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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토마토 김규리 기자]
포스코(005490)그룹이 올해 들어 잇따른 중대재해 사태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의 중대한 시험대에 올랐다. 건설계열사 포스코이앤씨에서 4건의 사망사고가 발생하고, 광양제철소에서도 인명사고가 이어지면서 그룹 전반의 안전관리 체계와 거버넌스 신뢰도에 균열이 생긴 모양새다. 포스코홀딩스가 그동안 유지해온 ‘ESG 우등생’ 타이틀이 무너질 위기에 놓인 가운데 이번 사태로 글로벌 경쟁력 저하와 밸류에이션 디스카운트가 본격화될지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출처=포스코홀딩스)
그룹 거버넌스 타고 전사 리스크로 확산…ESG 관리 체계 타격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2022년 지주사 전환 이후 매년 ESG 평가 지표에서 A(우수) 이상의 등급을 유지했던
POSCO홀딩스(005490)(포스코홀딩스)가 연이은 그룹 내 중대재해 사건으로 글로벌 신용평가사에서 평균 이하 점수를 받은 데 이어 국내 평가기관에서도 등급 하락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국내 ESG 평가기관인 한국ESG평가원은 ‘ESG 컨트러버시 리포트’를 통해 포스코이앤씨의 잇단 산업재해가 ESG 사회(S)와 지배구조(G) 부문에서 심각한 감점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안전보건 체계 미비, 재해 감축 노력 부족, 근로자 고충처리 시스템 부재, 관계사와의 공정거래 미흡 등이 부정적 평가로 이어졌다. 또 리스크 관리 실패는 거버넌스 측면에서 감점 요인이 됐다고 설명했다.
현재 평가원의 포스코홀딩스 종합 등급은 A이다. 또다른 평가기관인 한국ESG기준원도 동일한 등급을 부여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ESG평가원은 이번 사태로 사회(S) 부문 평가가 1단계 이상 강등될 가능성이 높고, 지배구조(G) 부문도 하락이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포스코홀딩스는 철강업 특성상 환경(E) 부문이 C+로 낮지만, 사회·지배구조 부문에서 A+를 받아 등급 하락을 방어해 왔다. 그러나 이번 사고로 안전보건 확립, 재해 감축, 근로자 고충처리, 관계사 공정거래 등 항목에서 대폭 감점이 예상된다.
한국ESG평가원 측은 “포스코이앤씨는 브랜드 가치 하락, 수주 경쟁력 악화, 사고 관련 재시공 비용, 자체 보상금 비용 등으로 재무·비재무 손실이 심각하다”며 “상장 지주사인 포스코홀딩스의 재무, 브랜드 가치, ESG 상태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POSCO홀딩스의 지주사 전환 이후 받았던 ESG 등급 추이. (출처=한국ESG기준원)
이미 해외 신용평가사에서는 연이어 포스코홀딩스의 평가에 낙제점을 부여하고 있다. 글로벌 3대 신평사 중 하나인 S&P글로벌은 ESG 점수를 45점(100점 만점)으로, 서스테이널리틱스는 ESG 리스크를 27.4점(중위위험)으로 평가했다. 평균 이하의 점수다. 해외 평가는 중대재해에 민감하게 반응해 기업가치에 즉각 반영되는 만큼 글로벌 투자자 신뢰에도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포스코그룹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그룹 중심의 안전관리 체제로 전환해 시스템과 인프라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회장 직속 ‘그룹안전특별진단TF팀’을 출범시켜 사태 안정화에 주력하겠다”며 “산재가족돌봄재단을 설립해 장학사업, 유가족 지원 등 수혜자 중심의 기금활용 방안을 마련하는 등 사태 수습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중대재해 사고로 장기적 기업 가치 하락…“자본비용 급등 예상”
포스코홀딩스는 미래전략본부 경영지원실 산하에 그룹 차원의 ESG 이슈 대응·관리 체계를 구축해 매월 사업회사별 ESG 리스크 현황을 분석하고 있다. 반기마다 장인화 포스코홀딩스 회장, 이주태 사장을 비롯한 주요 계열사 대표들이 참여하는 일명 C-레벨 협의체인 ‘그룹 ESG 협의회’를 통해 핵심 이슈에 대한 개선책을 논의한다.
그러나 이번 사태로 개별 계열사 문제가 아닌 그룹 전체 거버넌스와 ESG 관리체계의 허점이 드러났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최남수 서정대 교수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최근 ESG 평가기관이 안전사고 이슈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등급을 하향 조정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이는 자금조달과 기업가치 평판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결국 재무적 타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포스코이앤씨를 포함한 그룹 내 산업재해는 최대주주인 지주사 전체 리스크로 전이된다”며 “만약 포스코가 그룹 차원에서 ESG 리스크 전담 이사회를 상시 운영하며 이슈를 공유했다면, 안전 위험을 사전에 인지했음에도 관리가 부실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준섭 KB증권 ESG리서치팀 연구원은 “포스코이앤씨 연쇄 사망사고는 대통령의 직접 개입과 건설업 면허 취소 위협으로 확산되면서 그룹 전반의 시스템 리스크로 번졌다”며 “중대재해는 기업 운영 리스크를 넘어 자본시장에서의 신용·평판 리스크로 전이된다”고 분석했다.
이번 중대재해 사고로 인해 그룹은 직접적 손실뿐 아니라 자본조달 구조에도 치명타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KB증권에 따르면
GS건설(006360)은 지난 2023년 검단신도시 지하주차장 붕괴 이후 시가총액 급락과 함께 신용등급(A+→A)이 하락하면서 자기자본비용과 타인자본비용이 동시에 상승했다.
HDC현대산업개발(294870)도 과거 2021년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 후 유사한 경로를 밟았다. 두 사례 모두 가중평균자본비용(WACC)이 단기간 급등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WACC는 기업이 자금을 조달하는 데 드는 평균 비용으로 투자 의사결정과 기업가치 평가의 핵심 지표로 활용된다.
김 연구원은 “결국 중대재해는 일회성 비용을 넘어 기업의 장기 자금조달 능력과 밸류에이션에 구조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며 “향후 안전관리 우수기업과 부실기업 간 밸류에이션 격차는 더 확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규리 기자 kk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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