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재연 기자] 시민사회에서 ‘동물을 착취하는 축제’를 거부하는 움직임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살아 있는 동물을 생포하거나 죽이는 과정을 통해 인간에게 즐거움을 주는 문화·관행을 비판하고 동물권을 지키는 축제로 전환하자고 주장하는 겁니다.
'넓적한물살이'(WFF)는 13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동물 착취적 축제를 반대하는 온라인 선언을 발표했습니다. 이 단체는 "폭력과 착취는 축제가 아니다"라며 "바다에 기대어 있지만 바닷속 생명을 착취할 뿐인 축제 방식과 동물보호법에서조차 '물살이'는 존재 자체로 '음식'으로 취급하며 폭력을 정당화하는 법의 허점에 저항하며 외친다"라고 주장했습니다. '물살이'는 물속 동물을 생명력 있는 존재로 여긴다는 의미를 담은 단어로, '먹을거리'라는 뜻만을 내포한 '물고기'의 대안적 표현입니다.
WFF는 또 "우리의 고통은 축제 구경거리가 아니다. 우리의 죽음은 체험거리가 아니다. 우리는 놀잇감이 아니다"라고 했습니다. 또 "공존과 연대를 실천하는 바다 생명 축제로"라는 구호를 내걸었습니다. 이들은 동물의 입장을 대변하면서 동물을 착취하는 축제 문화를 비판한 겁니다.
이어 "본 온라인 캠페인은 '해안 지역 축제의 전환을 상상하는 집담회'의 사전 행동으로 진행된다"고 했습니다. 집담회는 오는 22일 진행되며 △김산하 생명다양성재단 대표 △김도희 동물해방물결 대표 △한인정 농촌돌봄연구소 알쏭달쏭 소장 △박선영 시민자치문화센터 기획팀장이 발제를 맡았습니다.
이번 온라인 선언은 전날(12일) 첫 번째 온라인 선언 이후 두 번째 발표입니다.
WFF는 동물을 전면에 내세운 지역 축제에서 맨손잡기 체험, 얼음 낚시 등 동물에게 고통을 줄 수 있는 방식의 체험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것을 비판해온 단체입니다. 이들은 올해 1월 강원도 화천군 산천어 축제에 반대하는 캠페인을 진행했고, 지난 9월 충남 홍성군 남당항 대하 축제장을 방문해 현장을 기록하는 활동을 진행한 바 있습니다.
2019년 강원 화천군 화천천 일대에서 열린 화천산천어축제장에서 관광객이 맨손잡기 체험을 즐기고 있다. (사진=뉴시스)
"맨손잡기·얼음낚시 어류 학대"...6년 전 시작된 반대 움직임
동물해방물결과 생명다양성재단 등 여러 단체들의 연대인 ‘산천어 살리기 운동 본부’는 2019년 1월 화천 산천어 축제를 반대하는 캠페인을 시작했습니다. 이들은 “축제 전까지 굶긴 약 76만마리 산천어들은 도망가지 못하도록 쳐놓은 테두리 속에 갇혔다가 잡혀 죽는다”며 “가장 큰 문제는 이 모든 것을 민간도 아닌 지자체가 나서서 국민 세금으로 추진하고 무비판적으로 확대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했습니다.
올해까지 활동을 이어온 동물해방물결은 공식 홈페이지에 “낚싯바늘에 꿰여 물 밖으로 끌려 나온 산천어들이 고통스럽게 몸부림치며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며 현장 상황을 담은 캠페인 후기를 남겼습니다.
이 단체는 "맨손잡기와 얼음낚시는 공기 중에 노출되면 극심한 스트레스와 신체적 손상을 겪는 어류의 특성을 무시한 학대적인 프로그램"이라고 했습니다. 이들은 “영국 왕립동물학대방지연합(RSPCA)은 마취되지 않은 상태에서 어류가 공기 중에 노출되는 시간을 15초를 초과하지 않도록 권고하고 있다”며 “그러나 매년 축제장에서는 찔리고 상처 입은 산천어가 바닥에 방치되거나 물 없는 비닐봉지에 욱여넣어지는 등 비윤리적인 행태가 반복되고 있다”고 했습니다.
이어 “화천에 서식하지 않는 산천어는 단지 어감이 좋다는 이유로 축제의 도구로 선택되었고, 오직 이 축제를 위해 대량으로 양식되고 있다. 매년 축제에 투입되는 산천어의 수는 약 52만~64만마리(130~160t)에 달한다”며 “동물권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높아지고 있는 만큼, 화천군은 생명 경시를 조장하는 축제의 기존 프로그램을 전면 재검토하고, 생명 살림의 축제로 전환하기 위한 방안을 시급히 모색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조교사에 저항하고 있는 싸움소. (사진=동물해방물결)
인간의 오락을 위한 소싸움 원치 않아...국민청원 5만명 동의
'소싸움 경기'에 대해서도 반대 여론이 만만치 않습니다. 지난 7월 국회전자청원에 '동물 학대, 소싸움 전면 금지 및 관련 조례 폐지 요청에 관한 청원'이 올라왔고, 해당 청원은 5만2000여명의 동의를 받아 국회 소관상임위원회인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 회부됐습니다.
소싸움 전면 금지 청원을 쓴 청원인은 "오늘날 대한민국은 동물권에 대한 의식이 과거보다 훨씬 높아졌고 반려동물의 권리뿐 아니라 생명으로서 모든 동물이 고통받지 않아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가 점차 확산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소싸움 금지를 위한 관련 법령을 제정하고 소싸움 지원에 사용되는 모든 예산을 중단하라는 등의 요구도 담았습니다.
'동물학대 소싸움 폐지 전국행동'이 지난 2024년 10월 논평을 통해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전문 기관 비젼코리아를 통해 전국 성인 남·여 82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소싸움 대회를 관람하기 위해 해당 지역으로 여행을 갈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70.1%가 의향이 없다고 답변했습니다. 56.9%는 소싸움 대회 예산 지원을 반대한다고 답했습니다.
정재연 기자 lotus@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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