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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사회책임투자문화 활성화에 기여할 것"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
기업지배구조개선은 피할 수 없는 시대적 흐름
2019-10-07 01:00:00 2019-10-07 01:00:00
[뉴스토마토 이보라 기자]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2007년 증권업계에서 처음으로 지주사 분석 리포트를 발간했다. 이후 10여년 넘게 애널리스트로서 지주사를 분석하며 전문가로 손꼽히고 있다. 이 연구원은 서강대 경영학과와 대학원을 졸업하고 대신증권과 코리안리를 거쳤다. 2006년부터 하이투자증권에서 애널리스트로 기업분석을 담당하고 있다. 지난해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코드십 도입 후 기업지배구조 개선이 투자자와 기업들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지주회사의 변화와 지배구조 개선의 의미, 전망 등에 대해 들어봤다.
 
지배구조의 의미와 기업지배구조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지배구조란 투자자의 투자가치를 보호하기 위해서 경영자의 의사결정과정을 감시하는 것이다. 주주가 직접 경영할수 없어 경영자가 주주를 대리해 경영하는 것이므로, 두 주체가 달라 간극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소액주주는 경영으로부터 소외되어 왔다. 바람직한 지배구조는 회사의 가치와 주주의 가치가 극대화되는 것이다.
 
특정인의 사적 이익을 위해 악용되지 않는 경영시스템으로 투명성과 책임성은 보장돼야 한다. 우리나라 재벌 등 그룹들의 경우 왜곡된 지배구조를 해소하는 과정에서 총수 일가의 이익이 기타 주주의 이익에 우선시되는 결정이 내려졌다. 가령 소량의 지분으로 회사를 지배하면서 기업을 사금고화하는 일도 있었다. 이것이 지배구조의 취약한 부분으로 부각됐다. 이러한 기업지배구조의 허점을 노리는 것이 주주행동주의 펀드 등이다.
 
지배구조개선이 필요한 이유는 저성장 시대인 현재, 기업과 주주와 소통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기업들이 양적 성장을 구가하던 시절에는 주가가 오르고 또 경제성장률(GDP)도 상승했다. 하지만 저성장 시대에는 투자를 확대하거나 대규모 매출이 급증하는 일이 드물다. 저성장 시대에 기업이 주주와 함께 성장하기 위해서는 배당이라는 수단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기존 주주들에 대한 배당을 확대해야 한다는 인식의 전환이 곧 지배구조를 개선시키는 가장 큰 계기가 될 수 있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이 사회책임투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하이투자증권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코드 도입과 주주행동주의 펀드의 활성화가 지배구조개선 및 지주회사 수혜로 이어지는 이유는 무엇인가.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한 이후 기업가치가 즉각적으로 올라가는 것은 아니다. 수십년된 기업의 관행들을 한번에 바꿀 수는 없기 때문이다. 다만 지주사는 수많은 자회사를 갖고 있는데, 한개가 아닌 다수의 자회사의 지배구조가 개선되면 그 효과가 지주회사로 합쳐져 개선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또 지주회사가 솔선수범해서 지배구조를 개선하면 그 영향은 자회사로 확대될 것이다. 한마디로 지주회사는 기배구조가 개선되면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재배분하게 되면서 기업가치 극대화를 꾀할 수 있다. 스튜어드십코드의 도입과 확산은 지배구조 개선의 밑거름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대기업들도 변하는 양상이다. 국내 주요 대기업이 컨퍼런스콜 등을 통해 배당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주주친화 정책을 펼치는 것은 이전에는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제도가 도입되면서 강압적으로 이행되는 것이 아니라 선제적으로 움직이는 것이다.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후 가장 긍정적인 것은 기업들을 비롯한 주요 이해관계자들이 지배구조에 대해 인식의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사모펀드 운용사 KCGI가 한진칼에 지배구조개선 요구 활동을 벌였다. 지금까지의 활동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가.
 
다수의 사람들이 한진칼의 지배구조가 안 좋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 주목할 것은 지배구조 개선에 대해 회사가 얼마만큼 속도를 내느냐다. 행동주의펀드의 행동이 지지를 얻으려면 합당한 근거와 명분이 필요하다. 여기에서 국민연금이 누구의 편을 드느냐 따지는 것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본다.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는 것이 우리(행동주의펀드)뿐 아니라 소액주주를 비롯한 모든 주주를 위해 필요한 것이라는 명분이 가장 중요한 것이다.
 
지난해 KCGI의 활동 이후 별다른 변화없이 주가는 오른 상태다. 내년부터 본게임이 시작된다고 본다. 지배구조개선 기대감으로 인해 수급적으로 주가는 반응했지만 실제 개선은 이뤄지지 않았다. 기업의 실천이 필요한 때다.
 
2007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지주사 관련 리포트를 발간했다.  지주사 분석은 어떻게 시작된 것인가.
 
2006년에는 지주사의 시총이 낮았다. IMF외환위기 이후 대기업들이 인수합병하면서 지주사가 어려움을 겪었다. 그전에 부실했던 기업들은 상반기에는 실적을 잘내고, 하반기에는 부실한 부분을 반영하는 식으로 실적이 발표되곤 했다. 덕분에 지주사들의 주가는 상반기에 올랐다가 하반기에는 떨어지는 현상이 반복됐다. 그러다가 대중국 수출이 성장하는 등 경제가 호전되면서 2006 4분기부터 지주사의 실적이 정상화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지주사 주가가 화려하게 올랐다. 당시 그 어떤 섹터보다 지주사의 주가 상승률이 높았다. 처음에는 지주사도 중소형주로 분류되었으나 2007년 주가가 오르자 지주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새로운 섹터로 떠올랐다.
 
지주사들 주가가 부진하다. 경기도 안좋고 규제 탓도 있어 보인다. 주목하고 있는 지주사를 꼽는다면.
 
SK(034730)식 모델이 맞다. 지주사는 자체 사업보다 새로운 사업을 인큐베이팅해서 그룹 자체를 확장하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 각 사업회사는 각자 사업에 전념하고 지주회사는 기업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제시하는 헤드쿼터로서 역할해야 한다. 하지만 국내 대부분의 지주회사는 그렇지 못하다. SK는 지주사 위주로 M&A를 진행하는 등 지주사로서 모범적인 모델을 갖고 있다고 본다.
 
스몰캡을 분석하며 중점을 두는 분야가 있는지. 어떠한 기업이 지속성장이 가능할까.
 
비즈니스모델의 확장 또는 비즈니스 영역의 시장이 확대 여부를 중요하게 보고 있다. 그런 면에서 최근 관심있게 보는 종목은 인텔리안테크, 덱스터 등이다. 우선 인텔리안테크(189300)는 인공위성 수신용 안테나를 제조하는 기업인데, 통신 낙후지역을 위한 저궤도 인공위성이 생기면서 비즈니스 영역이 확대되고 있다. #덱스터는 VFX(특수효과)기업으로 출발했지만 투자와 제작 등을 겸하면서 제작회사로 바뀌어가고 있다. 비즈니스모델의 확장기업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변곡점에 있는 기업일수록 주가가 많이 올라간다.
 
한때 기업운영의 목적은 주주이익의 극대화였지만 이러한 개념이 변화하고 있다. 사회책임투자 활성화를 위해 무엇이 필요할까.
 
기업 최상의 목적은 주주이익의 극대화였다. 하지만 기업의 힘이 과도해지면서 기업의 비대해진 영향력을 이해관계자들과 공유해야 한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기업이익은 늘었지만 양극화 등이 진행되면서 기업의 사회적 가치가 부각되고 있다. 기업은 주주뿐 아니라 기업의 노동자, 지역사회 등 기업을 둘러싼 여러 이해관계자들을 위해 존재해야 한다는 의식이 생겨나고 있고 그러한 흐름으로 변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업 경영전략 패러다임이 환경, 사회, 지배구조 등 비재무 영역을 포함해 확대되고 있다.
 
향후 사회척 책임투자가 투자의 화두가 될 것으로 본다. 사회책임투자는 기본적으로 장기투자를 전제로 하기 때문에 투자자들의 장기적 이익이 담보될 수 있는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 장기투자를 하기 위해서는 정보 제공이 필수적이다. 이에 따라 공시를 강화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문제로 부각될 것이다. 비재무적인 정보 공개 범위가 확대돼야 한다.
 
앞으로 계획은.
 
비즈니스모델에서 환경과 사회, 지배구조적 요소가 함께 고려되고 있다. 밀레니엄세대도 이러한 가치에 대해 중요하게 생각하는 만큼 기업의 지속가능성과 함께 사회적 가치에 기반한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 사회책임투자는 더욱 성장할 것이라고 본다.
 
이러한 사회책임투자는 자본주의 시스템으로 양극화 등을 해결하는 동시에 공정경제 및 사회정의를 실천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 될 것이다. 앞으로 기업에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관련 이슈들을 적극적으로 제기하고 관철시켜 투자대상의 사회적 유익을 증진시키는 데 기여하겠다.
 
이보라 기자 bora1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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