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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06월 20일 14:58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홍준표 기자]
메리츠금융지주(138040)가 홈플러스의 회생인가 전 인수합병(M&A)에 동의키로 하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각에선 메리츠의 담보권 행사 시점이 늦어질 경우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지난해 홈플러스 대주주인 MBK파트너스와의 협상에서 유리하게 짜인 리파이낸싱 구조로 볼 때 결과적으로 메리츠가 웃는 시나리오가 유력하다는 평가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메리츠금융지주는 전날 서울회생법원에 홈플러스 회생 인가 전 M&A를 반대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사진=메리츠증권)
채권 회수 불발 가능성 '제로'
앞서 메리츠는 2024년 5월 홈플러스의 인수금융을 리파이낸싱하는 과정에서 유리한 조건으로 MBK 측과 협상을 마친 바 있다. 약 1조2000억원에 대한 1순위 채권자 지위를 확보하면서 법정관리와 무관하게 담보를 처분할 수 있는 권리를 갖게 된 것이다.
이는 통상 법정관리 개시 이후 원칙적으로 채무에 대한 변제가 금지되고 담보권 실행도 제한되는 것과 달리, 신탁된 담보재산은 ‘채무자 회생법’의 적용을 받지 않아 회생담보권으로도 분류되지 않기 때문이다. 나아가 법원의 회생계획안에 따라 담보권자도 일부 조정을 거칠 수 있는 일반적인 담보부채권와 다르게 메리츠는 법정관리와 관계없이 담보권을 실행할 수 있어 사실상 채권 회수에 장애가 없다.
담보 형태는 부동산 실물자산 외에도 지분 질권과 현금흐름 담보에 이르기까지 복합담보로 구조화되어 있다. 홈플러스의 주요 부동산 자산 60여 개는 모두 신탁회사에 담보로 맡겨졌고, 메리츠가 신탁 수익권 1순위를 보유하고 있다. 메리츠의 우선수익권 설정 규모도 대출원금의 약 120%로 넉넉하게 잡혀 있다.
이 때문에 관련 업계에선 메리츠금융그룹의 경우 홈플러스에 대한 대출 회수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은 사실상 제로에 가깝다는 평가다. 담보로 잡힌 부동산 가치가 폭락할 경우 문제가 발생할 수 있지만, 메리츠금융그룹이 담보로 확보한 감정가액 합계는 4조8000억원 규모로 담보 대비 대출금 비중(LTV)은 약 25% 수준에 불과하다. 부동산 가격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수준까지 폭락하지 않는 이상, 해당 대출에 대한 손실 가능성은 없을 것이라 진단하는 배경이다.
다만 회수 시기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건전성 지표에 대한 문제는 뒤따를 수 있다. 이 때문에 앞서 메리츠증권은 지난 9일 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메리츠증권 측은 자본 건전성 확보를 위한 선제적 대응이라고만 밝혔지만, 홈플러스 채권에 대한 회수 시기 지연 가능성과 그에 따른 유동성 확보 차원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안수진 나이스신용평가 책임연구원은 “홈플러스 기업대출 부실화 등으로 요주의이하자산이 크게 증가하면서 자산건전성 지표가 저하됐으나 홈플러스 62개 점포의 담보신탁 1종수익권을 보유하고 있고, 해당 부동산의 담보가치를 감안할 때 궁극적인 회수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전망”이라고 밝혔다.
최대 이자율 '14%'…담보권 행사할 이유 없어
메리츠 측이 자산 건전성 저하 이슈에도 당장 담보권을 실행하지 않는 이유로는 다양한 이유가 꼽히지만, 우선 리파이낸싱 조건을 유리하게 짰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당시 메리츠금융그룹은 확실한 담보를 조건으로 내걸어 다양한 안전장치를 요구했던 것 외에도 고금리를 책정해 수익성을 극대화했다.
리파이낸싱 조건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메리츠로부터 빌린 원금에 대해 연 8%의 쿠폰금리를 지급하기로 했다. 표면 이자율만 보면 연 8%이지만, 스텝업 금리 구조가 포함되어 있어 실제 메리츠의 잠재 수익률(YTM)은 최대 연 14% 수준까지 상승할 수 있다.
우선 조기상환 수수료에 대한 조건을 보면 1년 차에 원금 2500억원을 상환할 시 3.5%, 2년 차에 3500억원을 갚으면 5%의 수수료를 메리츠에 지급해야 한다. 만기 시점(2027년 5월)까지 남은 원금을 갚을 때는 최대 6%의 추가 수수료가 붙는다. 다시 말해 홈플러스가 만기까지 원금을 유지했다면 메리츠는 최종 상환 때 표면 이자율 연 8%에 추가적으로 6%의 프리미엄을 더 받아낼 수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내심 메리츠 입장에선 당장 담보 처분에 나서지 않고 만기를 기다리는 것이 오히려 나을 수 있다. 향후 채권단 협상에서 이자 감면이나 일부 손실 분담 요구를 받을 수 있지만, 현재 여론은 메리츠에 유리한 판이다. 정치권과 여론의 화살이 MBK를 향하고 있는 가운데 MBK의 추가적인 희생 없이는 메리츠 측에서 쉽사리 손실 분담 요구에 응하진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최근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이 비공개로 국회를 찾아 "사재 출연은 어렵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지면서 MBK를 향한 여론은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홈플러스 경영에도, 여론 관리에도 실패한 MBK가 메리츠를 상대로 향후 협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평가다.
메리츠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홈플러스와 대주주의 강도 높은 자구책을 지켜보고 있다”는 입장 외엔 말을 아꼈다.
홍준표 기자 junpy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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