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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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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의 기능

2024-05-0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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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박대형 기자] 소설 한 권 읽었습니다. 최진영 작가가 쓴 '구의 증명'이라는 소설이었는데요. 추천받아서 읽었습니다. 요즘 잘나가는 작가라고 하더군요. 처음 들어봤습니다. 소설 잘 안 읽거든요. 마지막으로 소설을 읽었던 게 대략 4년 전입니다. 워낙 드문드문 읽어서 기억이 구체적인데요. 2020년 10월 초였어요. 누가 책을 읽고 있기에 그거 뭐냐고 물었더니 '동급생'이라고 하더군요. 아는 척하려고 자신만만하게 "아, 히가시노 게이고?"라고 했는데 인상을 찡그리며 "음? 그거 아니고 프레드 울만"이라고 해서 본전도 못 찾았던 기억이 납니다. 그게 그 무렵 유행했었나 보죠? 구입하진 않았고 도서관에서 대출받아 읽었습니다. 반전이 유명하다고 해서 후루룩 읽고 대충 반전만 확인했어요.
 
예, 독서 잘 안 합니다. 1년에 한 권 정도 사는 것 같네요. 문학 작품은 올림픽 간격으로 읽고요. 예전엔 소설도 많이 읽었는데 이젠 읽을 일이 거의 없네요. 저만 그런 건 아니죠. 한국인 독서 안 한다고 매년 야단이지 않습니까. 하도 오래된 얘기라 정보 가치가 있나 싶긴 합니다. 경기 안 좋단 얘기 하고 비슷한 것 같아요. 태어나서 지금까지 경기 좋았던 적은 한 번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95년 말 출생이니 정말 그렇겠네요. 한국 사람들 책 안 읽는단 얘기도 그렇지 않나 싶습니다. 유튜브·OTT 때문에 독서 안 한다고 한숨 푹푹 쉬는데 텔레비전 보급됐을 때나 초고속 인터넷 깔렸을 때나 지금이나 뭐 크게 다를까 싶어요. 책 안 읽는다고 걱정하는 사람은 늘 있는 거죠.
 
아이들은 지금도 책 많이 읽습니다. 이건 제 경험으로 알아요. 시립도서관에서 4년 일했거든요. 코로나19로 온 사회가 스톱됐을 때도 도서관은 쌩쌩 돌아갔습니다. 드라이브스루·워크스루 같은 것도 운영했었죠. 주로 자녀를 둔 어머니들이 책을 빌려 갑니다. 어린이실은 대출 권수부터 달라요. 월별 대출통계 내보면 몇 배 차이 납니다. 가족 ID로 한 트럭 빌려 가요. 청소년도 책 읽습니다. 서울대 권장도서 같은 거 읽어요. 논술시험 쳐야 하거든요. '정의란 무엇인가', '총·균·쇠' 같은 책 어른들은 장식품으로 사지만 학생들은 실제로 읽습니다.
 
어른들이 책을 안 읽습니다. 그런데 굳이 강박적으로 책을 읽어야 할까요. 정보는 인터넷에 다 있죠. 문학 작품은 좋아하는 사람만 보면 되고요. 소비는 필요해야 하는 거죠. 제가 이번에 소설을 읽은 것도 필요가 있어서였어요. 의무 아닌 글을 쓴 지 오래돼서 하나 써볼까 했는데 맨땅에 쓰는 것보단 뭐라도 엮어서 쓰는 게 편하거든요. 그래서 추천받아 책을 읽었는데 결국 쓰진 못했습니다. 할 말이 없더라고요. 그렇지만 책 읽은 수고가 아깝진 않았습니다. 덕분에 독서의 기능을 알았거든요.
 
성인 되고 책은 쭉 안 읽었습니다. 심지어 도서관에 4년 있으면서도 안 읽었어요. 아무 문제 없었습니다. 책은 안 읽었지만 '생각'은 했거든요. 지금 문제는 생각이 없는 것이었어요. 생각이 없으니 할 말도 없는 거죠. 저만 그런 건 아니죠. 다들 정신없으니까요. 그래서 직장인들이 독서 모임 같은 걸 만드는 것 같습니다. 독서의 기능은 생각할 순간을 주는 데 있더군요. 이번에 읽은 책 내용은 가물가물합니다. 그런데 책 읽은 순간은 선연히 기억나요. 생각은 '정지'된 순간에서 가지를 뻗어 나오는 것이죠. 2024년 4월17일 신분당선 첫차 타고 비몽사몽에 책 읽은 기억에서 이런 짤막한 생각이 만들어진 것처럼요.
 
독서 모임에 가입했습니다. 중국집에서 짜장면 얻어먹고 엉겁결에 가입했어요. 그냥 짜장면이 아니라 차돌박이를 얹은 짜장면이었습니다. 시간 내서 책 읽는 게 쉽진 않겠죠. 말랑말랑한 책도 아닐 것 같고요. 그래도 최대한 읽어보려고 합니다. 열차처럼 흘러가는 하루하루에 마디를 내준다면 그걸로 충분하지 않을까 싶어요.
 
책 읽는 아이들 (사진=연합뉴스)
 
박대형 기자 april2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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