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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혜원

정치인의 약속

2023-11-30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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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29일 국회 당 대표실을 찾은 정의당 김준우 비대위원장과 만나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윤혜원 기자] “멋있게 지면 무슨 소용이 있냐.”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지난 28일 유튜브 방송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 대표의 설명은 이렇습니다. “내년 총선에서 우리가 1당을 놓치거나 과반을 확보하지 못하면 폭주와 과거로의 역주행을 막을 길이 없다. 선거는 승부고 결과로 이겨야 한다.”
 
21대 국회 선거제 개편은 지지부진합니다. 논의가 질질 끌리는 핵심 요인은 비례대표제입니다. 그래도 그간 정당별 의견은 선명했습니다. 민주당은 위성정당을 방지하고 연동형 비례제를 확대하자는 입장이었죠.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를 중심으로 이뤄지는 논의에서도 병립형으로 돌아가자는 국민의힘 요구에 민주당은 거부 의사를 분명히 해왔습니다.
 
지금 민주당 분위기는 다릅니다. 이 대표가 ‘명분보다 현실이 중요하다’는 취지로 언급하자, 당내에서는 이 대표를 후방 지원하는 발언이 쏟아졌습니다. “가장 나쁜 형태의 위성정당이 나왔던 제도를 다시 뜯어봐야 하고 처음부터 다시 논의해 여야가 합의해야 한다(김영진 의원).” “민주당 의석을 헐어 다른 소수정당이 국회에 많이 진출하게 하자는 주장을 하는 것은 자기모순이다(진성준 의원).”
 
현실은 중요합니다. 우리는 땅을 밟고 사는 존재입니다. 하늘만 바라본다고 먹을 것이 떨어지지 않습니다. 현실을 도외시하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 생존이 어려워집니다. 하지만 모두가 땅만 보고 산다면, 우리 삶은 그 자리에 머무를 가능성이 큽니다. 그렇기에 인류 역사에서 누군가는 발로 땅을 디딘 채 하늘을 바라봤는지도 모릅니다. 당장 실현하기 어렵더라도 좀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한 꿈을 꾸고, 이를 현실화하기 위해 노력했던 사람들이죠.
 
이렇게 하늘 보는 사람에 정치인이 있습니다. 이들은 대중에 자신의 철학과 비전을 제시합니다. 주로 ‘나는 이런 생각을 하고 있고, 이런 생각이 나뿐 아니라 여러 사람의 삶을 개선할 수 있다’는 내용이죠. 이 주장에 공감하는 사람은 투표로 지지를 표합니다. 이 과정에서 정치인에게 신뢰가 중요한 자산이자 덕목으로 떠오르는데요. 정치인이 대중을 향해 던지는 말에 설득력이 있으려면 신뢰가 전제돼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정치인이 신뢰를 얻는 방법 가운데 하나는 약속을 지키는 것이죠.
 
“비례 민주주의 강화와 위성정당 금지 등 정치개혁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 이 대표가 지난 전당대회에 출마하며 한 약속입니다. 앞서 이 대표는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겠다는 대국민 선언을 번복하고 자신의 체포동의안을 부결해달라고 당내 의원들에 호소했습니다. 현실을 택하면 당장 정치 생명은 연장할 수 있겠지만, 약속을 지키지 않는 정치인이라는 꼬리표는 떼기 어려울지 모릅니다.
 
윤혜원 기자 hwyo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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