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규제 뒤 한산한 중개업소…실수요자 '발 동동'
매도·매수 관망세…호가는 요지부동
2025-10-16 16:35:03 2025-10-16 17:52:55
 
[뉴스토마토 홍연·송정은 기자] "그동안 가격 조정이 안 됐는데 토지거래허가구역 규제가 이달 20일부터 적용되기 전에 팔고 싶은 분 같은 경우는 깎아줄 수 있다고 하네요. 거래는 이미 일전에 많이 됐죠." (마포구 아현동 A 중개업소)
 
"요즘엔 자기 집이 팔려야 집을 사요. 그러니까 급매가 안 나오죠. 마포나 성동은 지난달부터 규제 지역이 된다는 말이 돌아서 갭투자 물건은 빠진 지 오래예요. 한 달 조용했다가 다시 매수 손님 와서 금액은 올라가겠죠." (성동구 행당동 B중개업소)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이 나흘 앞으로 다가오면서 서울 내 갭투자(전세입자를 끼고 아파트 매수) 막판 거래 문의가 이어지며, 분주했던 마포·성동 지역 부동산 중개업소가 다시 한산해진 모습입니다. 마포와 성동 일대 규제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이미 거래될 물건은 다 거래됐고, 호가는 낮아지지 않으면서 관망세로 접어들었습니다.  
 
한강벨트에 속한 마포구와 성동구는 정부의 6·27 대출 규제 이후에도 집값 급등세를 보였습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마포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 4단지 전용면적 84㎡는 지난달 26억2000만원에 거래되며 연초 19억5000만원보다 6억7000만원이 올랐습니다. 성동구 상왕십리동 텐즈힐 전용 84㎡가 지난달 18억9000만원에 손바뀜했습니다. 이는 규제를 예상한 갭투자와 실수요자들의 '패닉바잉'(panic buying)이 단기간에 몰린 결과로 풀이됩니다.
 
조정대상지역과 투기과열지구 규제는 16일부터 바로 시행됩니다. 반면 토지거래허가구역 규제는 나흘 뒤인 20일부터 적용됩니다. 따라서 16일 이후에는 무주택자에게 LTV 40%, 유주택자에게 LTV 0%라는 조정대상지역의 대출 규제가 적용됩니다. 다만 실거주 의무를 부과하는 토지거래허가구역이 시행되는 20일 이전까지는 막판 갭투자가 가능한 상황입니다.
 
중개업소들은 관망세가 이어지지만 가격은 떨어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마포구 공덕동 중개업소의 한 관계자는 "거래가 줄기야 줄겠지만 단기간에 가격이 내리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당분간 한산하다가 또 오른 금액에 거래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서울 구로구 고척동 일대 아파트. (사진=송정은 기자)
 
노도강·금관구 불만 쏟아져…강남은 '차분'
 
상대적으로 집값이 낮고 상승폭이 적었던 노·도·강(노원·도봉·강북), 금·관·구(금천·관악·구로) 등에서는 불만이 큰 상황입니다. 
 
서울 구로구 고척동의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상대적으로 집값이 덜 오른 지역까지 규제지역에 포함된 데에 불만이 큰 상황"이라면서 "집주인들이 이동하려고 해도 갈 데가 없어 네고도 못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서울 관악구 봉천동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 역시 "주담대 한도는 6억원이지만 주택담보대출비율이 70%에서 40%로 축소되면서 거래가 끊길 것 같다"며 우려를 표했습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노·도·강 등 지역의 올해 아파트 매매가격 누적 상승률은 서울 평균(5.53%)을 훨씬 밑돕니다. 노원(1.15%), 도봉(0.41%), 강북(0.74%), 금천(0.82%), 관악(2.15%), 구로(1.86%) 순인데요. 강남(10.73%), 서초(10.86%), 송파(13.98%), 용산(8.2%)과 비교하면 격차는 더 뚜렷합니다.
 
서울 강남구 일대 아파트 모습. (사진=홍연 기자)
 
반면 대출 한도 축소의 영향이 크지 않은 강남권은 차분한 분위기입니다. 
 
강남구 대치동의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여기 오려고 하는 사람은 몇억이 아쉬운 사람들이 아니기 때문에 원하는 매물을 기다리는 상황"이라면서 "집주인들도 취·등록세에 고가주택 양도세까지 고려하면 10년 보유해도 2억원 정도 손해라 팔기보다 관망하겠다는 사람이 많아 물건 자체가 안 나오고 거래는 안되는데 가격만 올라와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서울 외곽까지 광범위하게 묶는 규제가 발표되면서 전문가들은 지역에 따라 엇갈린 전망을 내놓았습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예고된 규제였기에 대책 발표 전부터 막차 수요가 몰렸고, 일부 지역에서 단기 급등이 나타났다"면서도 "지금은 매수 문의가 끊기고 분당·강동 등에서 매도 호가가 5000만원가량 낮아지는 사례도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서울 주요 지역 거래의 70~80%를 차지하던 갭투자가 막히면서 거래 급감은 불가피하며, 거래 절벽이 본격화되면 지역에 따라 가격 조정도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심형석 우대빵부동산연구소장은 "대책 직전 가계약금 중심의 막차 거래가 있었지만 실질적인 본계약 비율은 제한적이었다"며 "전방위적 규제로 시장이 급속히 얼어붙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는 "연말까지 거래량이 크게 줄고 계절적 비수기까지 겹쳐 거래 절벽은 불가피하지만, 가격은 쉽게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며 "특히 강남·마포·성동 등 상급지에서는 호가 조정이 잘 안되고 있으나, 노·도·강이나 금·관·구 등 서울 외곽은 누적 상승률도 낮아 가격 조정 가능성이 더 클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홍연·송정은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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