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간 고성까지 오갔다"…협상 '막전막후'
협상시한 하루 앞두고 '극적 타결'
쌀·소고기 문제로 의견 엇갈리기도
2025-07-31 18:17:31 2025-08-01 10:02:08
[뉴스토마토 박주용·이효진 기자] "당연히 (한·미 간에) 고성이 오갔을 거고, 정부 내 협상 전략을 논의할 때도 부처 간 고성이 오가고 그런 상황이었습니다"
 
한·미 간 관세 협상 과정에서 대통령실 내 컨트롤타워 역할을 했던 김용범 정책실장은 치열했던 협상의 뒷얘기를 이와 같이 전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내 판단과 결정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이 어떤 영향을 받게 될까 두려운 생각을 가지고 있다"며 한·미 관세 협상에 대한 부담감을 토로하기도 했습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31일 한·미 관세 협상이 상호관세율 15%로 타결됐다고 밝혔다.(사진=뉴시스)
 
24시간 비상 체계에 "이빨 흔들려"
 
31일 한·미 간 관세 협상이 타결됐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세 폭탄'을 예고한 지 168일 만입니다. 이 대통령의 "이빨이 흔들린다"는 소회처럼, 대통령실은 협상 막판 쉼 없이 24시간 긴장 상태를 유지했습니다. 
 
김용범 정책실장은 이날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새벽 2시든 3시든 대통령께 전화를 드려 보고했다"며 "이 대통령이 이 사안만큼 집중해서, 직접 하시는 걸 본 적 없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전날 열린) 비상경제점검 TF(태스크포스) 회의가 10분 지연된 것도, 대통령과 3실장(비서실장·정책실장·안보실장)이 1시간20분 넘게 비공개 회의를 진행했기 때문"이라며 "통상 (비상경제TF) 모두발언을 1시간 전쯤 (대통령이) 직접 보고 고치고 가는데 그날은 집무실에서 7층까지 걸어가면서 (모두발언문을) 봤다"고 밝혔습니다. 
 
협상 타결 직전까지 긴박했습니다. 이날 오전 6시쯤 트럼프 대통령과 한국 협상단의 면담이 언론에 알려졌고, 불과 1시간20분 뒤에 정책실장 브리핑 일정이 잡혔습니다. 미국에서 급박하게 잡힌 트럼프 대통령과 협상 일정에 대통령실이 발맞춰 움직인 것입니다. 
 
이 대통령과 협상단의 총력 대응 끝에, 한국은 쌀·쇠고기 등 민감 품목의 추가 개방 없이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서 실마리를 찾는 데 성공했습니다. 미국은 한국산 제품에 부과하려던 상호관세를 당초 25%에서 15%로 낮추기로 했습니다. 한국은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하며 절충점을 이뤘습니다. 
 
다만 협상 테이블은 순탄치 않았습니다. 농축산물 개방 여부를 두고 한·미 양측 팽팽한 신경전을 벌였습니다. 때로는 고성이 오갈 만큼 격렬한 공방도 벌어졌습니다. 김 정책실장은 "정부 내부에서도 농축산물 대응 방안을 놓고 부처 간 의견 충돌이 컸고, 격론 끝에 고성이 터져 나올 정도였다"고 밝혔습니다. 
 
트럼프식 거래 기술도 문제였습니다. 당초 지난 25일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방미가 미국 측의 일방적인 일정 취소 통보로 인해 29일로 미뤄졌습니다. 이날도 구 부총리와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과의 협의만 예정된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갑작스레 한국 협상단을 직접 백악관으로 불렀습니다. 이후 소셜미디어에 협상을 예고했습니다. 협상단과 트럼프 대통령은 30~40분간 협상했습니다. 구 부총리는 워싱턴 D.C. 주미대사관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이게 진짜 오늘 이렇게 전격적으로 이뤄질지 알 수 없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면담 계획을) 올리면서 이게 현실화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딜메이커' 러트닉…정부·기업 공조도 빛나
 
협상단은 협상의 숨은 공신으로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을 지목했습니다.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러트닉 장관과 6월 중순부터 10여 차례 이상 만나며 긴밀한 관계를 이어왔습니다. 트럼프 대통령과 마주할 때 어떤 태도로 임해야 하는지도 러트닉 장관의 귀띔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여 본부장은 "상무 장관이 굉장히 딜메이커,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며 "협상이 빠르게 전환점을 맞은 건 미국과 일본 간 무역 합의가 발표된 직후, 러트닉 장관이 먼저 '직접 만나자'고 제안한 순간부터"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러트릭 장관과 만나기 위해) 뉴욕 사저에도 갔고, 스코틀랜드에 가서도 저녁, 자정 넘긴 시간에도 만나고 해서 여러 가지 협상의 틀이 구체화됐다"며 "그런 부분이 어떻게 보면 예상보다 빠른, 새로운 아이디어가 담긴 형태로 협상 타결한 원인이 됐다고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정부와 기업의 '원팀 외교'도 빛났습니다. 시작은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었습니다. 김 부회장은 지나나 28일 미국의 전략적 관심사인 조선업 협력 프로젝트 '마스가(MASGA, 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를 들고 미국으로 향했습니다. 
 
이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9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30일 잇따라 미국을 찾았습니다. 반도체와 자동차 등 우리나라 핵심 산업을 이끄는 수장들이 미국을 방문한 것입니다. 이들은 관련 인사들과 접촉해 정부의 관세협상 카드로 쓰일 대미 투자에 대한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 정책실장은 "우리 기업들도 조선업 등 제조업 협력 방안 도출 과정에서 적극적인 아이디어를 제안하며 원팀으로 뛰었다"며 "우리 기업들이 경쟁력을 키우고 수출 시장을 다변화해 나갈 수 있도록 정부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이효진 기자 dawnj789@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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