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 대선이 낳은 금융관가 유행어 "꺼진 불도 다시 보자"
2025-05-16 14:56:34 2025-05-16 17:13:55
 
[뉴스토마토 이종용 선임기자] 최근 금융당국 안팎에서는 '꺼진 불도 다시 보자'라는 말이 부쩍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오는 6월3일 대통령 선거 이후 새 정부가 출범하면 당국 고위직 인사가 단행되는데, 정권 교체 여부에 따라 과거 조직에서 물러났던 인사가 기관장 등으로 복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간 개혁 성향의 비관료 출신 인사들이 기관장 등 임원으로 영입됐던 금융감독원을 중심으로 이런 분위기가 조성되는 모습입니다. 
 
김은경·원승연 복귀 촉각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 고위직들의 임기가 줄줄이 끝나면서 차기 인선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임기를 끝낸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이 이날 퇴임했고,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내달 5일 임기가 끝납니다. 대선 이후 새 정부가 출범하고 대행 체제가 마무리되면 차기 인선이 이뤄질 것으로 보입니다. 
 
정권 교체가 이뤄질 경우 차기 금감원장에는 친정부·개혁 성향의 인물이 올 것이라는 때 이른 하마평이 나옵니다. 기본적으로 대선 캠프에 몸담은 다선 국회의원이나 학계 출신이 이름을 올리는데요. 금감원 임원 경력이 있는 김은경 전 부원장(금융소비자처장), 원승연 전 부원장 등이 거론됩니다. 
 
김 전 부원장은 한국외대 교수로 일하다 2015년 민주당의 전신인 새정치민주연합에서 당무감사위원을 맡았습니다. 이후 2020년 문재인정부에서 최초 여성 금감원 부원장으로 임명돼, 임기 3년을 채우고 윤석열정부 초기에 퇴임했습니다. 
 
김 전 부원장은 이재명 대표 재임 때인 2023년 민주당 혁신위원장을 맡고, 각종 정치 공격을 받으면서도 '이재명 체제' 공고화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금융당국 한 관계자는 "당시 김 전 부원장을 가볍게 봤던 싶은 사람은 하마평에 마음이 불편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금융감독원 부원장을 지낸 뒤 퇴임한 인사들의 복귀 가능성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 2023년 8월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혁신안 발표에 김은경 혁신위원장(전 금감원 부원장)이 입장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명지대 교수 출신인 원 전 부원장도 문재인정부 초기 자본시장담당 부원장에 영입됐었습니다. 당시 윤석헌 금감원장과 금융감독 분야에서 강성 정책에 목소리를 높인 인물입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금감원장의 사법경찰관리 추천 권한 부여 등을 두고 금융위와 사사건건 충돌한 바 있습니다. 
 
이들은 금융감독 업무 경험이 있는 데다 금감원 독립성 강화에 대한 인식을 가진 개혁 성향 인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원 전 부원장도 대선 캠프에서 정책 자문 역할을 맡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부원장보 이상의 금감원 임원 인사도 관전 포인트입니다. 금감원장이 교체되면 관례적으로 부원장보 이상은 일괄 사표를 제출하고 새 원장으로부터 재신임을 받아야 합니다. 사표가 수리되면 남은 임기와 상관 없이 퇴임합니다. 함용일 자본시장부문 부원장, 김범준 보험담당 부원장보는 오는 7~8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습니다. 
 
금융감독 체계 개편 변수
 
그 외 임원들은 정권 교체와 함께 재신임 절차를 밟아야 하는데, 금감원 쇄신 작업과 맞물려 인사 폭이 커질 수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자리를 지킬 수 있다는 기대감이 흘러나옵니다. 임원들 상당수의 임기가 2년 이상 남았고, 현 금감원장의 파격 인사로 당분간 인력 조정이 어렵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금감원 한 관계자는 "드물지만 부원장보를 지내다 퇴임한 후 부원장으로 다시 복귀한 과거 사례도 있다"며 "조직을 나간 선배들 안부를 챙기는 분위기가 있다"고 전했습니다. 
 
금융감독 체계 개편 논의가 진행되는 점도 변수로 꼽힙니다. 기획재정부 개편이 현실화하면 금융위와 금감원도 연쇄적으로 개편 수순에 접어들게 됩니다. 민주당 내에선 금융위의 '금융정책' 기능을 재정경제부로 옮기고, 남은 '감독 기능'을 '금융감독위원회'(금감위)로 통합, 금감원 내 금융소비자보호처는 없애고 금융소비자보호원을 신설하는 방안이 거론됩니다. 
 
금융감독 기구를 '금융건전성감독원'(금융기관 인허가·건전성 감독)과 '금융시장감독원'(금융기관 영업행위 규제 및 금융소비자 보호 업무, 자본시장·회계감독)으로 분리하는 안도 거론됩니다. 금융감독 조직이 비대해 질수록 경험과 노련함을 갖춘 감독·검사 인력이 필요한데요. 금감원 다른 관계자는 "파격 인사가 거듭되면서 예상보다 조직에서 빨리 밀려난 인력들의 복귀처가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상급 부서인 금융위는 정치색이 옅은 정통 경제 관료들이 고위직을 맡아온 만큼 인사 교체 범위와 폭이 예상 범주에 있습니다. 지난해 7월 취임한 김병환 금융위원장의 임기가 아직 1년이 채 지나지 않았는데요. 역대 정부에서 임기 초 금융위원장을 교체하지 않은 사례가 한 번도 없지만, 금융감독 체계 개편과 대내외 경제 상황과 맞물려 유임될 수 있다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나옵니다. 
 
새 정부의 개각에 맞춰 교체될 경우에는 대선 캠프에서 경제 및 금융 공약을 자문했던 인사들이 우선 후보로 꼽힙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융 관료들은 행정고시 선후배가 서로 밀어주고 당겨주는 데다 정권을 가리지 않고 인수위원회서 정책 자문을 담당해왔다"며 "이번 정부에서 승진 가도를 달렸다고 해서 다음 정권에서 배제된다고 속단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금융감독 체계 개편이 금융당국 인사의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 위치한 금융감독원 모습. (사진=뉴시스)
 
이종용 선임기자 y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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