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영진 기자] 현대카드 노사가 19차례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을 진행했지만, 입장차를 좁히지 못한채 대치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임금 인상률과 복리후생 개선을 두고 여전히 이견이 큰 상황입니다. 현대카드 노조는 투쟁 강도를 더욱 높여나갈 방침입니다.
현대카드 임단협 지지부진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대카드는 지난해 12월부터 다른 카드사보다 이른 시점에 임단협을 시작했지만, 7개월이 지난 현재까지도 뚜렷한 진전 없이 답보 상태에 머물러 있습니다. 지난 18일 오전10시30분 19차 임단협을 진행했지만, 또 결렬됐습니다. 노조에서는 김영주 현대카드 노조 지부장 외 교섭위원 3명이, 사측에선 박진태 현대카드 ER 실장 외 교섭위원 4명이 참여했습니다.
노조는 △임금 인상률 7% △기본급과 성과급 비율을 기존 7:3에서 8:2로 개편 △조합원에게 타결 축하금 300만원 지급 △기술 직군에 대한 추가 5% 인상 △복리후생 제도 개편 등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반면 사측은 임금 인상률에 대해 매니저(과장급) 이하 직원은 2.5%, 시니어(차장~부장급) 직급은 2% 인상을 제시하며, 과도한 인건비 부담으로 성과급 비율 조정은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또한 타결 축하금과 기술 직군에 대한 추가 인상에 대해 형평성 문제를 이유로 수용이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 중입니다.
앞서 현대카드는 지난 2020년5월부터 2021년8월까지 1년6개월 동안 25차례에 걸쳐 협상을 이어가며 최장기간 임단협 끝에 합의한 바 있습니다. 이후에는 비교적 빠르게 교섭을 진행해 2023년에는 10차, 2024년에는 8차 임단협만에 협상을 타결하며 타 카드사보다 빠르게 마무리해 왔습니다. 그러나 이번 교섭은 2021년 이후 가장 오랜 기간 난항을 겪고 있는 만큼 노사 갈등도 깊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현대카드는 지난해 애플페이 도입과 다양한 문화 사업 확장으로 개인 회원 수가 크게 늘면서 사상 처음으로 연간 신용판매액 1위를 차지했습니다. 노조는 이러한 성과가 전적으로 직원들의 노력 덕분이라고 주장합니다. 반면 사측은 카드업계에서 2년 연속 역대급 임금 인상률을 기록하며 인건비 부담이 크게 증가한 상황이라, 노조의 양보와 현실적인 협상이 필요하다는 견해입니다.
현대카드 노조 관계자는 "이번에도 협상을 빠르게 마무리하기 위해 지난 겨울부터 2025년 임단협을 시작했지만, 여전히 입장 차가 커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며 "노조는 이번 임단협 역시 더 길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회사의 우수한 성과와 성장에는 노동자들의 헌신과 노력이 있어 회사 제시안에 절대 동의할 수 없다"고 피력했습니다.
앞서 현대카드는 2023년과 2024년 2년 연속으로 평균 7% 수준의 임금 인상에 합의한 바 있습니다. 다수 카드사가 3~5% 수준에서 인상률을 조율한 것과 비교하면 7%는 상당히 높은 편입니다. 올해 역시 적격비용 재산정 제도에 따라 카드 수수료율이 인하하면서 카드업계 전반의 수익성 악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7%를 넘는 인상률을 합의하는 사례는 드물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현대카드 노조, 본격 투쟁 돌입
현대카드 노조는 임단협 체결이 지연되자 본격적인 투쟁에 돌입했습니다. 김영주 노조 지부장은 18차 임단협이 결렬된 직후인 지난 16일부터 현대카드 본사 앞에서 1인 피켓 시위를 시작했으며, 19차 교섭이 결렬된 18일에는 대응 수위를 높이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노조는 앞으로 △집행위원 전원 항전 체제 돌입 △조직력 강화 및 연대 단체와의 결합을 통한 투쟁 수위 확대 △교섭 주기를 주 1회에서 주 2회로 늘리는 방안 등을 예고하며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노조는 총파업을 예고하진 않았지만, 옥외집회 신고까지 마친 상황입니다. 19일부터 내달 16일까지 현대카드 본사 1관과 2관 사이 인도에서 30명 규모의 옥외집회를 열 수 있도록 집회 신고도 마쳤습니다. 이번 주에는 상급 간부들이 시위에 참여하고, 다음 주부터는 전체 집행위원들이 참여해 투쟁 수위를 한층 끌어올릴 예정입니다.
현대카드 노사가 여러 차례 대립하는 배경에는 지난 2024년 임단협 과정에서 노조에 대한 그룹사 내부의 반대 기류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임단협 당시 2025년에는 임금 인상률 3% 이상에 동의하지 않겠다는 다짐 속에서 이뤄진 합의였다는 게 노조 측의 설명입니다. 그룹 차원에서 과도한 인건비 상승에 대한 우려가 있었던 만큼 이번 교섭에서는 더욱 보수적인 협상이 예상됩니다.
현대카드 노조 관계자는 "임단협에서 승리하기 위한 본격적인 투쟁은 지금부터 시작이고 앞으로도 한층 강화할 예정"이라며 "매주 한 주씩 투쟁 수위를 높여갈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회사가 이번에 2% 수준을 고수하는 것도 지난 임단협 때 그룹사 내 반대 기류가 있었던 것"이라며 "그룹사 반대를 설득했던 게, 올해 임단협에서는 3% 이상에 동의하지 않겠다는 합의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현대카드 노조는 임단협 체결을 위해 매주 투쟁 수위를 높이겠다고 밝혔다. 사진은 여의도 현대카드 본사 사옥 모습.(사진=뉴스토마토)
유영진 기자 ryuyoungjin153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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