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재판 녹음·녹화 의무화 해야
입력 : 2020-09-23 06:00:00 수정 : 2020-09-23 06:00:00
"검찰 조사 때 저런 의미로 말하지는 않았습니다.", "검찰 조서는 축약되고 조작됐습니다." 
 
법정에서 증인이나 피고인 측이 증거로 제시된 검찰 측 조서를 두고 실랑이를 벌이는 모습은 드문 광경이 아니다. 여기에 대한 검찰 측의 답변은 통상 "조서는 녹취록이 아니라 중요한 부분만 받아쓴 것입니다"였다. 
 
필자가 검찰 조서가 참고인이나 피의자가 검찰에서 말한 그대로를 적은 것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된 지는 법원을 출입하고 나서였다.
 
조서는 피의자가 한 수많은 진술 중 수사기관이 피의자 진술을 청취하고 조서에 기재할 사항만을 기재해 진술한 내용 중 기재되는 내용은 일부분에 국한된다. 그 과정에서 작성자의 의도가 개입돼 참고인이나 피의자가 표현하는 의미와 다르게 쓰여지는 경우도 발생한다. 예를 들어, 검찰이 같은 질문을 10번 했을 때 피의자가 줄곧 부인하다가, 마지막에 "그럴 가능성이 하나도 없느냐"라는 질문에 "가능성이 전혀 없지는 않다"라고 대답한다면 조서에는 마지막 대답만이 기재될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이야기다.
  
물론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증인이나 피고인이 법정에서 조서 내용을 부인한다면 증거능력을 얻지 못한다. 하지만 '생략되고 변경됐을 가능성이 있는' 조서는 여전히 중요 증거로 법정에서 채택되고 있다. 
 
단순히 검찰의 일만이 아니다. 법원은 기본적으로 재판과정의 녹음과 녹화를 금지하고 있다. 재판 당사자나 변호인이 신청할 수는 있지만 허가는 재판부 재량이다. 허가를 받지 않은 채 녹음을 하면 “감치될 수 있다"는 재판장의 불호령이 떨어지진다. 사전에 녹음을 신청했을 때도 "왜 녹음을 신청 하는가"라는 질문이 돌아오기도 한다.   
 
재판 당사자와 변호인, 검찰이 재판을 녹음해 복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헌법상 권리다. 헌법 27조 3항 2문은 '형사피고인은 상당한 이유가 없는 한 지체 없이 공개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사법행위에 대한 국민적 견제 장치다.
 
재판 당사자도 당연히 변호인이 자신을 잘 대리하는지, 검찰이나 판사가 부적절한 언행을 하지는 않는지를 살펴야 한다. 재판과정이 투명해지면 전관 변호사들이 법정 외 변론을 시도할 동기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미 미국이나 캐나다에서는 재판 당사자가 아니라도 재판에 따라 중계와 녹음을 허용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이탄희 의원실의 '재판 녹음 의무화' 조항을 담은 형사소송법 개정안 발의는 그래서 반갑다. 재판 녹음과 녹화를 의무로 하고, 재판 당사자들은 녹음·녹화물을 재판이 끝난 다음에 확인해 볼 수 있도록 했다. 헌법상 시민의 알권리와 재판 공정성을 온전히 보장받기 위한 변화가 필요하다. 
 
왕해나 법조팀 기자 haena0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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