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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행 대출금리 비싼 이유 "중금채 의존하고 정부에 고배당"
'대출 재원' 저원가성 예금 확보 도외시
정부 기금·지자체금고 유치 경쟁력 열위
2024-04-19 08:00:00 2024-04-19 08:00:00
[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중소기업 대출을 주로 취급하는 기업은행이 대출금리 인하에 인색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한 대출 금리가 시중은행보다 비싼 상황인데요. 저원가성 예금을 늘리기보다는 조달금리가 높은 중소기업금융채권(중금채) 의존도가 높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내부 유보금을 정책금융 재원으로 쓰기보다는 정부 배당으로 지출하고 있어 중소기업에 대한 금융 지원을 최우선시해야 하는 국책은행 역할이 무색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중금채 비중 역대 최대
 
(그래픽=뉴스토마토)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기업은행의 중금채 발행액은 169조5000억원으로 1년 새 16조8000억원(11%) 가량 늘었습니다. 같은 기간 총수신에서 중금채가 차지하는 비중은 54.5%에서 57.8%로 3.3%포인트 늘었습니다. 반면 같은 기간 저원가성예금 잔액은 98조2000억원에서 93조9000억원으로 4조3000억원 줄었고 비중도 35.1%에서 32.0%로 3.1%포인트 하락했습니다.
 
기업은행이 발행하는 중금채는 중소기업은행법에 따라 특정한 자금 지원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은행채입니다. 정부가 원리금 상환을 보증하므로 일반 회사채와 달리 안전자산에 포함되고 금리도 국고채보다 높은 수준에서 책정됩니다.
 
중금채 위주로 조달된 자금은 기업은행 중소기업 대출재원으로 활용됩니다. 지난해 말 기준 기업은행 중소기업대출 잔액은 233조8000억원으로 중기대출 점유율 23.2%를 기록하며 1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중금채는 보통 시중은행의 예금보다 높은 금리를 보장하고 있어 조달비용을 낮추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기업은행은 비용 축소를 위해 중금채를 창구보다 시장 조달 비중을 높여가고 있지만 여의치 않습니다. 창구 조달 중금채는 보통 시장 조달보다 금리가 더 높게 유지되는데요. 창구 조달 중금채 비중은 55%로 지난 2021년 48%를 기록한 이후 줄곧 오름세입니다. 
 
대출금리 시중은행보다 높아
 
문제는 조달금리가 상대적으로 비싼 중금채 의존도가 높다 보니 대출금리가 높아진다는 점입니다. 중금채는 보통 시중은행의 예금보다 높은 금리를 보장하고 있어 발행 규모가 커질수록 이자비용이 늘어납니다.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신규 취급액 기준(10~12월 취급금리 평균) 중소기업 신용한도대출(마이너스대출) 평균금리는 기업은행이 7.56%입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은행의 대출금리 보다 높습니다. 
 
기업은행의 개인사업자 신용한도대출 평균금리도 7.63%로 4대 은행 중 최고인 우리은행(7.39%)보다 높습니다. 중소기업 신용대출 평균금리는 기업은행이 6.27%로 4대 은행 중 가장 높은 국민은행(6.35%)과 유사한 수준입니다. 개인사업자 신용대출 평균금리 역시 기업은행(6.32%)이 4대 은행보다 높습니다.
 
기업은행의 실적 선방은 대출금리에서 예금금리를 뺀 예대금리차로 벌어들인 수익 덕분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기업은행의 지난해 12월 기준 예대금리차는 1.35%포인트로 4대 은행보다 높은 수준입니다. 연간 기준으로 예대금리차가 가장 높았던 시중은행은 국민은행(1.41%)인데, 기업은행(1.40%)도 이와 비슷한 수준입니다. 이 때문에 중소기업 특화 국책은행이라는 명성은 이어가고 있지만 이자 장사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기업은행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한 대출금리가 시중은행보다 높아 '이자 장사'를 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사진은 서울시 중구 기업은행 본점(사진=기업은행)
 
기업은행이 중금채 의존도를 탈피하지 못하고 핵심예금, 수시입출식예금 등 저원가성예금과 정부 기금, 지방자치단체 금고 유치 등 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자체는 현금이나 유가증권 등 출납 및 세금 수납 업무를 금융기관에 위탁합니다. 그러나 기업은행이 보유한 지체 금고는 수원시 금고가 유일합니다. 이마저도 지난 2022년 시 금고 재입찰 과정에서 대형은행인 국민은행이 도전장을 내밀면서 시 금고 지위를 뺏길 위기에 처하기도 했습니다.
 
"저원가성 예금유치 노력 부족"
 
지자체 시 금고를 가장 많이 보유한 농협은행이 특수은행 강점을 활용하는 것과도 대비됩니다. 농협은행은 기업은행과 마찬가지로 금융위원회가 평가하는 지역재투자 평가순위에서 우수 등급을 받고 있습니다. 이를 내세워 지자체 금고 보유 수 1위를 유지하고 있는데요. 금융당국이 주기적으로 실시하는 지역 재투자 평가 등은 지방자치단체나 지방교육청 금고 기준 등에 활용됩니다. 
 
기업은행은 지난해 카드와 연금 부문 사업그룹을 신설했는데요. 개인고객 서비스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명분이지만 단기 성과에 집중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KB국민·신한·우리·하나·농협 등 5대 은행의 경우 기관 및 공공금융 부문의 그룹 단위 조직을 구축하고 정부 기금사업과 지자체 금고 유치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반면 기업은행은 기관고객부 등 부서 차원에서 관련 사업을 수행할 뿐입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정부와 유기적으로 정책 결합을 강화해 공무원 등 우량 고객을 확보해야 하지만 각 부처의 법 근거가 제약하는 요인이 많다"며 "공금기관의 지위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전사적인 역량 결집이 필요한 만큼 기관영업 기능 확대가 필요하다는 고민은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벌어들인 수익을 정책금융 재원으로 활용하기보다는 정부 배당에 지나치게 집중한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상장사인 기업은행의 지분 구성은 기획재정부 59.5%, 산업은행 7.2%, 국민연금 5.39%, 수출입은행 1.84% 등과 기타주주 26.07%로 이뤄져 있는데요. 대정부 배당성향이 꾸준히 30%대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민간 금융지주의 평균 배당성향(25.5%)보다 높은 수준입니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책금융 지원 기능을 적시에 충실히 하기 위해서는 내부 유보금을 배당으로 쓰기보다는 자산 건전화에 보태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며 "중소기업자의 경제적 지위 향상을 도모해야 하는 중소기업은행법 설립 취지에 맞게 운영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증권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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