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근윤 기자] 한학자 통일교 총재가 구속 전 피의자 심문(구속영장 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법원에 출석했습니다. 통일교는 '정교일치' 사상을 위해 20대 대선 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를 지원하고, 현안 청탁을 위해 김건희씨와 국민의힘에 금품을 제공한 혐의를 받습니다. 통일교는 한 총재의 구속 심사에 관해 "참어머님의 고귀한 생애를 외면하는 것"이라며 반발했습니다. 이날 통일교 2인자인 정원주 전 총재 비서실장에 대한 구속 심사까지 진행되자 통일교는 초긴장 상태에 들어갔습니다.
청탁금지법과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한학자 통일교 총재가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 총재는 22일 오후 1시30분 서울중앙지법 정재욱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열리는 구속 심사에 출석했습니다. 낮 12시53분쯤 법원에 모습을 드러낸 한 총재는 휠체어를 탄 상태였습니다. 취재진이 한 총재에게 '통일교 관련 의혹을 윤영호 전 세계본부장의 개인 일탈로 보느냐' 등을 물었지만, 그는 대답 없이 눈을 감은 상태로 청사로 들어갔습니다.
이날 공범 혐의를 받는 정원주 전 비서실장의 구속 심사도 오후 4시에 열렸습니다. 정 전 실장은 한 총재의 최측근으로, 한 총재 범죄사실에 적시된 대부분 혐의에서 공범으로 언급됐습니다. 이미 윤 전 본부장과 통일교 불법정치자금 의혹에 연루된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구속된 만큼, 통일교로서는 두 사람의 구속 심사 결과에 대해 긴장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한 총재는 윤 전 본부장과 공모해 지난 2022년 대선을 앞두고 권 의원에게 불법 정치자금 1억원을 전달하고, 교단 현안을 청탁할 목적으로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통해 김건희씨에게 고가의 목걸이와 가방 등을 제공한 데에 관여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특검은 한 총재에게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뿐만 아니라, 해당 물품들을 통일교 자금으로 구매했다는 △업무상 횡령 혐의를 적용했습니다. 지난 2022년 10월 원정 도박 의혹과 관련해 경찰 수사에 대비하며 윤 전 본부장에게 증거 인멸을 지시한 증거인멸 교사 혐의도 받습니다.
특검은 이날 구속 심사 때 '한 총재는 증거인멸 가능성이 높다'라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앞서 특검은 한 총재는 9월8일, 11일, 15일 등 세 차례에 걸쳐서 소환을 통보했으나 그는 모두 불응하다가 17일 일방적으로 특검에 출석했습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17일은 통일교 정치자금 의혹을 받는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구속된 날(16일) 직후입니다. 한 총재는 특검의 강제 신병 확보를 피하고자 마지못해 출석했다는 눈총을 받는 겁니다.
한 총재의 구속 심사를 바라보는 통일교는 초긴장 상태입니다. 통일교는 문선명 총재가 설립한 종교로, 문 총재가 사망한 뒤 그의 배우자인 한 총재가 교단을 이어받았습니다. 통일교에서는 문선명 총재와 한학자 총재를 '참부모님'이라고 부르며, 이들을 구세주로 보고 있습니다. 한 총재는 특검 조사에서도 '독생녀' 이론을 펼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자신이 하나님의 유일한 직계 혈통의 딸이라는 의미입니다. 한 총재가 구속될 경우 통일교 교단 자체가 흔들릴 가능성도 높습니다.
이에 통일교는 한 총재를 향한 특검의 영장 청구에 강력히 비판하고 나섰습니다. 통일교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구속 심사는) 참어머님의 고귀한 생애를 외면하고, 83살 고령의 어르신에 대한 최소한의 인도적 배려마저 결여된 처사"라며 "이번 사안을 단순히 법의 잣대로만 판단하지 마시고 한 인간의 존엄과 건강, 그리고 평생을 오직 평화를 위해 헌신해오신 삶의 진실을 깊이 헤아려주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유근윤 기자 9nyoo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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