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에서 가장 가깝게 발견된 분자 구름 EOS의 거리. 태양으로부터 약 310광년 떨어져 있다. (사진: 한국천문연구원)
[뉴스토마토 임삼진 객원기자] 천문학자들이 지구로부터 불과 300광년 떨어진 곳에서 지금까지 알려진 것 중 가장 가까운 ‘분자 구름(dark molecular cloud)’을 발견했습니다. 우리은하 안에서 별의 요람으로 불리는 이 구름은 태양 질량의 5500배에 달하며, 이전에 알려진 가장 가까운 구름보다도 90광년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습니다.
이 구름에는 ‘이오스(Eos)’라는 이름이 붙여졌습니다. 그리스 신화 속 새벽의 여신에서 따온 이 이름은, 실제로 새벽 하늘을 수놓을 만큼 거대한 구조에 걸맞은 명칭입니다. 만약 이 구름이 육안으로 관측될 수 있다면 밤하늘에서 가장 큰 구조물로 보일 것이며, 보름달 약 40개를 나란히 놓은 크기일 것이라고 합니다.
지금까지 이 구름이 탐지되지 않았던 이유는, 분자 구름 탐색에 주로 사용되는 일산화탄소(CO)를 거의 포함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연구진은 H₂(수소 분자)의 자외선 형광 방출을 통해 이 구름을 포착했으며, 지난 2003년에 발사된 우리나라의 과학기술위성 1호의 주탑재채인 원자외선분광기(이하 FIMS, Far-ultraviolet IMaging Spectrograph) 자료를 이용해 새로운 분자 구름을 발견한 것입니다. 이번 연구는 지난 4월28일 세계적인 과학 학술지 <네이처천문학>(Nature Astronomy)에 발표되었습니다.
이 논문에 따르면, 이오스는 비교적 최근인 수천년 사이에 별을 형성한 흔적이 없으며 현재도 자체 중력만으로는 붕괴할 만큼 밀도가 높지 않아 곧바로 별을 탄생시킬 가능성은 낮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오스는 과거의 별 형성 활동이 중단된 후 남겨진 가스와 먼지의 잔해로, 향후 별의 탄생 조건을 탐구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발표된 논문의 제1저자인 미국 럿거스(Rutgers)대학교 블레이크슬리 부르크하르트(Blackesley Burkhart) 박사는 “이 구름은 태양 근처에서 다음 세대의 별이 어디서 형성될지를 예측할 수 있게 해주는 귀중한 단서”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오스는 지구가 위치한 ‘로컬 버블’이라는 초거대 구조의 경계면에서 발견되었습니다. 이 구조는 다수의 초신성 폭발로 생성된 거대한 빈 공간으로, 고온의 플라스마와 차가운 가스 구름이 공존하는 복잡한 환경입니다. 이오스 구름의 초승달 모양 형상은 이 같은 복잡한 상호작용의 산물로 보입니다.
관측 결과, 이오스는 수소 분자의 자외선 형광 방출이 강하게 나타나는 특징을 지녔습니다. 이 방출은 구름의 외곽에서 별빛을 흡수한 수소가 방출하는 것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 분자 구름의 존재를 밝혀내는 귀중한 도구가 됩니다. 연구진은 과학기술위성에 장착된 ‘FIMS’를 활용해 이오스의 정확한 위치와 구조를 파악했습니다.
이 구름의 발견은 우주에서 H₂처럼 '어두운' 물질이 얼마나 광범위하게 존재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앞으로 별과 행성 형성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이 연구를 소개한 사이언스 뉴스(Science News)는 “Eos는 분자 구름의 형성 및 소멸 과정을 가까이서 연구할 수 있는 드문 기회를 제공한다. 또한 이 연구는 우리 태양 근처에 별과 행성을 형성하는 데 필요한 별 사이의 물질이 얼마나 존재하는지 밝혀주는 데 도움을 준다”라고 평가했습니다. 다만, 이오스는 향후 약 600만 년 안에 서서히 사라질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 구름은 현재 북반구 하늘의 ‘코로나 보레알리스’ 별자리 근처에 위치해 있으며, 만약 맨눈으로 볼 수 있다면 하늘을 향해 ‘행 루즈(hang loose)’ 손짓을 펼쳤을 때 두 손을 뻗은 만큼의 크기로 보일 것이라고 연구진은 설명했습니다.
이 연구에 참여한 한국천문연구원 조영수 책임연구원은 “우주에 있는 다양한 물질의 분포나 상호작용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다파장 관측이 필요한데 그동안 기술상의 한계로 원자외선 관측 시도가 적었다”라며 “지금까지도 희소한 FIMS의 원자외선 분광 자료를 기반으로 한 이번 연구 결과가 우리은하 별 탄생 연구에 중요한 단서가 된다”고 말했습니다. FIMS 개발을 주도했던 선광일 책임연구원은 “20년 전에 관측한 데이터가 현재 시점에서도 유용하다는 점에서 뿌듯하고, 전천 탐사 관측 데이터의 중요성을 다시금 실감했다”면서 “곧 본격 관측을 시작하는 스피어엑스(SPHEREx) 및 K-DRIFT 등 전천 관측 우주망원경과 함께 관련 연구를 이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 용어설명
로컬 버블(Local Bubble): 대략 300~500광년의 크기를 갖고 태양계를 포함하고 있는 뜨겁고(약 100만도), 희박한(1cm³당 0.05개의 원자) 기체로 구성된 공간을 말한다. 지난 1000만년 전에서 2000만년 사이에 발생한 여러 번의 초신성 폭발이 주변의 성간 물질을 밀어내어 밀도가 낮고 온도가 높은 거품을 형성했다고 알려져 있다.
FIMS 원자외선 수소분자 형광 방출선 전천 지도(상단 왼쪽)와 H2 강도 대비 총 FUV 강도 비율 지도(하단 왼쪽), 이번에 새로 발견된 분자운 EOS 부분 확대 영상(오른쪽). (사진= Nature Astronamy)
임삼진 객원기자 isj2020@kosns.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