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하려면 공사비 더"…공사비 갈등 '점입가경'
조합·시공사 갈등 곳곳에서 커져
2025-05-23 16:28:57 2025-05-23 21:14:18
 
[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도시정비사업 현장 곳곳에서 공사비 증액 갈등이 심화하고 있습니다. 공사가 멈추거나 소송으로 준공 시기가 지연되는 경우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데요. 
 
23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GS건설과 경기 광명시 '철산주공8·9단지(철산자이 더 헤리티지)' 재건축 조합은 막판까지 공사비 증액 문제로 입주 차질 가능성까지 제기됐지만 가까스로 최종 타결되며 입주 불가 사태를 피하게 됐습니다. 조합은 지난 22일 열린 정기총회에서 공사비 520억원 증액을 반영한 관리처분계획 변경안을 가결했습니다. 
 
총 공사비는 2019년 12월 계약 당시 8776억원에서 1조297억원으로 1500억여원 늘었는데요. GS건설은 2022년 2월과 2023년 12월 각각 416억원, 585억원의 공사비 증액을 요구했습니다. 지난 1월에는 GS건설이 1032억원의 증액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는데요. 공문에는 원만한 협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입주 제한이 발생할 수 있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습니다. 이후 경기도 분쟁조정위원회의 중재를 거쳐 공사비 증액분을 596억원으로 조정했으며, 추가 협상을 통해 76억원을 삭감한 520억원으로 확정됐습니다. 
 
오는 7월 말 입주를 앞둔 서울 성동구의 행당7구역 재개발 정비 사업에서도 공사비 증액을 두고 시공사 대우건설과 조합 간 갈등이 격화하고 있습니다. 대우건설은 공사비 증액 불수용 시 입주를 제한하겠다고 통보한 상태입니다. 대우건설은 지난 1월 조합에 169억원에 공사비 증액을 요청했으며, 공사비 상승 등으로 현재까지 300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는 입장입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조합 측에서 채무부존재 확인소송을 제기하고 회사도 이에 맞서 공사대금을 청구하는 반소를 제기해 소송이 진행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서울시내 아파트. (사진=뉴시스)
 
건설업계 수익성 '하락'…공사비 증액 소송 이어져
 
서울중앙지법에 올해 1월 공사대금 관련 소송을 제기한 GS건설과 메이플자이(신반포4지구) 조합은 지난달 788억원 공사비 증액에 합의했습니다. GS건설은 지난 10월 요청한 3082억원의 공사비 증액분 가운데 25%에 해당하는 788억원을 증액하기로 했는데요. 메이플자이는 서울 서초구 잠원동 내 신반포4지구 재건축을 통해 3300세대 규모의 대단지 아파트를 짓는 사업입니다. GS건설은 2017년 10월 평(3.3㎡)당 공사비 499만원 수준에 이 사업을 수주했으나 대외 환경 변화에 따른 공사비 상승을 이유로 총 3차례 공사비 증액을 요구했습니다.
 
서울 은평구 '재개발 3대장'으로 불리는 대조1구역에서는 공사비 갈등이 1년 넘게 이어지다가 서울시 중재로 마무리 됐는데요. 대조1구역 재개발 조합은 지난 3월 총회에서 2566억원의 공사비 증액안을 의결했습니다. 이에 따라 공사 계약금은 기존 5806억원에서 8366억원으로 늘었습니다. 3.3㎡당 공사비는 745만원으로 확정됐습니다. 대조1구역 재개발은 은평구 대조동 88번지 일대에 지하 3층~지상 25층, 2451가구 규모의 아파트를 짓는 사업입니다. 시공사는 현대건설로 2022년 10월 착공해 최근 분양에 나섰습니다.
 
최근 몇년 동안 공사비는 꾸준히 오르고 있는데요.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3월 건설 공사비 지수는 131.23으로 지난해 12월(130.12)과 비교할 때 세 달 만에 0.9% 상승했습니다. 2020년 기준 100이었던 공사비지수는 2021년 117.37, 2022년 125.33 상승한 후 지난해 9월 130.45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공사비가 오르면서 주요 건설사의 원가율은 90%를 넘어섰습니다. 지난해 말 기준 삼성물산 건설부문을 제외한 10대 건설사의 평균 공사 원가율은 94.06%에 달했습니다. 1년 전 92.79%에 비해 1.27%포인트 늘어난 수치입니다. 건설업계는 통상 원가율이 80% 수준을 안정적이라고 판단합니다.
 
수익성 저하로 건설사들의 선별 수주가 이어지면서 정비사업 조합도 시공사 찾기에 진땀을 빼고 있습니다. 서울 노원구 상계주공5단지는 2023년 11월 GS건설과 계약을 해지한 이후 2년 가까이 시공사를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서울 강남 등 핵심 입지에서도 시공사를 찾지 못해 유찰되는 일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데요. 이에 아예 공사비를 올리며 시공사 모시기에 나선 곳도 있습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공사비 문제로 소송까지 간다고 해도 사업 지연으로 비용이 늘어나 조합원들의 부담이 가중돼 울며 겨자 먹기로 공사비 증액에 동의하는 것 아니겠냐"면서 "시공사 교체도 마찬가지로 비용과 위험 부담이 있어 쉽지 않기 때문에 이제 조합이 시공사 선정 때부터 '을' 신세로 전락했다"고 말했습니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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