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안정훈 기자] “테슬라가 첫 번째로 TSMC 독점 구조를 벗어나 삼성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문을 두드린 것이다.” (이병훈 포항공대 전기전자공학과 교수)
“TSMC가 생산하는 물량의 한계 때문에 삼성에게 고객(테슬라)이 갔을지 모른다. 아무튼 수주를 받은 게 중요하고, 수율 확보가 제일 중요하다.” (이종환 상명대학교 시스템반도체학과 교수)
“삼성과 TSMC는 더 이상 동등한 회사가 아니다. 기술력 등을 따지면 3배 이상은 차이가 난다. 삼성이 현재 처한 상황에서 최선의 한 수를 뒀다.” (유봉영 한양대학교 재료화학과 교수)
삼성전자 평택 캠퍼스 항공사진.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파운드리가 최근 테슬라와 165억4416만달러(약 23조원) 규모의 계약을 한 데 대한 전문가들의 평가입니다. 테슬라에 이어 애플까지 큰 수주를 연거푸 따내면서 그동안 고전을 면치 못했던 삼성전자 파운드리가 반등의 계기를 마련한 가운데,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의 주도권을 삼성이 다시 가져올 수 있다는 전망 뒤로 대규모 수주의 배경에 새삼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먼저 AI 수요 급증으로 늘어난 칩 수요를 파운드리 업계 1위인 TSMC가 감당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TSMC를 겨냥한 삼성전자의 저가 전략이 주효했다는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업계에 따르면 TSMC 2나노 공정의 웨이퍼 단가는 평균 3만달러(약 4200만원)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TSMC에 주문하려는 빅테크 기업들의 수요에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면서 가격이 치솟은 것입니다. 글로벌 IT 매체 Wcc테크(Wccftech)는 “총 생산량은 6만대로 예상되며, TSMC가 고객사에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는 언급은 없었다”며 “모든 고객이 장당 무려 3만달러를 지불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반면 삼성 파운드리의 웨이퍼 가격은 장당 약 2만달러(약 2800만원)로, TSMC의 66% 수준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TSMC는 추가 주문을 받을 여력이 없고, 인텔은 기술적으로 한계를 맞은 시점에서 TSMC보다 낮은 단가의 삼성이 테슬라의 눈에 든 것입니다. 삼성전자 고위 임원도 “실적 확보와 경험 축적 차원의 수주”라며 “생산시설을 놀릴 수는 없으니 계약을 한 것으로 이 수주 자체가 실적 개선에 큰 도움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결국 수익성이 크지 않다는 점은 인정한 셈입니다.
물론 삼성전자 측은 공식적으로 공급가에 대해 함구하고 있습니다. 업계에 알려진 웨이퍼 가격에 대해서도 “증권가에 알려진 내용을 참고한 게 아닌가 한다”며 “계약 관련 사항은 말씀드릴 수 없다는 입장”이라고 말을 아꼈습니다.
전문가들의 분석도 궤를 같이합니다. 이병훈 포항공대 교수는 “테슬라 계약 23조원을 연간으로 환산하면 약 2조8000억원인데 이는 TSMC의 연간 매출액의 10분의 1도 안 된다”며 “그럼에도 계약을 한 것은, 삼성이 이번 수주를 기회로 삼고 양산 경험을 쌓겠다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유봉영 한양대 교수는 “시장 평가에 따르면 TSMC는 시장 점유율이 60%를 넘기고, 삼성 파운드리는 7%대에 그친다”며 이런 상황에서 이번 수주가 탁월한 선택이라고 짚었습니다. 이종환 상명대 교수는 “지금까지 부진했던 것도 수율 문제였는데, 이번에도 수율이 발목을 잡으면 아예 끝이 날 수도 있다”며 “기본을 다지면서 TSMC와의 격차를 줄여야 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안정훈 기자 ajh760631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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