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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룸살롱 황제' 수사 경찰 뇌물 혐의 무죄 확정
"동료 경찰 진술 신빙성 의심스럽다" 원심 판단 유지
2020-02-26 11:21:08 2020-02-26 11:21:08
[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이른바 '룸살롱 황제'라고 불린 이경백씨를 수사한 경찰관이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지만,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재판부는 동료 경찰관의 진술을 인정하지 않은 하급심 판단을 유지했다.
 
대법원 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특정범죄가중법 위반(뇌물) 혐의로 기소된 박모씨에 관한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6일 밝혔다.
 
박씨는 서울 강남경찰서 여성청소년계에서 근무하던 지난 2007년 8월부터 2008년 7월까지 함께 근무한 동료 경찰관 정모씨가 관내 유흥주점 10여곳에서 단속 방지, 단속 정보 제공, 단속 무마 등 명목으로 정기적으로 수금한 금품 중 3600만원을 전달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특히 박씨는 2010년 3월부터 7월까지 서울지방경찰청 내 수사부 형사과 폭력계 폭력2팀에서 근무하면서 이경백씨에 대한 수사를 담당했다. 이씨는 그해 7월 성매매처벌법(성매매알선등) 등 혐의로 구속기소됐고, 2015년 대법원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등이 확정됐다. 정씨는 강남경찰서에 근무하기 전부터 이씨와 친밀한 관계를 유지했고, 이씨와 통화한 사유로 징계 처분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법원 전경. 사진/뉴스토마토
 
1심은 "피고인에게 뇌물을 공여했다는 정씨의 진술은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한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정도의 신빙성이 있다고 볼 수 없다"며 박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정씨는 이 법정에서 '피고인에게 뇌물을 공여한 사실이 없다. 검찰에서의 진술은 내가 빠져나가기 위한 허위진술이었다'는 취지로 진술해 검찰 진술을 전면적으로 번복했다"고 지적했다.
 
또 "정씨가 성매매업소 운영자 사이의 통화 등을 금지한 지시를 위반해 징계 처분을 받기도 한 점, 당시 이씨의 진술에 의해 많은 경찰관이 구속되거나 징계 처분을 받고 있었던 점 등을 종합하면 평소 이씨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던 정씨는 이씨의 진술 내용에 따라 수사의 대상이 될 수 있는 불안정한 지위에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씨가 그 진술 여하에 따라 징계, 나아가 형사처벌이 문제 될 수 있는 불안정한 지위에 있었던 정씨를 회유해 피고인을 궁지에 몰아넣기 위해 피고인에 대한 뇌물공여 사실을 진술하도록 유도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도 판단했다.
 
이에 대해 "이씨는 피고인이 소속된 수사팀의 수사로 자신이 구속됐고, 자신에게 권리금 명목으로 2억5000만원을 받아간 조직폭력배의 배후에 피고인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으므로 피고인을 상당히 원망하고 있었다고 짐작된다"며 "또 이씨와 정씨가 검찰에서 조사를 받을 때 이들의 소환 일자 중 3일이 겹치는 점에 비춰 같은 검사실에 소환된 이들이 만나 대화를 나누기도 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2심도 "원심의 판단을 충분히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검사의 주장과 같은 사실오인 또는 법리오해의 잘못이 없다"며 검사의 항소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정씨가 검찰에서 피고인에게 뇌물을 공여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은 2012년 6월인데, 이는 공소사실의 일시인 2008년 7월로부터 약 4년이 경과한 시점이었다"며 "정씨의 검찰 소환 일자는 이씨와 대부분 겹치는데, 당시 많은 경찰관이 이씨로부터 뇌물을 수수했다는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었던 점 등 정씨가 검찰에서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진술을 하게 된 경위에 비춰 보면 그 신빙성이 상당히 의심스럽다"고 판시했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법원 전경. 사진/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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