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배덕훈 기자] 한미 관세 협상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후속 협상에서 일자리 연동형·공급망 연동형의 수익 배분을 제안하자는 전문가 조언이 나왔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허정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22일 대한상공회의소와 한미협회가 개최한 ‘관세 협상 이후 한·미 산업 협력 윈-윈 전략 세미나’에서 “일본은 30여년간 축적된 대미 투자 기득권을 위한 선택이었지만 한국은 달라야 한다”며 “최소 수익률을 명문화하되 현지 고용 및 부품 조달 등 일정 성과를 달성하면 추가 수익률을 보장 받는 수익 배분 구조를 검토할 만하다”고 했습니다.
허 교수는 ‘고용 1000명당 추가 2%의 수익률을 자동 보장하는 식’을 예로 들면서 “일본의 9대1 수익 배분을 반면교사 삼아 우리 협상팀은 일자리 연동형, 공급망 연동형 수익 배분을 제안해볼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허 교수는 또 전체 투자액의 5~10%를 연구개발(R&D) 전용으로 지정해 미국 에너지부(DOE), 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 프로그램과 협력하고 이로부터 발생한 지적재산권을 한미 양국이 공동 소유하는 방안도 제안했습니다.
미국에서 창출될 일자리에 국내 인력이 다수 고용될 수 있는 여건을 얻어내야 한다는 주장도 이어졌습니다. 추첨식으로 발급되는 H-1B 비자의 경쟁률은 대략 5.5대1 수준으로 한국인 발급은 평균 2000여명 정도입니다. 하지만 중소기업은 주재원 비자(L1), 투자 비자(E2) 발급이 쉽지 않기에 H-1B 발급에 주로 의존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마저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포고문 서명으로 비자 수수료가 무려 100배가 뛰어 발급은 더욱 요원해진 상황입니다. 이와 관련 허 교수는 H-1B 비자의 우선할당 추진, 한국인 전용 취업비자(E-4) 신설, 미국 비자에 대한 신속한 심사 체계 마련 등이 필요하다고 조언했습니다.
장석주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 전무는 “미국 조선소의 현대화 작업과 전문 인력 양성 등을 위해 국내 전문 인력의 파견이 필요하다”며 “양국의 긴밀한 협의를 통해 비자 제도의 개선을 검토할 때”라고 지적했습니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미국 내 한국인의 파견과 고용 없이는 반도체 투자 및 운영이 지연될 가능성이 크고 이는 미국도 원하는 상황이 아닐 것”이라며 “미국에서 단기간에 숙련된 현지 인력을 구하기 어렵고 대체도 불가하다는 점을 환기시킬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대미 투자 확대에 따른 ‘산업 공동화’ 우려에는 ‘유턴 기업 지원 강화’와 ‘마더 팩토리 전략’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있었습니다. 이혜민 한국외대 초빙교수는 “관세 회피만을 목적으로 중소기업들이 미국에 투자 진출하는 것은 리스크가 크다”며 “베트남 등 동남아 국가들도 상호관세 부과 대상임을 감안해 국내 기업들이 국내로 유턴하는 방안에 대해 검토가 필요하고 정부도 이를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김주홍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 전무는 “주요국들의 자국보호주의 확대로 해외 생산이 증가함에 따라 산업공동화가 우려된다”며 “국가 전략 기술 활용 제품에 대한 국내 생산 촉진 세제 신설을 통해 국내 생산 기반 유지·확대를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최종서 한국배터리산업협회 상무도 “마더 팩토리 전략을 통해 K-배터리의 본원적 경쟁력을 유지하고 강화해야 한다”며 첨단전략산업의 국내 생산 촉진을 위한 세액공제 도입, 기술 초격차 유지를 위한 R&D 투자 확대 등 정부의 전략적 정책 마련을 요청했습니다.
박일준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한미 동맹과 관세 협상 수단의 일환으로 미국의 제조업 부흥을 돕는 것은 좋지만 주요 산업의 핵심기술과 부품은 국내에 유지해야 한다”며 “현지에서 새롭게 창출될 일자리에 국내 인력들이 안정적으로 파견될 수 있도록 여건과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선결 과제”라고 했습니다.
배덕훈 기자 paladin7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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