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동지훈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해열진통제 '타이레놀(성분명 아세트아미노펜)'이 자폐아 출산 위험을 높인다면서 임신 중 복용을 자제하라고 했습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신중한 입장을 견지한 가운데 의학계에선 연구 결과가 부풀려져 해석됐다면서 아세트아미노펜이 가장 효과적인 옵션인 사실은 변함없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24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임신부의 타이레놀 복용이 자폐아 출산 확률을 높인다면서 미국 식품의약국(FDA)을 통해 의료진에 통보하겠다고 밝혔습니다.
FDA는 같은 날 보도자료를 통해 타이레놀 라벨에 임신 중 타이레놀 복용이 자폐와 주의력결핍행동장애(ADHD) 확률을 높일 수 있다는 내용을 추가하겠다고 예고했습니다. FDA가 꺼내든 타이레놀 라벨 교체 근거는 2019년과 2020년 수행된 연구입니다. 두 연구 모두 태아기 임신부의 아세트아미노펜 복용이 신경 발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결론을 도출했습니다.
다만 FDA는 "선택권은 부모에게 있다"며 "특수한 상황에서 임신부의 아세트아미노펜 복용은 합리적"이라고 단서를 달았습니다.
아세트아미노펜과 자폐, ADHD를 한데 묶는 연구 결과는 또 있습니다. 안드레아 바카렐리(Andrea Baccarelli) 하버드 보건대학원 교수 연구팀은 기존 연구 46건을 분석한 결과 27건의 연구에서 아세트아미노펜과 신경발달장애 연관성이 인정됐다고 확인했습니다. 이 연구 결과는 지난달 국제학술지 'BMC 환경 건강(Environmental Health)'에 실렸습니다.
타이레놀. (사진=뉴시스)
식약처는 FDA의 라벨 교체 움직임에도 "향후 (타이레놀 제조) 업체에 의견 및 자료 제출을 요청하고 관련 자료 및 근거에 대해 신중히 검토할 예정"이라며 신중론을 유지했습니다.
의학계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타이레놀 금지령'에 비판적인 의견을 냈습니다. 살레나 자노티(Salena Zanotti) 미국 클리블랜드 클리닉 산부인과 의사는 현지 언론에 "아세트아미노펜은 고열과 통증 완화를 위해 사용되는 가장 일반적인 의약품"이라며 "성인 최대 권장 복용량인 3000㎎을 초과하지 않으면 된다"고 밝혔습니다.
국내 의학계 반응도 같습니다. 최소 1~2개월 이상 아세트아미노펜을 장기 복용해야 출산 직후 자폐 등 신경발달장애와의 연관성이 인정된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이지연 분당차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일반적으로 아세트아미노펜은 통증이나 발열이 있을 때 단기간 복용하는데, 자폐와 관련이 있다는 결과가 나온 연구군은 2주 이상, 수개월 복용했다"며 "태아의 탯줄에서 아세트아미노펜 대사체가 높게 검출됐을 때 자폐 확률이 높다는 연구도 있었는데, 아세트아미노펜을 오래 반복적으로 복용해야 가능한 일이라 일상적으로 복용하는 아세트아미노펜 용량으로 염려할 정도는 아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이 교수는 또 "'이부프로펜'의 경우 임신 후기에 복용했을 때 태아 동맥관이 일찍 막힐 가능성이 있다"며 "반면 아세트아미노펜은 오래 연구된 성분인 만큼 임신부가 선택할 수 있는 해열진통제 중 가장 안전한 옵션"이라고 부연했습니다.
동지훈 기자 jeehoo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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