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미룬 '검찰 업무보고'…군기반장 국정위 '격노'
'검찰 업무보고' 중단에 이어 연기
버티는 검찰…본격 개혁 전 '힘 빼기'
기재부·방통위도 타깃…업무 재보고
2025-06-25 18:06:56 2025-06-25 18:06:56
[뉴스토마토 김성은 기자] 국정기획위원회가 한 차례 퇴짜를 놨던 검찰의 업무보고를 또 연기하면서 '기강 잡기'에 나섰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는 '검찰 개혁'을 예고해 왔습니다. 이에 반대되는 내용을 보고한 검찰에 격노한 국정기획위가 '힘 빼기'에 들어간 것으로 해석됩니다. 이재명정부 5년의 설계 임무를 맡은 국정기획위는 '군기반장'을 자처하고 있는데요. 검찰뿐만 아니라 기획재정부, 해양수산부, 방송통신위원회의 업무 재보고를 추진하며 고강도 개혁 전 부처 길들이기에 나선 모습입니다.
 
수술대 놓인 검찰…메스 든 국정기획위
 
국정기획위는 25일 예정된 검찰의 업무 재보고를 일주일 뒤로 미뤘습니다. 조승래 국정기획위 대변인은 이날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사안이 중요하고 중대하기 때문에 미뤄서 보고 받기로 했다"며 "서로 충분히 숙고하고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갖자는 의미"라고 말했습니다.
 
업무보고 연기를 요청한 주체를 묻는 질문에 조 대변인은 "우리 정치행정분과의 판단"이라며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서 더 고민할 시간을 주고, 우리도 (시간을) 갖자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한주 국정기획위원장도 이날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5경향포럼에서 "여러 가지 의견 조율이 덜 됐던 것 같다"며 "서로 더 잘 하려고 하는 거니까 그런 계획을 서로 잘 세우자는 뜻"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이한주 국정기획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2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 브리핑실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국정기획위원회 홍현익 외교안보분과위원장, 홍창남 사회2분과위원장, 이찬진 사회1분과위원장, 박홍근 국정기획분과위원장, 이한주 위원장, 정태호 경제1분과위원장, 이춘석 경제2분과위원장, 이해식 정치행정분과위원장, 조승래 대변인. (사진=뉴시스)
 
앞서 국정기획위는 지난 20일 진행한 검찰의 업무보고를 30분 만에 중단한 바 있습니다. 당시 국정기획위는 "수사·기소 분리와 기소권 남용 폐해 해결에 관련된 대선 공약이 있는데, 업무 보고 내용은 검찰이 가진 현재 권한을 오히려 확대하는 방향이었다"고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검찰 권한인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고 수사기관의 상호 견제를 강화하는 방향의 검찰 개혁안을 제시했습니다. 이 대통령 집권 후 여당에서 김용민 의원 등이 '검찰청법 폐지법' 등 검찰 개혁법안을 발표하며 권력기관 수술에 시동을 걸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해체 위기에 놓인 검찰과 칼을 손에 든 국정기획위 간의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 정치권 전언입니다. 국정기획위가 이날 심사숙고를 업무보고 연기 이유로 들었지만 이면에는 검찰의 버티기를 무력화시키기 위함이라는 것입니다.
 
기재부·방통위도…고강도 개혁 예고
 
국정기획위의 타깃은 검찰뿐만이 아닙니다. 기재부도 '쪼개기' 대상입니다. 기재부의 예산 기능을 '기획예산처'(신설 예정)로 이관하고, '재정경제부'로 변경하는 안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국정기획위는 지난 18일 첫 업무보고에 나선 기재부를 질책하며 추가 보고를 주문했습니다. 이 위원장은 업무보고 첫날 "2017년도 업무보고에 비해 공약에 대한 이해도와 충실도가 좀 떨어진다"며 "공약과 관련된 업무보고 내용이 덜 충실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나중에 부족한 내용이 있으면 보완해달라"고 말했습니다. 기재부는 26일 업무 재보고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해수부와 방통위는 지난 20일 업무보고를 끝까지 마치지 못했습니다. 해수부는 보고자료 사전 유출로 업무보고가 중단됐습니다. 해수부는 이 대통령의 부산 이전 공약으로 새 정부 초기부터 주목받게 된 부처입니다. 지난 24일 이뤄진 재보고에서 해수부는 부산 이전과 북극항로 진출 거점 육성 등에 대한 방안을 보고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이진숙 위원장이 이끄는 방통위의 업무보고도 예정보다 30분 일찍 끝났습니다. 당일에는 시작부터 쓴소리가 이어졌는데요.
 
홍창남 국정기획위 사회2분과장은 "언론 자유와 민주주의 신념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분이 장으로 있는 조직에서 새 정부에 맞는 미디어 정책의 구체적 비전과 계획을 가지고 오셨을지 갑갑한 마음"이라고 했고, 사회2분과 위원인 김현 의원은 "방통위 정상화가 무엇보다 중요한데 방통위원장은 임기를 보장해달라고 하고, 방통위를 어떻게 개혁할지 밑그림이 없다"고 비판했습니다. 방통위는 26일 다시 업무보고를 진행합니다.
 
국정기획위는 정부 부처 개편을 비롯한 고강도 개혁을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일부 부처의 업무보고에 드라이브를 거는 것도 그 일환으로 풀이됩니다. 국정기획위 관계자는 "기관에 따라 추가 업무보고를 진행하고 있고, 현장 일정을 소화하며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면서 "추진 현안에 대해서는 논의 중"이라며 말을 아꼈습니다.
 
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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