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식품업계가 얼마 남지 않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제품 가격 인상에 나서며 눈총을 사고 있습니다. 새 정권이 최근 수년간 지속돼 왔던 고물가 현상 해소를 최우선 과제로 내세울 가능성이 높고, 이로 인해 식품 기업들에 대한 전방위적 압박도 예상되는 상황인데요. 업계에서는 지금이 아니면 어렵다는 공감대가 확산되며 기업들이 인상 타이밍을 한 박자 빠르게 가져가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전문가들은 현재 인플레이션 상방 압력이 상당한데다, 식품 기업들이 이윤 추구에 앞서 국민들의 삶과 밀접한 먹거리 품목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가격 인상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동서식품은 이달 30일 기준 인스턴트 커피, 커피믹스, 커피 음료 등 제품의 출고 가격을 평균 7.7% 인상합니다. 이에 따라 맥심 모카골드 등 커피믹스 제품과 카누 아메리카노 등 인스턴트 원두커피는 평균 9%, 맥심 티오피, 맥스웰하우스 등 RTD(Ready to Drink) 등 커피 음료는 평균 4.4% 오릅니다. 소비자 판매 가격은 유통 채널과 협의를 거쳐 내달부터 순차적으로 인상 적용됩니다.
동서식품 관계자는 "이번 가격 인상은 커피 원두를 비롯한 주요 원재료의 가격 상승과 높아진 환율의 영향을 반영한 것"이라며 "커피 원두를 비롯해 야자유 등 주요 원재료는 전량 수입하고 있어 환율로 인한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매일유업도 내달 1일부로 '페레로로쉐'와 '킨더' 초콜릿류 출고가를 평균 11.5% 인상합니다. 대표 제품인 페레로로쉐 3구는 3000원에서 3500원, 16구 벨 제품은 2만200원에서 2만4200원으로 각각 16.7%, 19.8% 인상됩니다. 또 킨더초콜릿 50g은 400원, 20g은 300원씩 오릅니다.
또 서울우유협동조합은 이달 1일부터 가공유, 발효유, 주스류 등 54개 제품의 출고 가격을 평균 7.5% 높였습니다. 서울우유 역시 원부자재 가격 상승 및 환율 문제로 원가 부담이 누적돼 가격 조정을 단행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밖에 hy는 대표 제품인 '야쿠르트 라이트' 가격을 220원에서 250원으로 13.6% 인상하기도 했는데요.
이처럼 식품 업체들은 글로벌 원재료 가격 인상에 연동해 제품 가격의 조정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지만, 이를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은 곱지 않습니다. 통상 새 정부가 들어서면 민생 안정을 위해 강력한 물가 안정책을 전개할 가능성이 높은데, 업계가 이 시기를 맞이하기 전 선제적으로 가격을 올리겠다는 셈법이 깔려있는 까닭입니다.
실제로 식품업계의 가격 인상은 물가 상승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1%를 기록했습니다. 특히 가공식품 물가는 4.1% 급등하며 2023년 12월(4.2%) 이후 16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 평균 물가를 0.35%포인트나 견인했습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다음 정부가 새롭게 들어서면 식품 기업들 입장에서는 제품 가격을 마음대로 조정하기 어렵다 보니, 사실상 혼란한 시기인 최근 연쇄적 인상에 나서고 있는 실정"이라며 "식품 기업은 국민들의 식생활을 책임지는 책무를 안고 있는 중요한 집단이다. 특히 고물가 문제로 짓눌리며 고통받는 계층이 많은 최근과 같은 시기에 영리 추구만을 위한 식품 기업들의 가격 인상 움직임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소비자가 동서식품 인스턴트 커피 매대를 살펴보는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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