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기자
닫기
최기철

(시론)‘면죄부 검사’ 최재경의 딜레마

2016-11-01 06:00

조회수 : 7,539

크게 작게
URL 프린트 페이스북
지금은 퇴임한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한 경질 요구가 빗발칠 때마다 최재경(54) 신임 민정수석과 김경수(56) 전 대구 고검장이 하마평에 오르곤 했었다. 법조계 내부에서는, 우병우 전 수석의 성격상 쉽게 자리를 내놓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았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정수석이 바뀐다면 그 당사자는 최 수석이 될 것이라는 예측들에 무게가 실렸다. 최 수석을 따라 다니는 ‘BBK 검사’라는 수식어 때문인지, 그는 이번 정권이 아니면 더 이상 중용되기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었다. 스스로도 언제 청와대에서 부를지 몰라 변호사 개업 후에도 큰 사건을 맡지 않고 낚시를 즐기며 몸조심을 하고 있다는 얘기가 돌았다. 다시 말 해 쓸데없는 구설수에 휘말리지 않도록 미리 대비했다는 후문(後聞)이다. 
 
경남 산청에서 태어난 그는 대구고와 서울대를 졸업했다. 사법연수원 17기를 수료하고 1988년 서울지검(지금의 서울중앙지검) 검사로 법조 생활을 처음 시작했다. 비록 2015년 고검장 문턱에서 물을 먹기는 했지만 우 전 수석보다 훨씬 화려한 이력의 소유자다. 1992년 법무부 검사, 1997년 대통령비서실 파견근무, 2003년 법무부 검찰 2과장, 2005년 대검찰청 중수1과장, 2007년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특수1부장검사, 2008년 대검찰청 수사기획관, 2009년 서울중앙지방검찰청 3차장검사, 같은 해 8월 법무부 기획조정실장을 역임 했다. 그리고 2011년 8월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에 이어 2013년 인천지검장을 끝으로 옷을 벗었다. 참으로 자랑스러운 TK 대표 주자가 아닐 수 없다. 
 
지금으로서는 박근혜 대통령의 선택이 ‘자멸의 길’을 향할 것인지, ‘뜻밖의 신의 한수’가 될지 알 수가 없다. 변화를 극도로 싫어하는 ‘안전지향’주의자이고, ‘신뢰할 수 있는 극소수 사람에게만 모든 것을 의지하는 자폐적 성격’의 대통령이 ‘최순실 게이트’를 통해 촉발된 ‘하야(下野)’와 ‘탄핵’ 요구라는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친애하는 우병우 수석’의 후임으로 과연 누구를 선택 할 수 있었을 것인가. 답은 이미 나와 있었다. 본인의 정치적 지지 세력인 TK 출신이면서, 당 내 잡음을 정리하고 끝까지 힘을 보태줄 수 있는 세력과 연관된 사람, 현재 가장 자신에게 적대적이면서도 파워가 센 언론을 통제해서 본보기를 보여줄 수 있는 사람, 정치적 사건에 대한 수사경험이 많고 자신의 의중을 생래적으로 이해하고 알아서 처리해줄 수 있는 ‘제2의 우병우’, 그런 사람이 누구이겠는가. 
 
TK 대표 주자인 최 수석은 ‘친박 핵심’인 새누리당 최경환(61) 의원의 대구고 후배이면서 같은 당 최병렬 전 대표의 조카이다. 선관위 디도스공격의 주역인 전 한나라당 최구식 의원의 사촌동생이기도 하다. 청와대와 날선 각을 세우며 연일 특종을 터뜨리고 있는 TV 조선 보도부 최희준 기자는 최 전 대표의 아들이다. 대검 수사기획관 시절에는 박연차 게이트 수사를 맡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친형인 건평 씨와 최측근 박연차 태광 실업 회장을 구속했고,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 재직시 ‘이명박 대선후보의 도곡동 땅 실 소유자 의혹 및 BBK 주가조작 의혹 사건’을 모두 무혐의로 마무리했다. 중앙지검 3차장으로 근무하면서는, 이 전 대통령의 사돈 기업인 효성그룹 비자금 의혹 사건 역시 무혐의로 처리해 ‘면죄부 검사’라는 별명까지 얻게 되었다. 게다가 그 유명한 ‘촉견폐월(蜀犬吠月)’을 읊조리며 BBK 재수사 논란을 한 마디로 일축해 버린 기개(?) 또한 박 대통령에게는 무시할 수 없는 장점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지금은 대학생, 교수, 직장인 누구 할 것 없이 하루가 멀다 하고 릴레이 시국선언을 이어가고, 하야와 탄핵을 요구하는 대국민적 집회가 전국 곳곳에서 열리는 상황이다. 정상적인 국정 운영이 불가능한 것은 물론이고 탈당 요구까지 받고 있는, 지지율 10% 대의 박 대통령은 이미 깊어진 레임덕의 늪에 빠진 자신을 구해줄 그 누군가가 너무도 절실할 것이다. 결국, 확고부동한 ‘김기춘 계’이자 ‘면죄부 검사’로서 명성이 드높은 최 수석이 200% 적격자인 셈이다. 
 
하지만, 최 수석은 또 다른 면모도 가지고 있다. 우선 그의 스타일은 우 전 수석과 다르다. ‘나오면 나오는 대로, 까면 까는 대로’ 돌진하는 스타일이다. ‘인천에만 가면 잘나가던 사람도 끝이 좋지 않다’는 법조계 징크스를 깨지 못하고 인천지검장 시절 ‘세월호 참사 사건 지휘관’으로서 부실 수사의 책임을 지고 옷을 벗기는 했지만, 2012년 한상대 검찰총장이 기획한 대검 중수부 폐지에 반발해 총대를 메고 소위 ‘검란(檢亂)’을 일으켜 총장을 사퇴시킨 주역이기도 하다. ‘정치검사’라는 타이틀은 다른 한편으로는 시대의 흐름과 민심의 향배를 본능적으로 감지하고 쫓아갈 능력이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박 대통령의 아킬레스건인 ‘최순실’과 ‘우병우’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이 본인에게 강요된 역할이라 하더라도 과연 그가 순순히 그에 따를 것인지는 아무도 알 수가 없다. ‘면죄부 검사’ 최재경의 딜레마가 새롭게 부각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노영희 법무법인 '천일' 변호사
 
  • 최기철

  • 뉴스카페
  •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