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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5만원 혹은 3만원, 그것이 문제일까
2016-07-27 06:00:00 2016-07-27 16:40:40
노영희 법무법인 ‘천일’ 변호사
어제 평소 좋아하던 기자 3, 친분 있는 형사 4명과 함께 단골 곰장어 집에서 늦은 저녁을 했다. 맥주와 소주, 그리고 곰장어 닭발, 주꾸미 등이 주 종목인 곳이다. 마음씨 좋은 사장님은 가끔 멍게나 산낙지를 서비스 해 주기도 한다. 이 집은 누룽지와 라면 정도가 식사거리이고, 따로 찌개나 밥을 팔지는 않는다. 결국 술집이라고 해야 할까. 8시부터 담소를 나누며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왁자지껄 민폐를 끼치고 김영란 법이 시행되기 전에 자주 만나자를 마지막 구호로 헤어졌다. 아침에 일어나 계산서를 보니 나까지 8명이 먹은 술값으로 ‘26만6000이 결제되어 있었다.
 
28일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여부에 대해 최종 판단을 하게 되어 있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 금지법’(이른 바 김영란법)’에 대해 어떤 결정이 내려질지 모두들 궁금해 하고 있다. 김영란 전 권익위원장이 제안한 이 법이 국회에서 논의 될 때, 나는 두 번에 걸쳐 공청회에 참석한 적이 있었다. ‘벤츠 여검사사건이 검사의 뇌물 수수가 아닌 남녀 간의 치정에 따른 선물 수수로 귀결되면서, 우리 국민들은, 공직자들의 부정부패를 직접 단죄하는 형법상 뇌물죄가 얼마나 무능력한지 그리고 부정청탁뇌물직무관련성사이의 인과관계 입증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이해하게 되었고, 마침 시의 적절하게 제안된 이 법에 대해 뜨거운 관심을 보내고 있었다.
 
어쨌든, 국회 공청위에서 가장 크게 논의된 것은 과연 이 법의 수범 대상에 국회의원을 빼고 사립학교 교직원, 혹은 기자 등을 포함시키는 것이 맞는지, ‘구청 청소 용역 근로자에게까지 무차별적으로 법을 적용시키는 것은 괜찮은지, 고가의 핸드백을 선물 받은 부인을 남편이 고발해도 되는지, 양심의 자유나 직업 선택의 자유 등 기본권 침해로 가정이 해체되는 것은 아닌지, 한 사람으로부터 1회 100만 원 이상의 금품이나 선물을 받으면 무조건 처벌 받게 하는 것이 과잉입법금지 위반은 아닌지 등이었다. 또한, 허용되는 예외 규정과 법 위반 사이의 간극이 애매하고 사회 상규라는 용어의 불명확성으로 인하여 죄형 법정주의 원칙에 반하며 기소 독점권을 가지고 있는 검찰이 이른바 표적 수사 등으로 권한을 남용하는 경우 견제할 방법이 없는 것도 문제로 지적되었다. 가장 크게 다투어졌던 이해충돌 방지쪽은 논의를 하다 말고 모두 포기해버렸다. 보완하고 검토해야 할 부분이 너무 많기도 했고 실효성 논란이 심했기 때문이다.
 
우여 곡절 끝에 20153월 김영란법은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고 16개월의 유예기간을 거쳐 올 928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아직 시행도 되지 않은 법률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하는 것이 가능한가라는 견해부터 시작하여 법의 제정 취지를 고려하여 볼 때 침해되는 사익과 보호되어야 하는 공익 사이의 비교형량을 통해 합헌 결정이 내려질 것이라는 주장 및 법률 규정이 애매하고 기본권 침해가 너무 심할 뿐 아니라 농/축산, 과일, 화훼 농가나 식당 등 서민 경제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고 경제 발전을 저해할 수 있어 위헌이 선고될 것이라는 의견까지 다양한 예측이 대한민국을 뒤덮고 있다.
 
이미 발표된 시행령에 따르면, 1인당 식사비용은 3만원을 넘지 못하고, 선물의 가격은 5만원 미만이어야 한다. 경조사비용도 10만원을 넘으면 안된다. 밥 한 끼에 맥주 한 잔 기울이다 보면 1인당 5만원은 훌쩍 넘을 수 있는데 현실을 너무 반영하지 못한다며 투덜대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사실, 이 기준은 현행 공직자윤리규정과 그 수준이 같다. 오히려 처음에 제안된 안 보다 더 완화된 기준이기도 하다.
 
내가 어제 8명의 술값 겸 밥값으로 지불한 금원이 26만6000원이므로 사실 김영란 법이 시행되면 나와 같이 시간을 보냈던 기자들과 경찰들은 모두 법을 위반한 셈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김영란 법이 합헌으로 선고되기를 바란다. ‘부정청탁사회상규의 의미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과 식사와 선물 금액 상한선이 시행령을 통해 정해진 것 등은 그다지 중요한 문제는 아니다. 1인당 식사비 한도가 3만원인지, 5만원인지도 정말로 하나도 안 중요하다. 게임업체로부터 4억 원이 넘는 주식을 무상으로 받고 이를 이용하여 120억 원의 잭 팟을 터뜨린 현직 검사장이 존재하고, 100억 원의 수임료를 받으며 현직 법조인들에게 로비를 해오던 부장판사 출신의 전관 변호사가 존재하는 한, 김영란 법은 우리 사회에 반드시 필요한 법이기 때문이다.
28일 선고로 인해 더 이상의 불필요한 논의가 사라지기를 희망해본다
 
노영희 법무법인 ‘천일’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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