될지 어떨지는 아직 예단하기 어렵다”면서도 “현재의 유통업과 같이 직접판매채널은 무너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단 “전통적인 은행 오프라인 채널과 디지털 채널 모두 나름의 가치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하이브리드 형태나 새로운 영업방식으로 꾸려나가게 될 것”이라며 “법·제도 등의 문제가 걸려있기 때문에 당장 큰 변화가 나타나지는 않겠지만 향후 5년 정도면 지금과는 전혀 다른 영업 방식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같은 시장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우리금융은 최근 그라운드X와 손잡고 블록체인 기반의 금융서비스를 개발하기로 했으며 지난 7월에는 SKT·KT·LGU+·삼성전자·KEB하나은행·코스콤 등 6개사와 블록체인 기반 모바일 전자증명 사업협약을 체결하는 등 기존 금융업무의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다양한 기술과 창의적인 생각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한다는 의미의 ‘오픈파이낸스(Open Finance)’ 정책을 기반으로 ‘오픈뱅킹’과 핀테크 기업이 은행API를 활용토록 지원하는 ‘우리은행 오픈API 포털’도운영하고 있다. 황 CDO는 “핀테크 기업이 참여하는 간접판매채널과 제품을 만드는 은행 사이의 인터페이스가 오픈 API”라며 “오픈뱅킹은 하나의 인프라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이어 “일반적으로 은행을 생각하면 보수적이고 폐쇄적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은데 우리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결과로 내보일 것”이라며 “핀테크 스타트업 등과의 협업을 통해 철저히 고객의 관점에서 가치있는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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