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K-코로나 백신 주권 시대 언제 열릴까
입력 : 2020-10-20 06:00:00 수정 : 2020-10-20 06:00:00
코로나 바이러스와의 전쟁에서 가장 강력한 무기는 백신이다. 제대로 된 백신만 개발하면 인공 집단면역이 가능하다. 정말 지긋지긋한 코로나19도 감염병 박물관의 수장고 속에 가둘 수 있다. 하지만 코로나와의 싸움에서 한순간에 전세를 역전시킬 수 있는 백신 개발이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것이 최근 드러나고 있다. 굴지의 세계적 제약기업들도 막바지 임상 3상에서 부작용 등의 문제로 주춤거리고 있다. 아스트라제네카, 존슨앤드존슨 등 세계적 기업들은 올해 개발을 완료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으나 현재로서는 불투명하다. 돌다리도 두드리며 지나가야 할 백신 개발에 외려 이를 무시한 채 좌고우면하지 않고 앞만 보고 질주하고 있는 러시아, 중국 개발업체들이 이들보다 더 먼저 시장에 제품을 선보일 가능성이 크다. 물론 이들 나라에서 백신을 만들어내더라도 그 안전성에 대한 의구심이 큰 상황이어서 그 나라 밖은 물론이고 그 나라 안에서도 사람들이 안심하면서 백신을 맞을지는 미지수다. 
 
유럽 등 세계 많은 국가들이 코로나 바이러스 침공에 놀라 한때 국경을 전면 폐쇄한 바 있다. 지금도 좁은 문만 열어놓고 2주간 격리 등 엄격한 출입통제를 하고 있는 국가가 많다. 마스크 대란을 겪은 나라는 마스크 수출을 금지하기도 했다. 각국도생을 당연한 전략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코로나 백신과 관련해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다시 말해 자국민부터 모두 백신을 맞히고 나중에 여유분이 생기면 수출하는 것이다. 이른바 백신 국가주의다. 이 때문에 적어도 선진국이라면. 아니 각 나라가 모두 능력만 되면 코로나 백신을 자체 개발하려 한다. 백신 주권을 가지지 못하면 그 나라 국민은 불안과 열등감에 빠지게 된다. 국가와 정권의 사활을 걸고 백신 개발에 매달려야 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지난 15일 문재인 대통령은 경기도 판교 SK바이오사이언스 연구소를 방문해 코로나19 백신 개발 진행 상황을 점검하고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선진국보다 늦더라도 반드시 우리 힘으로 코로나 백신을 개발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였다. 백신 주권을 선언한 것이다. 한국은 일찍이 K-방역 시스템을 고안해 정착시킴으로써 선진국한테서까지 주목을 받은 바 있다. 하지만 치료제와 백신 개발은 실망스럽게도 매우 더디다. 국내 코로나 백신 개발 진척 상황을 톺아보면 이를 확연히 알 수 있다. 
 
국내 제약사 중 백신 개발에 가장 앞서 있는 제넥신은 지난 6월 식품의약품안전처한테서 임상 1상 허가를 받고 바로 그달 사람에게 후보물질을 첫 투여했다. 애초 목표대로라면 9월 중 1상을 마무리하고 2상 초기 단계에 들어갔어야 하는데 아직까지 1상 결과조차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제넥신은 국내 후발주자인 진원생명과학과 함께 DNA 백신 방식으로 도전하고 있다. 진원생명과학은 현재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임상 단계가 아니라 동물실험을 하고 있다. 현재까지 DNA 방식으로 개발·시판된 감염병 백신은 단 한 건도 없다. 코로나 백신의 경우도 전 세계적으로 대규모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마지막 임상 3상에 진입한 코로나 백신 후보물질이 모두 11개인데 DNA 방식은 이 가운데 단 하나도 없다. DNA 백신은 안전성이 높은 장점을 지니고 있지만 동물이 아닌 사람을 대상으로 효능을 발휘한 사례가 없는 것이 최대 약점이다.
 
한편 SK바이오사이언스가 개발하려는 코로나19 백신은 면역반응을 일으키는데 필요한 바이러스의 일부 항원 단백질만 골라내 정제하는 방식이다. SK는 지난 6일 식약처에 임상 1상을 신청했다. 제넥신에 이어 국내 개발 업체 중 두 번째다. 국내 개발업체의 진척 상황을 마라톤에 비유하면 선진국들은 이미 반환점을 돈 뒤 막바지 관문인 33킬로미터 구간에 진입했는데 우리는 이제 출발해 몸을 풀고 있는 단계이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는 백신 확보를 위해 두 가지 전략을 동시에 펼치고 있다. 하나는 어떻게 해서라도 내년 말까지는 시판할 수 있는 백신을 자체 개발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아스트라제네카와 백신 위탁 생산 계약을 맺은 SK바이오사이언스가 실제 백신 생산을 할 경우 일부 생산 물량을 국내에 공급하는 것이다. 이런 ‘떡고물’ 전략은 계약서상에 확실하게 적시되지 않아 지나친 기대는 금물이다. 정부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우리나라 인구의 20%인, 약 1천만 명분의 코로나19 백신을 개발에 성공한 글로벌 제약사한테서 수입하는 방안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글로벌 제약사들이 백신 본격 생산에 들어가면 코로나 전쟁은 새로운 양상으로 확 바뀌게 된다. 백신 주권을 가진 국가와 그렇지 못한 국가가 벌이는 코로나 전쟁의 모습은 완전히 달라진다. 대한민국이 백신 주권 확보에 사활을 걸어야 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안종주 한국사회정책연구원 사회안전소통센터장(jjahnpar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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