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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연

히딩크와 클린스만

2023-02-23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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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르겐 클린스만 당시 미국 축구 국가 대표팀 감독이 지난 2014년 2월1일 오전(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카슨의 스텁 허브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25년 전 거스 히딩크가 그랬던 것처럼 27년 전 우리의 눈물을 자아내게 했던 인물이 축구 국가 대표팀의 새 사령탑으로 유력하다는 소식입니다. 바로 독일 축구 레전드인 위르겐 클린스만이 그 주인공입니다.
 
독일 주요 축구전문 매체와 국내 언론은 전날 일제히 현재 공석인 대표팀 신임 감독에 클린스만이 꼽히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현재 대한축구협회와 클린스만 감독이 직접 협상을 진행 중이고, 가능성이 높다는 소식입니다. 다음 달 열리는 콜롬비아, 우루과이와의 평가전을 데뷔 무대로 삼기 위해서 협상 속도를 높이고 있다는군요.
 
1964년생인 클린스만은 올드 축구팬이라면 누구나 이름을 들어봤을 만한 화려하게 선수 생활을 한 이입니다. 독일 분데스리가 득점왕 출신에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최고의 선수로 선정되기도 했고 무엇보다 독일 대표팀 부동의 공격수로 108경기 47골의 업적을 남겼습니다. 
 
특히 1990 이탈리아 월드컵에서 서독을 우승으로 이끌 정도로 큰 무대에서 강했는데요. 1994 미국 월드컵 당시 조별 리그에서 우리와 만나 2골을 터뜨리며 2-3 패배를 안기기도 했습니다. 당시 감각적인 터닝 슈팅으로 역시 명불허전이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이쯤 되면 지난 1998 프랑스 월드컵 당시 차범근호에 0-5 대패를 안긴 네덜란드의 수장이었던 히딩크가 떠오르는데요. 히딩크는 지난날 우리와의 악연을 뒤로 하고 2년 뒤 새 대표팀 감독에 선임되며 한국 땅을 밟습니다. 그 이후 누구나 잘 아는 것처럼 2002 한일 월드컵에서 4강 신화를 이룩하며 레전드로 우뚝 섰죠.
 
한일 월드컵 성공 이후 대표팀에서 물러났지만, 히딩크는 한국과 인연을 놓지 않았습니다. 이후 박지성, 이영표를 자신이 지휘하던 PSV 에인트호번(네덜란드)에 입단시켜 유럽 진출의 문을 열어줬습니다. 박지성은 히딩크의 도움을 받아 훗날 세계 최고 명문 클럽이었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잉글랜드)에서 뛰는 기염을 토하기도 합니다.
 
히딩크 영입으로 월드컵 성공을 이루고, 선수들의 유럽 진출까지 활발해지는 긍정적인 작용이 이어진 겁니다. 외국인 감독 하나가 그전까지 월드컵에서 1승도 하지 못한 축구 변방의 문화를 뒤바꾼 것이지요.
 
그럼 이번에 클린스만이 제2의 히딩크가 될 수 있을까요. 냉정히 말해 그럴 가능성은 낮아 보입니다. 선수 클린스만은 높게 평가받아 마땅하지만, 감독 클린스만은 높은 점수를 줄 수 없으니까요. 클린스만은 독일 대표팀을 이끌고 2006 독일 월드컵 3위의 성적을 냈지만, 그 이후 심한 부침을 겪고 있습니다. 2011년부터 2016년까지 미국 대표팀을 이끌었지만, 2018 러시아 월드컵이 되기 전 성적 부진으로 사퇴했고, 결국 미국은 러시아 월드컵에 나가지 못했습니다. 이후 2019년부터 2020년까지 자국의 헤르타 베를린을 지휘했지만, 내부 마찰을 빚으며 얼마 못 가 자진 사임했습니다.
 
무엇보다 한국에 오기 전 레알 마드리드(스페인) 등에 몸담을 정도로 이미 세계적인 명감독이자 뛰어난 전술가였던 히딩크와 달리 클린스만은 전술가와 거리가 먼 캐릭터라는 게 세간의 평가였습니다. 선수 시절만 놓고 보면 충분히 좋은 선택으로 보이나, 감독 시절을 놓고 보면 현 상황에서 왜 그를 데려오는지 이해가 안 되는 형국입니다. 오히려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16강 위엄을 달성한 파울루 벤투가 그리워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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