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명신 기자] 관세 전쟁을 벌여온 미국과 중국이 90일간 고율 관세를 유예하기로 하면서 해운 운임이 상승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미중 무역 활성화로 물동량이 증가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미국 무역대표부(USTR)의 입항 수수료 부과, 지정학적 불확실성 등 리스크가 남아있어 업황 회복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HMM의 2만4,000TEU급 컨테이너선 ‘HMM그단스크’호가 독일 함부르크항에서 하역 작업을 마치고 출항을 준비 중인 모습.(사진=HMM).
14일 중국은 미국산 수입 물품에 부과한 125%의 관세를 90일간 10%로 조정합니다. 미국 역시 중국산 수입 물품에 대한 관세율을 10%의 기본 상호관세와 20%의 펜타닐 관세만 남겨두고 30%의 관세를 적용합니다.
업계에서는 관세 전쟁이 휴전 모드에 들어가면서 물동량 증가로 해운 운임이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중국에서 미국으로 선박이 이동하는 데에 약 4주가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화주들은 관세 유예 기간 동안 상품을 최대한 많이 밀어낼 것으로 보입니다.
통상 해운업계는 2분기 계절적 성수기에 진입해 3분기에 성수기가 본격화됩니다. 여름 휴가, 추수감사절과 크리스마스 기간에 재화 소비가 늘어나는 것을 대비해 물동량이 늘어나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밀어내기 물량이 쏟아진다면, 성수기를 더 이르게 맞이할 수도 있습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미중 관세 유예에 계절적 성수기 요인도 더해져 해운 운임은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습니다.
글로벌 해상운임 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 9일 기준 연초 2505.17포인트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 1345.17포인트를 기록했습니다. 전주(1340.93) 대비 소폭 상승한 수치로, 4주 연속 하락세를 그리다 반등했습니다. 지수 하락의 주요 원인이 미·중 관세 여파였던 만큼 SCFI 상승이 기대됩니다.
글로벌 해운사들은 함대 재편으로 물동량 상승에 대비를 서두르고 있습니다. 덴마크 해운사 머스크는 “최근 2주간 중국-미국 노선 용량의 20%를 축소했지만, 고객 요청 시 빠르게 회복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독일 최대 컨테이너 해운사 하팍로이드도 성명을 통해 “원래 중국에서 미국 해안까지 운송할 때 소형 선박을 사용할 계획이었지만, 수요가 강할 경우 계획을 바꿀 수도 있다”며 조정 가능성을 드러냈습니다.
하지만 USTR의 입항 수수료 부과와 지정학적 리스크 등 업계 불확실성이 여전해 해운 운임 상승은 단기적으로 오를 것이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관세 유예가 끝나는 시점인 8월 중순 이후의 정책 방향성 예측도 어려워 해운사들은 장기 계획 수립에도 부담이 큰 상황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관세 유예로 단기적으로는 해운 운임 상승이 전망되는 상황”이라면서도 “장기적으로 봤을 때 선복량 증대라든지, USTR의 수수료 부과 등 위험 요인들이 남아 있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라고 했습니다.
이명신 기자 si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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