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희 기자] 새 정부 출범이 이후 디지털 자산 정책이 탄력을 받으면서 미래 먹거리 발굴이 시급한 은행들도 분주해졌습니다. 한국은행의 디지털화폐(CBDC)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동시에 정부 주도의 스테이블코인 시장에도 뛰어드는 등 '투트랙' 전략을 구사하고 있습니다.
은행권, CBDC 2차 테스트 참여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은 한국은행이 진행할 예정인 CBDC 2차 테스트에 참여할 예정입니다. 한은 현재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IBK기업·부산 등 7개 은행과 함께 'CBDC 활용성 테스트(한강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며 이달 말인 30일 종료 예정입니다.
CBDC는 중앙은행이 직접 발행하는 디지털 화폐로 가치가 법정통화에 연동된 스테이블코인과 달리 자체적으로 법정통화의 지위를 가진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이번 실험은 소비자 10만 명을 대상으로 QR결제를 활용한 물품 구매, 송금 등 지급·결제 기능을 검증하는 방식으로 이뤄졌습니다. CBDC가 상용화될 경우 실시간 거래기록으로 금융시스템의 투명성이 제고되고, 국가 간 지급결제에서 발생하는 법률·시간차 문제 해결을 통해 외환거래 비용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최근 은행장 간담회에서 은행권의 후속 테스트 참여를 요청했습니다. 이 총재는 "2차 실험에 필요한 사업비의 3분의 1은 한국은행이 부담하겠다"며 협력을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은도 "은행들이 1차 테스트에는 적극 협조했으나 2차 실험은 내용상 기존 테스트 연장이 아닌 새로운 사업 수준의 절차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조율 중"이라고 전했습니다.
은행권은 후속 테스트 참여에 긍정적이면서도 책임 분담과 상용화에 대한 구체적인 청사진이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1차 실험에서만 300억원을 부담한 은행들은 2차 실험에서는 개인 간 송금, 가맹점 확대, 의심거래보고(STR), 이상거래 탐지 등까지 포함돼 1차 실험보단 구체적인 계획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정부 주도 스테이블 코인도 참전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국내 간편결제 수단이 이미 일반화된 상황에서 단순 실험 목적으로 고객에게 CBDC 예금토큰 사용을 유도하기는 쉽지 않다"며 "게다가 한은이 고객 자금을 직접 통제할 수 있다는 인식은 서비스 확산에 불안 요소가 될 수 있어 좀 더 다른 방향으로 프로젝트를 기획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CBDC가 자금 용도나 사용처를 특정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 은행의 정규 서비스로 자리잡도록 실거래 테스트를 이어가야 한다고 했습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현재 2차 테스트와 관련해 논의가 진행 중이며 목표였던 1만6000여명 이상의 테스트 참여자를 이미 확보해 6월 말 종료 준비에 돌입했다"며 "디지털화폐 발행 시 필요한 행정 절차를 점검하는 데 의미가 있었다. 미래를 보고 투자 가치가 있는 실험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은행권은 정부의 민생지원금 정책과 연계하기 위해서도 CBDC 테스트 참여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CBDC든 뭐든 한은이 하자고 하면 은행 입장에서는 참여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이재명 정부가 민생지원금 25만 원을 디지털화폐로 지급할 수도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기 때문에 준비가 안 돼 있으면 안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또한 "CBDC로 전 국민에게 지원금을 지급하면 보급률이 비약적으로 늘 수밖에 없다. 한은이 은행에 협조를 요청한 만큼 불참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라고 설명하였습니다.
CBDC를 비롯해 은행권은 스테이블코인 발행 준비도 활발히 진행하고 있습니다. 스테이블코인은 법정통화, 암호자산, 알고리즘 기반으로 가치를 고정시키는 가상자산입니다. KB국민·신한·우리·NH농협·IBK기업·수협은행 등은 금융결제원 및 사단법인 오픈블록체인·DID협회 산하에 ‘스테이블코인 분과’를 신설하고 발행 컨소시엄을 구성했습니다.
은행별로도 스테이블코인 상표도 출원하는 등 박차를 가하는 모습입니다. KB국민은행은 ‘KBKRW’, ‘KRWKB’, ‘KBST’, ‘KRWST’ 등의 상표권을 지난 23일 출원했습니다. 하나은행은 ‘HanaKRW’, ‘KRWHana’ 등 16개의 관련 상표를 특허청에 신청하였습니다.
우리은행도 비댁스와 디지털자산 협약을 맺고 상표권 출원을 검토 중입니다. 카카오뱅크도 ‘BKRW’, ‘KRWB’, ‘KKBKRW’, ‘KRWKKB’ 등의 명칭으로 12건의 상표권을 암호화폐 소프트웨어, 금융거래, 채굴업 등으로 나눠 출원했습니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스테이블코인 관련 TF를 꾸리는 등 정부 차원에서 스테이블코인 시장을 본격화하고 있다"며 "빅테크 등에 새로운 시장을 뺏기지 않기 위해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은행들이 한국은행의 CBDC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동시에 정부 주도의 스테이블코인 시장에도 뛰어드는 등 '투트랙'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지원센터에서 관계자가 시세를 확인하고 있는 모습.(사진=뉴시스)
이재희 기자 nowhe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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