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비교적 인선이 늦었던 이재명정부 1기 경제팀이 윤곽을 드러내며 진용을 갖췄습니다. 1기 경제팀은 정통 경제관료를 중심으로 학자와 기업인 출신까지 두루 등용되면서 '실무형 인선'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특히 기업·산업에 대한 이해가 풍부한 관료 출신과 기업인이 대거 내각에 합류하면서 경제 성장의 기대를 높였습니다. 새 정부 경제팀은 실용적 시장주의 국정 철학 아래 경제 성장의 엔진을 살리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간 구멍 났던 경제 컨트롤타워가 복원되면서 당장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 발표 등 쌓여 있던 주요 과제들이 속도감 있게 추진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예산통·기업인 중용…성장 동력 찾는다
30일 대통령실 등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은 전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에 구윤철 전 국무조정실장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에 김정관 두산에너빌리티 사장을 각각 지명하면서 주요 경제부처 수장 인선을 마무리했습니다. 아직 국토교통부, 금융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등의 인선이 남아있지만, 이재명정부 1기 경제팀의 큰 윤곽은 드러났습니다.
새 정부 경제부처 인선의 특징은 기업인이나 기업·산업에 대한 이해가 풍부한 관료 출신이 대거 내각에 합류했다는 점입니다. 이재명정부 초대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지명된 구윤철 후보자는 기재부 예산실장과 2차관을 지낸 정통 관료 출신이자 '예산 전문가'입니다. 구 후보자는 문재인정부 당시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1~2차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을 진두지휘했습니다. 이 같은 이유로 적극적으로 재정을 투입하고자 하는 이재명정부의 '확장 재정' 기조에 부합하는 인사라는 평가가 지명 전부터 나왔습니다. 경제 성장의 선순환을 강조하는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과 함께 이재명정부의 확장 재정 정책을 이끌 것으로 전망됩니다.
또 구 후보자는 인공지능(AI) 기술 개발과 인재 양성에 국가가 전폭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해 온 'AI 전도사'로 알려져 있습니다. 최근에는 정책 제안서인 '국가정책 전문가의 시각에서 본 AI 코리아'를 발간하기도 했습니다. 정부 안팎에선 구 후보자가 AI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성장 엔진 마련에도 힘을 쏟을 것이란 기대도 엿보입니다. 그는 소감문에서도 "AI 등 신산업 집중 투자로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겠다"고도 했습니다.
아울러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김정관 후보자는 관료 출신이지만 민간 기업 사장을 역임한 인물로, 이재명정부의 실용주의 색채를 드러냅니다. 김 후보자는 2018년부터 두산그룹에서 리서치·마케팅 분야 임원으로 활동했지만, 원래는 기재부에서 경제분석과장, 종합정책과장 등을 거친 정통 관료였습니다. 관가에서는 "이 대통령이 관료와 민간을 모두 경험한 인물을 선호한다는 배경 속에 후보군에 올랐던 인물"이라고 설명합니다.
특히 김 후보자가 주목받는 이유는 최근까지 몸담았던 두산에너빌리티에서 원전 수출 확대를 선도해 왔다는 점입니다. 체코 두코바니 원전 건설 사업, 카자흐스탄 등지의 신규 원전 프로젝트를 이끌며 글로벌 네트워크를 다졌고 원전 기자재 산업과의 협업 모델을 구축해 왔습니다. 이 같은 경험은 이재명정부가 추진하는 원자력과 재생에너지의 균형을 갖춘 '에너지 믹스' 전략을 실질적으로 구동할 적임자라는 평가입니다. 김 후보자는 재생에너지 대전환을 중심으로 한 새 정부 에너지 정책의 기초를 마련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첫 과제는 '경제정책방향'…'세법개정안·예산안'도 속도감
새 정부 경제팀 인사들은 공통적으로 재정의 적극적인 역할을 통한 성장을 강조한 확장재정론자라는 점입니다. 또 경제라인 모두 서울대 경제학과 출신이라는 공통점도 있습니다. 실제 김 실장은 서울대 경제학과 81학번이며, 구 후보자는 82학번입니다. 하준경 대통령실 경제성장수석은 87학번, 류덕현 재정기획보좌관은 88학번으로 같은 과 동문입니다. 김 후보자 역시 서울대 경제학과 출신입니다.
1기 경제팀은 당장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 준비에 주력할 것으로 보입니다. 통상적으로 6월 말 발표했던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은 그간 기재부 장관 임명 지연으로 미뤄진 상황입니다. 이번 경제정책방향에는 내수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는 민생경제를 개선할 방안이 우선적으로 담길 것으로 예상됩니다.
또 구 후보자 중심으로 올해 세법 개정안의 구체적인 윤곽도 조속히 마련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국회 제출 전까지 입법예고, 국무회의 의결 등 모든 절차를 마치기 위해 기재부는 늦어도 8월 초까지 세제발전심의위원회를 열고 개정안을 발표해야 합니다. 더불어 내년도 예산안 편성을 주도하는 한편, 7월 중기 재정운용 방향을 논의하는 국가재정전략회의 준비에도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입니다.
민간에서는 1기 경제팀이 실용적 시장주의로 경제 성장의 엔진을 살리는 데 주력할 것으로 내다봅니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단기적으로 경기 위축에 대응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저출산·고령화 등 구조적 문제에 대응해야 하는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며 "새 정부의 초대 경제팀이 세수 기반이 약화된 상황에서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지, 경기 부진을 어떻게 극복할지 등이 최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30일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사무실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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