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애경산업, 실적 부진에도 현금 급증…매각 앞둔 '수상한 흐름'
1분기 영업익 63.63% 급감…매각 희망가 최대 7천억원
3개월 새 현금자산 501억원 증가…매입채무 61.7% 늘어
가습기 살균제 사태 등 우발채무·글로벌 시장 의존도 변수
2025-07-07 06:00:00 2025-07-07 06:00:00
이 기사는 2025년 07월 3일 16:07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김규리 기자] 애경산업(018250)이 최근 예비입찰 대상자를 추려 본격적인 매각 절차에 착수한 가운데 영업 실적이 부진한 상황에서도 단기간에 현금 흐름이 급격히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매입채무가 예년보다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일각에서는 매각을 앞두고 지분 가치 산정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한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현재 1조원 안팎으로 거론되는 기업가치를 두고 매도자와 원매자 간 기대치 차이가 큰 만큼 향후 본입찰 과정에서 어떻게 작용할지 시장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사진=애경그룹)
 
실적 부진 속 현금만 2배 ‘점프’…높은 몸값 산정 비판도
 
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애경산업의 최대주주인 AK홀딩스(006840)와 애경자산관리는 지분 63.38%(자사주 제외)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반영해 약 6000억~7000억원 수준의 매각 희망가를 제시한 상태다. 이날 기준 시가총액은 약 4442억원(2일 종가 1만6660원 기준)으로 지분가치 대비 60% 이상의 프리미엄이 반영된 수준이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희망가에 대해 동종 업계 평균인 20~30%의 프리미엄보다 과도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애경산업의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은 151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7%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63.63% 줄어든 60억원에 그치며 수익성이 급격히 둔화됐다. 실적 부진에도 불구하고 고평가 몸값이 책정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 가운데 매각 직전 분기인 1분기에만 현금및현금성자산이 2배 이상 증가하면서 ‘현금 부풀리기’ 의혹도 제기된다. 공시에 따르면 애경산업의 1분기 현금및현금성자산은 734억원으로 지난해 말(233억원) 대비 214.8% 증가했다. 불과 3개월 사이 501억원이 추가로 유입된 상황이다. 
 
한 증권사 IB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실적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단기간에 현금이 2배 넘게 불어났다는 점은 매우 이례적”이라며 “이는 재무상 '현금 착시'를 만들어 기업가치를 실질 이상으로 높이려는 의도로도 해석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급격한 현금 증가에는 매입채무 급증과 매출채권 회수가 크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이 기간 매입채무는 429억원에서 694억원으로 61.7% 증가했다. 이는 지난 2024년 1분기 매입채무(498억원)가 2023년 말(429억원) 대비 16.1% 증가에 그친 것과 비교된다. 외상매입 규모가 커진 만큼 당장 현금이 유출되지 않아 일시적으로 자금 여력이 확대되는 구조다. 반면 매출채권은 지난해 말 716억원에서 올 1분기 664억원으로 7.3% 줄며, 현금 확보를 위해 외상매출 대금을 앞당겨 회수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로 인해 올해 1분기 실제 영업으로부터 창출된 현금흐름도 297억원을 기록하면서 145억원을 기록한 2024년 1분기와 크게 대조된다. 매입채무와 매출채권 조정은 일반적으로 기업들이 단기 현금 확보를 위해 사용하는 회계 전략으로 꼽힌다. 애경산업은 받을 돈은 앞당기고 갚을 돈은 뒤로 미루는 방식으로 유동성을 끌어올린 셈이 됐다. 시장에서 실적 회복 없이 단기 재무지표만 끌어올린 전형적인 유동성 확보 전략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은종 변호사·공인회계사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매입채무 증가는 기업이 거래 조건을 조정함으로써 단기적으로 현금성 자산을 늘릴 수는 있으나 이는 실질적인 영업 개선을 의미하지 않는다”며 “현금성자산 증가 유무가 매각을 앞둔 기업가치 산정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진 않지만 정성적 평가에 있어서는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애경그룹 측은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현금성 자산 증가는 단기금융상품 만기 도래 등 재무적 요인에 따른 것”이라며 “매각을 위한 의도적 현금 확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매각 성사 관건은 ‘가격 조율’…중국 의존도·우발채무는 변수
 
애경산업 매각주관사인 삼정KPMG는 최근 예비입찰에 참여한 기업들 중 태광산업(003240), 앵커에쿼티파트너스 등 5곳을 숏리스트로 추렸으며, 본입찰 초청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진다. 일부 재무적투자자(FI)와 전략적투자자(SI)는 컨소시엄 형태로 참여한 것으로 전해진다.
 
시장에서는 본입찰의 핵심 쟁점으로 매도자와 원매자 간 희망 가격 차이를 꼽는다. 매도자 측은 1조원에 가까운 기업가치를 희망하는 반면, 원매자 측은 실적과 리스크를 감안해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있어 입장차가 크다는 얘기다.
 
애경산업은 ‘2080’, ‘케라시스’, ‘루나’, ‘에이지투애니스’ 등 다수의 생활용품 및 화장품 브랜드와 생산설비, 연구개발 인력 등을 갖춘 점이 긍정적 요인으로 여겨진다. 전략적 인수자 입장에서는 제품 포트폴리오 확대와 시너지 창출이 가능한 매물인 셈이다.
 
다만 매각 협상에 악재로 작용할 리스크가 적지 않은 점은 부담이다. 현재 가습기살균제 사건과 관련해 공정거래위원회 제재 절차가 진행 중이다. 유해 성분 정보를 은폐하고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제재 가능성이 제기되며 이에 따른 우발부채 발생 가능성은 인수자 측에 부담이 될 수 있다.
 
해외 실적의 높은 중국 의존도도 역시 변수다.
 
이지원 흥국증권 연구원은 “애경산업 해외 화장품 매출 중 중국 비중이 80%에 달해, 소비 경기나 수요 회복 여부에 따라 실적이 좌우되는 구조”라며 “1분기 실적 부진 역시 중국 소비 위축과 재고 부담 때문으로, 향후 실적 개선 여부는 중국 시장 회복에 달려 있다”고 분석했다.
 
김규리 기자 kk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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